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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년 남은 오바마, 대외정책 모험은 없다"

[한반도 브리핑] IAEA 이란핵 보고서가 북핵에 미치는 파장은?

IAEA의 이란 핵무기개발 보고서 공개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이란의 핵개발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여러 정보들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보고서 발표를 전후해 이스라엘은 군사력 동원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중동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세계 석유수출 3위국에다, 중동의 강국인 이란에 대한 공격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은폐되어 있는 핵시설에 대한 공격의 실효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국제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느슨하게 대응하자니 북한과 더불어 핵무기 개발 야심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에 미국과 서방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미국 내부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와 딕 체니를 포함한 전임 부시 정부의 매파들은 군사 옵션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온건파들은 군사 공격은 그야말로 지나친 대응이라고 말한다. 백악관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현실적으로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또 다른 군사 작전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외교적 수단을 우선할 것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제재를 포함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008년 4월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8일 IAEA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지만 이란은 자신들의 핵 활동은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IAEA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

이번에 공개된 IAEA의 보고서는 부속서 포함 25페이지 분량인데, 지난 8년간 수집된 정보다. 그동안 IAEA는 이란에 대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결론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보고서는 한 발 더 나아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가 이란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증거들을 입수했으며, 또한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직접적이고 결정적 증거는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증거로 내세운 대표적인 것들은 폭발 실험용으로 추정되는 버스 크기의 강철 컨테이너 사진과 고성능 폭발장치 실험에 대한 증거, 컴퓨터를 활용한 모의 핵실험 증거, 농축 우라늄의 보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이란이 핵무기 제조 기술을 습득해가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개발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IAEA가 미국의 하수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란 정부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번 보고서는 상당 부분 미국 정보기관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북한이 2차례의 핵실험을 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며, 이란이 2004년 이후 국제 압력에 의해 핵개발의 강도를 낮추어왔으며, 최근까지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는 등 반증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IAEA 보고서는 사실 지난 7월 이란이 스스로 공개한 현황 자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대응전략

이스라엘이 가장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하며 무력 공격의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상공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으며, 텔아비브 남부 팔마힘 군사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실제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무력 공격이 가져올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여론은 나빠질 것이 분명하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도리어 명분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무력 공격에 대한 언급의 진정한 의도는 국내용, 대(對)이란 경고용, 그리고 대미 압박용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3번째 의도가 중요한데,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자신의 핵 독점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이란의 도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말라는 미국에 대한 시위다. 나아가 이란에 대한 국제공조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 장애물이 되어온 러시아와 중국을 미국이 설득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국 내 유대인들의 지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오바마는 대이란 압박을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도발을 막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북핵 문제에 미치는 영향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 우선 북핵 문제가 교착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해결을 위한 노력을 어떤 식으로든지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효과는 대북 압박용으로 사용될 경우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북미대화 분위기를 냉각 시킬 수 있다. 특히 북한의 2010년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 이후 이란과의 연결고리를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안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보고서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있어 러시아,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의 연루설을 제기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란에 대해 미국의 확실한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핵확산 방지라는 최후의 레드라인까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오바마가 어떤 식으로든지 대이란 정책에 변화를 주고, 또한 더 나아가 대북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는 압박의 수위를 더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극적 타결을 모색할 것인가?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압박의 수위를 다소 높이며, 국제공조를 모색하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4~25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북미 고위급회담 직후 양국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북한이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한 반면, 미국은 유용하고 건설적인 회담이라는 거의 외교 수사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방향에만 동의한 정도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불과 이틀 후인 27일에 미 국방장관 리언 패네타 국방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전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나, 6자회담의 미국 대표로 대화파인 스티븐 보즈워스가 물러나고 비확산 전문가 글린 데이비스로 교체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근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정책보다는 대외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오바마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하는 의도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은 IAEA 조사단의 복귀를 포함한 우라늄 농축의 중단을, 그리고 북한은 미국에게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등 서로가 원하는 바를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번 이란의 핵개발 보고서 건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임기 말까지 고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협상모드로의 전환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획기적인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적어도 내년 미국 대선까지는 지금과 같은 '반(半)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압박의 강약 조절 또는 대화 시도의 노력이 이어지겠으나, 안타깝지만 근본적인 국면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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