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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의 전략은 아직도 '미국에 의해'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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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의 전략은 아직도 '미국에 의해' 진행 중"

[월러스틴의 '논평'] "미국, 파키스탄, 사우디 모두 계획대로"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할까?
(How Would al-Qaeda Assess Its Achievements?)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지 10년이 지난 지난달 11일, 알카에다 지도부는 자신들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아마도 성취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9.11 테러로 성취하고자 했던 바가 뭐였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은 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명백히 밝혔다. 빈 라덴은 지난 80년 동안 이슬람 세계에 가해졌던 모욕을 씻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80년이라고? 빈 라덴은 1924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당시 터키 대통령]에 의해 이뤄진 이슬람 군주제(caliphate)의 폐지를 언급한 것이다. (딱 80년은 아니다) 빈 라덴이 공언한 목표는 이슬람 세계 전반에 걸쳐 모하메드의 직계 자손에 의한 이슬람 군주제를 부활시키고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를 재도입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빈 라덴의 목표를 방해했을까? 3가지의 주요 장애물이다. 첫째, 미국이다. 미국은 이슬람 세계를 종속시키는데 자신들의 힘을 사용해 왔다. 둘째와 셋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이다. 빈 라덴은 두 나라 정부를 '비(非)이슬람적'이라고 비난했으며 이슬람 세계에서 미국을 지지해 온 두 축으로 여겼다.

9.11 테러는 빈 라덴의 목표를 어떻게 진전시켰나? 빈 라덴의 논리를 따라가보자.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이고 스펙터클한 공격은 미국이 '종이호랑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미래와 물리적 안전에 대해 깊은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의도된 것이었다. 지난주 알카에다는 공식적으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비난했다. 아마디네자드가 9.11은 미국의 소행이며 알카에다의 짓이 아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빈 라덴은 미국을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끌어들이기 원했다. 단기적으로 군사적 의미의 '패배'는 없을지라도 결국 이길 수 없는 전쟁 말이다. 빈 라덴은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인한 계속된 긴장이 마침내는 물질적, 지정학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미국을 기진맥진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이것이 빈 라덴의 의도였다면 지난 10년 동안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사우디와 파키스탄 정부도 끌어내리려 했을까? 또 어떤 방법으로? 빈 라덴은 '비이슬람적'일뿐 아니라 부패한 두 나라 정부가 애매모호한 태도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사실상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번창해 나갔다. 두 나라 정부는 서방과 국내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함으로써, 유물론자들인 서구화된 엘리트들과 강력한 이슬람 대중 무장조직 양 측 모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빈 라덴의 전략은 명백히 그들의 이중성을 노출시켜 두 가지 태도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9.11의 결과로 인한 미국의 압력에 의존해 [미국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게 했다. 즉 미국은 사우디와 파키스탄 정권에 이중적인 태도를 끝내도록 함으로써 빈 라덴의 부하(agent)가 됐다.

2011년 파키스탄의 상황이 바로 이와 같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군사적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미국은 파키스탄 정권(또는 최소한 파키스탄 정보부(ISI) 등 정권 내의 강력한 일부분)이 아프간에서 미국과 활발하게 맞서고 있는 다양한 집단들, 즉 탈레반, 하카니, 알카에다 등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참을성이 없어졌다.

미국 의회는 침착성을 잃고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 중단을 바라게 됐다. 리언 파네타 신임 국방장관은 파키스탄 내 미국의 직접 군사행동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그간 파키스탄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이는 또다른 지정학적 중요 지대에 대한 군사 개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미군 내에 만연한 것의 반영이다)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마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파키스탄 정부를 비난했다. [멀린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하카니에 대해 "ISI의 실질적 하부 조직"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반응은? 레흐만 말리크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자국 내의 이슬람 반군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공격을 공개 비난했다. 말리크 장관은 미국에 "파키스탄의 주권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파키스탄은 그들의 또다른 가까운 동맹국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파키스탄은 자신들의 '주권' 수호에 대한 공개 보증을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안부장으로부터 얻어냈다. 또 아흐메드 수자 파샤 ISI 부장은 미국의 압력에 대한 사우디와 파키스탄의 공동대응 방침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

알카에다는 미국과 파키스탄 지도자들 간의 공개적인 대립을 가져온 미 해군 특수부대의 빈 라덴 사살작전 성공에 크게 만족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빈 라덴 사살은] 파키스탄 정부 내 빈 라덴을 숨겨줬던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작전 통보를 받지 못했던) 자들과 미국 정부와 협조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짚어낸 자들 사이의 분열을 대중의 시선 앞에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여론은 거의 만장일치로 미국의 공격을 비난했다.

▲ 지난달 27일 파키스탄 반미 시위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및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의 사진과 '미국을 증오한다'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오늘날 미국-파키스탄 동맹이 극도로 취약해졌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알카에다가 이를 자축하고 있으리라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알카에다는 사우디 정권을 약화시키는 데도 성과를 거뒀나? 별로 그렇지는 않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까지 이중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랍 세계에서 미국의 복잡한 행동과 거리두기를 함으로써만 가능했다. 사우디 정권은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일종의 [미국과의] 관계 파국을 그들이 되풀이할까봐 명백히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가 문제에 대처해온 방식은 국내적인 [정권의] 확고한 유지, 엘리트 계층에 대한 몇 가지 추가적인 양보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사우디 정부의 새 발표를 보라), 이웃 걸프 국가들의 정부를 지탱하기 위한 필요시의 직접 개입 (바레인 정부를 돕기 위한 파병을 보라),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늘리는 것 등의 조합이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 충분할까? 사우디 정권에게 가장 큰 문제는 우연히도 가장 큰 유전 지대에 위치한, 억압받아 왔던 투쟁적인 소수 시아파 세력이다. 알카에다는 사우디 정권과 시아파 불만 세력 간의 협상을 지능적으로 방해할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자. 알카에다 지도자들이 반복적으로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빈 라덴을 잃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알카에다는 '이슬람 프랜차이즈'가 됐고, 실제 행동은 자율적으로 할지언정 알카에다라는 이름을 쓰고 싶어하는 새로운 그룹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미국은 명백히 2001년보다 지정학적으로 약해졌다. 파키스탄 정권은 생존을 위해 투쟁 중이다. 그리고 사우디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슬람 왕국은 아직 세워지지 않고 있지만 알카에다 지도부는 매우 조급하면서도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impatiently patient). 그들은 작전상으로는 조급하지만, 전략적으로는 매우 침착하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0월 1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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