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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故 박용길 장로 조문 관련 남북접촉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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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故 박용길 장로 조문 관련 남북접촉 불허

北, 김정일 명의 조전 보내와

통일부는 문익환 목사의 부인 고(故) 박용길 장로의 장례에 대해 북한이 조의를 표명하겠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이 개성을 방문해 이를 접수할 의사를 비친데 대해 27일 불허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6.15 북측위)가 남측위에 보낸 팩스에서 김양건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위원장이 오늘 개성에서 유가족과 장례위 관계자들을 만나겠다고 전달해왔다"며 "26일 오후 8시경 김상근 장례위원장 외 3명의 방북 문제를 (6.15 남측위 측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유가족이나 장례위원회가 방북해 (북측 인사를)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통일부의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상주(喪主)가 어디를 찾아가 조문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이나 예법, 국민 정서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장례위원회 측은 "통일부의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례위 관계자는 "조문을 개성에 가서 받으려는 게 아니라, 장례위원들이 북측의 조화나 친서 등을 개성에 가서 받아 유족에게 전달해 주겠다고 하는 것을 정부가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조의 표명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직접 조문단이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문서만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에는 장관급인 김양건 위원장을 보내 그 윗선의 조화나 친서 등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일부는 "만약 북측 조문단이 방한을 희망해 온다면 긍정적 검토를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문단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까지 했다"며 "(통일부의 대처가) 상식에 어긋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례위 관계자는 "남측위에서는 북측 조문단이 내려오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북측에서 '내려오는 건 어렵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북측이나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 남측 당국 모두가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5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故) 박용길 장로의 빈소 모습 ⓒ뉴시스

장례위원회 측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측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원했던 장례위원회로서는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었으나 (…) 남북관계를 고려하고, 또 북측이 전하고자 하는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개성 방문 문제를 정부와 협의했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통일부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장례위원회는 "(통일부의 태도는) 북측 조문단이 서울로 온다면 정중하고 안전하게 조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북이 내려오지 못한다면 개성이건 그 어디건 일체의 접촉조차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장례위원회로서는 정부의 진정성 없는 태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례위원회 관계자가 개성을 방문해 북측의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유족에게 전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그 길을 막고 있었다"며 "이러한 전반적 사태 진행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고(故) 박용길 장로는 문익환 목사의 부인이며 민화협‧통일맞이·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통일연대 상임고문과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 명예대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박 장로는 지난 2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오는 28일 오전 9시 30분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겨레장'으로 치러지는 박 장로의 장례식에서는 고은 시인이 조사를 낭독하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등이 조사를 할 예정이다.

北, 6.15 남측위 통해 김정일 명의 조전 보내…"유가족에게 전달해달라"

한편 '개성 접촉'이 무산된 이후 북한은 고인에 대한 조의를 담은 조전(弔電)을 보내온 것으로 이날 오후 알려졌다. 6.15 북측위는 6.15 남측위를 통해 "장례위원회에서 유가족에게 책임적으로 전달해달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된 조전을 전해왔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여사가 병환으로 서거했다는 슬픈 소식에 접해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박 여사는 그처럼 바라던 통일의 봄을 보지 못하고 우리 곁을 애석하게 떠났지만 그가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바친 애국의 넋은 북과 남, 해외 온 겨레의 마음속에 길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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