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에서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8.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980년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유럽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청년실업률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부유층의 탐욕은 끝이 없다. 미국 CEO의 평균연봉은 1백만 달러쯤 되지만 평균 현금 보너스는 그 12배에 달하고 있으며 스톡옵션은 때론 2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리먼 사태 이후 파산한 많은 금융회사의 CEO들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기고 회사를 그만둔 사례도 있다.
▲ 지난 15일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진 시위 장면 ⓒ뉴시스 |
사정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심한 형편이다. 199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지니계수는 근 20%가 악화되었고 상대빈곤률은 8.7%로부터 14.9%로 높아졌다. 지난 5년간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 가운데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격차는 4.4배로부터 7.8배로 근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청년실업률은 8%선으로 선진국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잠재실업자까지 합치면 전체 청년층의 약 18%가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
금융자본의 탐욕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증권사는 1년 순이익의 30%를 사주 일가에 배당하였고 4대 금융지주회사가 지난 5년간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만 해도 3조 8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회사의 경우 대주주들에게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할 정도로 모럴 해저드가 심한 형편이다. 금년 상반기 18개 국내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무려 2조 2,500억원으로 사상최대 수준에 달했으며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도 4조원 이상으로 전년동기비 19%나 늘어났다. 특히 금융사들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종에 대해 높은 수수료를 물림으로써 일반 소비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자본은 이러한 국민들의 고통과 청년층의 좌절에 대해 해결책을 내어놓기는커녕 이들의 분노와 항의에 대해 비판하고 매도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전 세계적인 반 월가 시위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라는 이름으로 국제연대집회가 열렸으며 이와는 별도로 "99% 공동행동준비위원회"가 "서울을 점거하라--국제행동의 날"이라는 집회를 열었다. 쌀쌀한 날씨에 강한 빗줄기까지 내리는데다 경찰의 강력한 원천봉쇄로 참석자의 수는 다소 적었지만 이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 대한 보수신문들의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이기까지 하다. "反금융 억지 시위… 反정부 구호 외치다 끝나" "전문 시위꾼들, 서울 도심서 反금융 집회" "Occupy 서울은 짝퉁 … 반미 외치던 세력이 미국서 수입" "그들만의 리그, 시민단체 활동가만 참여". 몇몇 보수신문에서 뽑아낸 제목들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한 줄도 보도하지 않던 이들 보수신문들의 신경질적인 반응 자체가 이번 시위에 대한 금융자본과 부유층의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진정으로 무서워하는 것은 거리에 나와 부르짖는 시위대가 아니라 높은 카드 수수료에 분노하고 있는 자영업자들, 저축은행 폐쇄로 노후 생활을 유지할 저축을 날린 사람들, 높은 등록금과 대졸실업에 울고 있는 청년 대학생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금융자본의 탐욕과 MB 정부의 역주행에 분노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조용한 목소리를 정부가 무시해버리고 합리적인 논리로는 금융자본의 탐욕을 막을 수 없을 때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행동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난봄부터 시작된 "아랍의 봄"이 보여준 바이고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월가 점령 시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원제 : 99%의 분노, 1%의 반응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간논평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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