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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 부추기는 한국이 위태롭다"

[한반도 브리핑] 동북아의 분단선이 되어 가는 휴전선

'미국의 태평양 세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말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우리는 태평양 국가고, 미래 환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깊게 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2일부터 19일까지 호주, 하와이(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인도네시아 발리(동아시아 정상회의)를 돌면서 아시아 중시 정책을 내보였다.

미국 외교정책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리처드 하스(Richard N. Haass)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아시아의 재발견' 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가 21세기 세계 질서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 되었다. 중국의 부상에 미국이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우리는? 이러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을까? 우려할만한 동북아 질서의 급변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중시 정책, 성공할 수 있을까?

클린턴 장관은 <포린폴리시> 11월호에서 그 이유를 "이라크 전쟁도 끝나고, 아프가니스탄도 체제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아시아로 외교의 축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에서 빠져나와 아시아로 전진하는 미국의 전략 변화의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는 경제적 이유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아시아는 이미 세계 경제의 엔진이다. 미국은 매년 아시아 국가에 3000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한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8개국과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는 중국 견제다. 미국은 호주 다윈에 2500명 규모의 해군기지를 두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전쟁 이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장기 주둔은 처음이다. 중국의 역내 군사적 확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영유권 논란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개입의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클린턴 장관이 12월 1일 버마(미얀마)를 방문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미 국무장관으로는 56년만의 방문이다. 버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향하는 관문 국가다. 물론 한미 FTA나 TPP 역시 중국의 역내 경제적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셋째, 오바마의 재선 전략이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부시의 전쟁'을 뒷수습하는 과정에서 실추된 미국의 명예를 아시아에서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경제위기를 외교정책으로 만회하겠다는 동기도 작용한다. 오바마가 중국에 미온적이라는 공화당의 비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야심찬 기획이고, 절박성이 묻어나는 전략 변화다.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나치면 탈이 난다.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패권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한미 FTA처럼 과도하게 이익을 추구할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TPP 협상이 순조로울지도 의문이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우산 속으로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지역 내 영향력 확대와 자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는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 지난 13일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은 일격을 당했다. 그렇다고 당장 응전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 차기 국가 주석이 될 시진핑(習近平)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주변 환경 변화에 공세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국내적인 약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도 서서히 반격에 나설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1막이라면, 미국의 대응이 2막이고, 그리고 이제 중국의 반격이라는 3막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중국은 역내 압도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국, 일본, 그리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경우 2010년 대미 무역흑자는 63억7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대중 흑자는 528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역내 국가들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구조는 역전되기 어렵다. 중국이 다양한 협상 수단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1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의 반(反)중국 연대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하고 배척하는 국가에는 중국 경제에서 이득을 얻을 기회를 잃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것이 누구겠는가? 아찔한 위협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미중 양국의 패권 경쟁이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강대국의 줄 세우기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딜레마적 상황이 아닌가? 한미 FTA로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낮아지지도 않는다. 동북아에서 G2 시대가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로 진행될 때, 우리는 가능하면 협력적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립과 경쟁을 부추기는 명분과 계기를 제공해 왔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한중 FTA 요구를 활용해서 미국과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목표는 당장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지역전략으로도 추구했기 때문에 한국이 충분히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둘러서 독소조항들까지 모두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G2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동북아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G2의 경쟁이 조기에 가열되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경제영토를 확장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북핵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뒤쳐진다. 남방체제와 북방체제의 대결이 가열되면 휴전선이 한반도를 가르고, 동북아를 가르는 분단선이 된다.

역사적으로 한국 외교의 자율성은 세계적인 탈냉전 상황에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우선순위가 낮을 때 가능했다. 노태우 정부 시기의 북방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의 신(新) 냉전이 격화되면 한국은 북방을 향한 남방체제의 전초기지가 된다. 2010년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상황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는 미중의 패권경쟁 속도를 조절할 힘이 없다. 지금처럼 한반도의 냉전적 대립이 심각할 때는 더 그렇다. 한미동맹이 동북아 지역의 지속가능한 협력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퇴행으로 이끌고 있다. 구부러진 막대를 다시 펴기. 너무 구부려놓으면, 다시 펴기 위해 반대쪽으로 구부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차기 정부에 너무 어려운 시대적 과제를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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