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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에 대한 승리, '주어'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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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에 대한 승리, '주어'가 빠졌다

카다피 사라진 리비아, 산적한 과제는?

42년간 리비아의 최고권력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현지시간) 시르테에서 숨졌다.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낸 후 리비아의 공식 정부로 인정받은 국가과도위원회(NTC)는 카다피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며 자축했다. 그러나 리비아의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마무드 지브릴 NTC 총리는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통합'을 강조했다. 지브릴 총리는 "모든 구악과 더불어 카다피는 우리의 사랑하는 나라에서 사라졌다"며 "이제는 하나의 국민, 하나의 미래라는 새로운 리비아를 열어나갈 때"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카다피의 죽음은 NTC 등 현 정국을 이끌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카다피 지지자들에게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게 하는 효과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카다피가 "최후 순간까지 항전할 것"이라는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긴 순교자로 부상할 경우 불거질 위험도 지적된다.

현재 리비아의 상태는 '혼란'

현재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그같은 우려를 부채질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리비아의 이런 국가기능 부재를 42년 카다피 체제의 결과로 풀이했다. 그는 "카다피(의 통치)는 리비아에 어떤 정부 기관이나 정치적 정당 조직도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비아에는 독립된 시민사회도 존재하지 않으며 시민권, 언론의 자유라는 전통도 없다는 것이다. 또 경제는 석유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해 왔으며 국가 통치는 카다피의 변덕스런 입맛과 가족‧친족집단 간의 유대 및 부패에 의해 이뤄져 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현재 리비아의 상황에 대해 "군대는 흩어졌고 국경은 어지럽혀졌으며 주권도 침범당했다. 리비아의 미래? 지금 상황으로서는 정리된 정책이라기보단 무분별한 희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비아의 민주주의란 지금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면서 "민주주의는 아직 뿌리도 없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분파의 이슬람주의와 부족주의가 권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전으로 인한 혼란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지만 사망자 수를 확정하는 데에만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수도 트리폴리 점령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지 못한 NTC의 '실패'에 대해 부상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았다.

신문에 따르면 리비아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는 대부분 손상을 입어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형편이며 특히 리비아의 생명줄과도 같은 석유 시설도 파괴됐다. 또 트리폴리 등 리비아 도시들을 장악하고 있는 중무장한 세력들이 모두 NTC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문은 "이들은 '자유'라는 자신들의 신념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풀이했다.

▲ 지난 3월 '자마히리야' 체제 수립 34주년 축하 연설을 하는 카다피. ⓒAP=연합뉴스

남겨진 과제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넷판은 이날 카다피 사망 이후 리비아에 남겨진 과제들을 정리했다. 우선 방송은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리비아인들의 '열정'을 통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다피 사망 이후에도 곳곳에서 총성이 들려오는 등 치안 상황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큰 과제는 민주화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경험이 없으며 부족주의 성향이 강한 리비아에서 다원주의에 입각한 민주화는 쉽지 않은 문제다. 과거 카다피 정권에 부역했던 자들에 대한 처리도 숙제다. <알자지라>는 이미 충분히 많은 피가 뿌려졌다면서 인권 침해 행위 등은 내전 중 양측 모두에서 자행된 만큼 이제 사회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방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사례를 참고할 만한 선례로 들었다.

경제 개혁도 과제로 꼽혔다. 방송은 리비아의 석유는 600만 리비아 국민들 모두가 먹고살기 충분한 양이라는 점을 들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민들을 가진 나라가 될 잠재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범 아랍권 언론 <알쿠드스 알아라비> 편집장 압델 알바리 아트완은 "뿌리깊은 부족주의와 리더십의 부족은 내전의 상처를 회복하려 하는 리비아를 병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트완은 이날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며 "통합된 국가에서 단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완은 부족 국가인 리비아의 전통을 지적하며 가장 큰 부족인 와팔라족(族)은 최후까지 카다피를 지지했으며 새로운 정부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카다피의 마지막 전투 장면은 카다피 지지자들을 북돋울 것"이라며 "이해관계 때문이든 부족주의에 기반한 충성심이든 카다피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은 많다"고 말했다.

아트완은 "또다른 과제는 어떻게 외세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나토(NATO)가 리비아에 적극 개입한 사실을 짚었다. 그는 또 내전으로 인해 리비아 곳곳에 무기가 넘쳐나고 있어 치안 상황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카다피에 대한 승리, '주어'는?

문제는 이같은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할 NTC의 역량이다. <가디언>은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은 승리 세력 내의 분열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승자가 NTC 단일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NTC는 올해 초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가장 먼저 반(反) 카다피의 깃발을 들긴 했지만 가장 교전이 치열했던 곳은 제3의 도시 미스라타다. 미스라타의 무장투쟁 지도부는 NTC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한 것은 NTC도 미스라타도 아닌 서부 나퓨사 산악 지대에서 온 일단의 반군 세력이었다.

트리폴리 진격을 이끈 무장세력 지도자 압델 하킴 벨하지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편을 들어 싸웠던 인물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목한 '리비아이슬람투쟁그룹'(LIFG)의 지도자였다. 또 반군 전사들 중 상당수가 LIFG 등 이슬람주의 단체와 연관된 인물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극단 이슬람주의 세력의 발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벵가지의 NTC 내부에도 분열은 존재한다. NTC 내의 보수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한 통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친서방 성향의 세속주의자들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기 원하고 있다.

반군 사령관 압델 파타 유니스가 지난 7월 반군 내의 이슬람주의 분파에 의해 살해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유니스는 카다피 정권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인물로, 오마르 하리리 NTC 국방장관, 칼리파 헤프타르 전 리비아군 장군 등과 군사 지도자 자리를 놓고 대립해 왔다.

지브릴 총리가 지난달 30일 유엔(UN) 연설에서 자신은 새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해외파인 자신이 국내에서 별 인기가 없으며 특히 이슬람주의 세력들은 결코 그를 지휘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NTC의 최고위 인물인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국내 인지도는 있지만 과거 카다피 정권에서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반대파들에 대한 조직적인 투옥과 고문을 주도한 '전력' 때문에 문제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벵가지의 젊은이들은 그들을 대표할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지만 아직 그런 인물은 출현하지 않았다.

카다피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마당에 잘릴 위원장 등 구 카다피 정권 각료들, 지브릴 총리 등 서방 유학파, 헤프타르 장군 등 망명파,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청년들, 벨하지 등 이슬람주의 세력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난국을 헤쳐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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