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행된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 초판에는 일본 동북부 지역의 토양 속 방사능 물질 함유량이 농사에 적합한 안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새로운 연구 보고서가 실렸다.
미국‧유럽의 105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대학 우주연구 연합'(Universities Space Research Association)의 야스나리 텟페이 연구원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동부는 흙 1kg당 5000베크렐(Bq) 이상의 세슘이 포함돼 일본 정부가 정한 경작 가능 수준을 벗어났다.
이 연구는 일본 전체 47개 현 중 46개 현에서 토양과 식물 속의 세슘137 함유량을 조사하고 이 결과를 기후 패턴 시뮬레이션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후쿠시마 사태 후 일본 전 국토에 걸친 토양 오염이 실제로 조사된 최초의 연구라고 <BBC>는 전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근처의 세슘 오염도는 기준치의 8배인 40000베크렐/kg에 가깝다. 또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25베크렐/kg 정도로 안전 기준치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북단 훗카이도(北海道) 동부와 일부 내륙 산악 지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오염 수준이 높았고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도 최대 100베크렐/kg 범위에 들어갔다.
<NHK> 방송 등 일본 언론도 15일 이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홋카이도와 남부의 주코쿠(中國), 시코쿠(四國) 지방 등 사실상 일본 전역에 오염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나고야(名古屋)대 국제연구팀의 야스나리 테쓰조(安成哲三) 교수는 "방사성 세슘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국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핫 스팟'이 나올 우려도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토양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스나리 텟페이 USRA 연구원 등이 연구해 14일 <PNAS>에 발표된 일본 전역 토양의 세슘 오염 결과. 도쿄도 25~100베크렐/kg 구간에 포함됐다.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www.bbc.co.uk) 화면캡처 |
"농업 생산에 영향 미칠 가능성…전국적 조사 필요"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 설비 이상 때문에 뿌려진 냉각수로 인해 발생한 대량의 증기에 포함된 방사능이 대기 중에 머물다가 비 등에 섞여 내려올 가능성은 일찍부터 우려돼 왔다. 특히 세슘137의 반감기는 33년인만큼 토양 오염이 지속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대학 우주연구 연합' 야스나리 연구원 등은 이로 인해 일본의 식량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쿠시마는 물론 인접한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야마가타(山形), 니이가타(新潟), 이바라키(茨城), 치바(千葉)현 또한 농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PNAS> 보고서에서 "조사 결과를 최대로 잡는다면 인근 현 중 일부도 부분적으로 기준치(5000)에 거의 근접했고 따라서 세슘의 축적에 있어서의 강력한 공간적 유동성을 감안하면 지역적 범위의 (기준) 초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 오염 제거 계획을 수립하기 앞서 일본 전역에 걸친 더 완전한 조사를 촉구했다.
같은 호 <PNAS>에 실린 별도의 연구에 따르면, 키노시타 노리카즈 쓰쿠바(筑波)대학 연구원 등이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반경 70km에 걸쳐 100여 개의 토양 샘플을 채취한 결과 후쿠시마 현 내 토양의 세슘 함유량은 앞서의 연구와 비슷하게 높았으며 이웃 현들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랭카스터 생태‧수문학 연구소의 방사선생태학자 닉 베레스포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슘은 유기질 토양 속에서는 더 오랫동안 유동적인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면서 "이것이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방의 산악 지대에 체르노빌 사태 이후 지정된 제한 구역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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