최고군사위원회의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의장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최고군사위원회는 권력을 쥐고 있기를 바라지 않으며, 국민이 원한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즉시 책무를 이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시위에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탄타위 의장은 또 에삼 샤라프 총리 내각이 밝힌 총사퇴 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긴급 소집된 야권과의 대화에서 후임 총리로 거론된 인물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었다는 것도 유화적인 제스처로 보인다.
그러나 카이로 아메리칸대학의 칼레드 파미 부교수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이집트를 지배하는 것은 군대"라며 "군은 선거 이후에도 그 지위를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미 교수는 "군은 (몇 가지) 다른 전술을 써왔다"며 "지난 여름에는 무슬림형제단과 일종의 동맹을 맺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그 이후에는 자유주의 정당에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또 실패했다"고 말했다. 최근의 '유화적' 조치에도 다른 저의가 있다는 것이다.
시위대 역시 군부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탄타위의 말을 못 믿겠다"며 즉각적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이후 시위대에 대한 보안 당국의 유혈 진압 과정에서 최소 33명이 숨졌다. 사망자가 50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부상자는 2000명에 달한다.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내년 7월 전에 대선을 치르고 민정 이양을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군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로이터=뉴시스 |
이집트 시위 왜 다시 불붙나?…"총선 의미 매우 크다"
왜 이처럼 시위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것일까? <알자지라>는 이같은 충돌이 지난 2월 이집트 혁명 때부터 잉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연초 이집트를 뒤흔든 격변은 충분히 깊고 넓게 파고들지 못했다"면서 "무바라크 정권의 중추였던 군이 시위대 편으로 옮기면서 과거의 특권과 지위를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주 군부가 내놓은 헌법 초안은 최근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촉발시켰다. 이들의 헌법 초안에 따르면 군은 국가의 최고 기관이며 의회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지위를 갖게 된다. 게다가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강경하게 무력으로 진압한 것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방송은 "선거를 통해 선출될 다음 임시정부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군부로부터의 자율성을 주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총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나아가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의미가 이집트 한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파미 교수는 "선거는 혁명 후 이집트에서 이슬람주의의 역할에 대한 것이 될 것"이라며 이는 "건강한" 일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아랍의) 심각한 불만들이 표출될 기회를 얻지 못한 직접적 결과가 2001년의 9.11 테러"라고 말했다.
이집트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국제 사회 또한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데레크 플럼비 전 이집트 주재 영국 대사는 "이집트는 아랍 세계에서 특히 중요한 국가"라며 인구와 역사, 아랍 근대화 과정에서의 역할, 아랍 민족주의에 미친 영향 등을 들어 이집트가 이번 선거를 통해 '아랍의 맹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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