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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가스관, 지정학 지도 새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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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가스관, 지정학 지도 새로 그리고 있다"

[월러스틴의 '논평'] 러시아-서유럽 다이렉트 연결의 의미

파리-베를린-모스크바 축의 부활
(The Paris-Berlin-Moscow Back Aagin)


세계의 많은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일은 무시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을 지정학적 전망에 관해서만 토론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떠들썩하게 논쟁하고 분석했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나열해 보면 이렇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폭격하지 않을 것이다. 유로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밖의 강국들은 시리아 내부에서 군사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퍼지는 대중들의 분규 현상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인터넷 공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북유럽 가스관(Nord Stream) 개통식이 11월 8일 독일 북동부 발트해 연안 항구도시인 루브민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독일 총리, 프랑스 총리, 네덜란드 총리, 러시아 가스 수출 기업 가즈프롬 사장, 유럽연합(EU)의 에너지위원장이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일어나지는 않는 일들과는 달리, 북유럽 가스관은 지정학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game changer) 될 것이다.

북유럽 가스관은 무엇인가?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발트해를 통과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비보르크라는 항구 도시에서 시작해 폴란드 접경 부근의 독일 도시 루브민까지 이어진다.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연결된다. 독일에서는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그리고 그 밖에 러시아의 가스를 사고자 하는 나라들로 연장될 수 있다.

▲ 8일 북유럽 가스관 개통식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총집결했다. ⓒAP=연합뉴스

북유럽 가스관은 양국 정부의 축복을 받으며 이뤄지는 사기업 사이의 사업이다.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51%, 독일의 두 기업이 총 31%, 프랑스 기업이 9%, 네덜란드 기업이 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투자와 수익은 모두 민간의 것이다.

이 가스관의 핵심은 폴란드나 다른 어떤 발트해 연안 국가들 혹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을 통과하지 않고 독일로 다이렉트로 온다는 점이다. 따라서 폴란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은 가스관 통과료를 챙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할 때 서유럽과 가스 공급자를 이어주는 매개 국가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을 "북유럽 가스관, 정치적 구상이 담긴 상업적 프로젝트"라고 뽑았다. 프랑스 <르몽드>는 "가즈프롬이 글로벌 에너지 행위자로 자리를 잡았다"고 제목을 달았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에 있는 도이체방크 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 조셉 바우어는 "북유럽 가스관은 정치적이면서 상업적인 목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경제적·정치적 차원에서 모두 합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자기들이 중국 경제에 보조금을 줄 필요는 없다면서 자신들의 가스를 유럽에 파는 가격 보다 30% 싸게 중국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중국에 말해왔다. 엄청난 가스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에는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고 가스를 수출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음을 러시아는 분명히 해왔다. 북유럽 가스관은 또 키르기스스탄의 새 대통령이 자국 내 마나스 미 공군 기지의 임대 계약이 끝나는 2014년이 되면 기지를 폐쇄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과 때를 같이 해 개통됐다. 마나스 기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에 핵심적인 공급 기지가 되어 왔다. 이처럼 러시아는 구(舊) 소련에 속한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부 유럽국가들과 미국은 파리-베를린-모스크바 축의 창설을 방해하려는 계획이 실현 불가능함을 알아가고 있다. EU 중앙 기구들은 많은 중동부 유럽국들이 그러했듯이 이러한 현실에 굴복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게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상황 전개에 사분오열되어 있다. 미국은? 거기에 대해 미국이 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1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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