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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땅 한 평 '투기'하세요!" 외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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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땅 한 평 '투기'하세요!" 외친 까닭은?

[창간 10주년 기념 행사] 낙동강 상류 내성천 답사

<프레시안>은 창간 10주년을 맞은 지난 24일 임직원과 독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낙동강의 지류 내성천을 답사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10주년을 맞아 자연과 생태를 되돌아보고 싶었다"며 "<프레시안>의 창간 정신을 되살리고자 내성천을 찾았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정치도 평화도 중요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제기된 근대 물질 문명에 대한 더 근본적인 성찰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대표적 모래 강인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 천연 기념물인 원앙과 멸종 위기 종인 수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약 2시간에 걸쳐서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부터 물길을 따라 백사장과 모래톱이 여기저기 펼쳐진 내성천 상류를 맨발로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일행의 길잡이 역할을 맡은 지율 스님은 "낙동강 상류의 물과 모래 80퍼센트가 내성천에서 들어온다"며 "국내에서 왕버들 군락이 가장 많은 곳이 내성천"이라고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강조했다. 지율 스님이 앞장서 이끈 물가 모래밭에는 수달, 너구리, 고라니 등이 남긴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지율 스님이 "내성천을 방문하는 이들을 데리고 꼭 강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며 "지나가면서 보면 강은 2차원 평면 풍경에 불과하지만 직접 강 안에 들어가서 걸으면 살아있는 강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옷이 물에 젖을까 머뭇거리는 참가자를 독려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영주댐이 건설되면 내성천 상류 지역이 수몰되고, 물길이 막혀서 모래톱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율 스님은 "댐이 하나 생기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데 제대로 조사도 안 돼 있다"면서 "법이 걸리면 법을 바꾸고 환경부도 개발에 면죄부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율 스님은 또 "문제 제기만 많지 변화 과정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다"며 "사람들이 너무 강을 안 찾아 결국 강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시민 사회의 더 큰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구미·경천 댐은 2008년 완공되는 등 사실 (환경 파괴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돼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지난 24일 <프레시안> 창간 10주년 맞이 내성천 답사 행사 참가자들이 맨발로 강을 건너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내성천 트러스트 운동은 우리 강과의 '결혼 반지' 맞추기"

내성천 중류인 경북 예천군 개포면의 한 강가에서 지율 스님은 참석자들에게 본인이 제안한 '내성천 트러스트'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 일대 30만 평(99만㎡) 중 1만 평이라도 샀으면 한다"며 "사람들이 예전의 모습을 모르니 사라지는 것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한 평(3.3㎡)의 땅이 마치 결혼 반지처럼 강과 사람들을 묶어 주길 바란다"며 "내성천 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앎의 연대'가 가능하다. 1만 명이 한 평씩 내성천 주변의 땅1만 평을 사고 그 변화를 주시하고 있으면 누구도 감히 강에 손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율 스님은 "고흐 그림 한 점이 몇 천억 원씩 한다. 하지만 이 내성천 풍경을 돈으로 친다면 얼마겠느냐"며 "한 평 '투기'하면 돌아오는 게 많다. 이 풍경이 여러분이 나누는 풍경이 된다. 생명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성천에 대해 "보살처럼 아름다운 강"이라며 "이런 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것 지킨다고 환경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보 건설도 예정돼 있고 예천까지 유람선을 띄운다고 하는 등 이 지역에 사업이 많이 잡혀 있다"고 설명하자 한 행사 참석자는 분개한 듯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참석자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소회에 대해 "임종을 앞둔 정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러 온 것"이라고 표현했다.

▲ 행사 참가자들의 맨발자국과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겹쳐진 모래밭. ⓒ프레시안(최형락)

4대강 사업은 '무리수'…"준설은 하나마나"

지율 스님은 또 4대강 사업이 실효성이 없는 무리한 사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내성천 지류에서 (낙동강) 본류로 모래를 가져다 붓는 상황"이라며 "얼마전 비가 오면서 두 달 만에 모래가 떠내려왔는데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퍼내기 전인) 예전 모양과 똑같이 모래가 쌓여 모래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프레시안> 독자들 중 하나인 이원영(54) 수원대학교 교수도 "정부는 4대강 사업 일부가 완공됐다고 하지만 완공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이는 모순되고 거짓된 용어다. 준설은 하나마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내성천이 파괴되면 더 이상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할 수 없어서 이런 강의 회복 기능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프레시안>의 자발적 유료 독자 회원 '프레시앙'으로 대전에서 고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김현섭(48) 씨는 "4대강 공사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이 컸을 때 이런 모습을 못 볼까봐 데려왔다"며 "아이들에게 파괴되기 전의 있는 그대로의 강을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들 재현(16) 군은 "내성천을 걸을 때 발이 푹푹 빠지고 모래, 돌 때문에 발바닥이 아팠지만 물이나 하늘을 보는 것이 아주 멋졌다"면서 "잘은 모르겠만 이런 풍경이 없어지면 안 될 것 같다. 제가 커서 자식과 함께 올 때까지 이 풍경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씨 외에도 수십 명의 프레시앙들이 초청에 응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지율 스님 역시 "나도 프레시앙"이라며 "마침 제가 활동을 시작한 것도 2001년이고 <프레시안>도 같은 해 창간됐다. 지난 10년간 서로가 서로를 지켜봐 왔다"고 애정을 표시했다. (☞프레시앙 모집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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