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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공백' 개탄하던 성우회 장군들, 위키리크스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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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공백' 개탄하던 성우회 장군들, 위키리크스를 보라

노무현 정부 전작권 환수의 '진실' 또 드러나

지난 2006년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에 관한 진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정보공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전문은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판이 허위에 기초한 정치공세에 불과했음을 보여줬다.

▲ 전직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2007년 2월 전작권 환수 합의에 항의하는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한국 포기'를 조장했다?

전작권 환수에 관한 보수세력의 대표적인 주장은 미국이 한국군의 전작권을 넘겨준 후 한국을 떠나려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2006년 9월 25일자 주한 미국 대사관의 전문은 그같은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름을 보여준다.

전문을 작성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안보) 공약은 (전작권을 이양한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 한국은 전작권을 행사할 준비가 부족해 안보 공백이 생긴다?

전작권 환수로 인한 안보공백론은 보수진영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는 같은 전문에서 "우리는 한국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우리의 평가를 강조해 왔다"고 거듭 언급했다.

버시바우는 또 "개인적으로도 한국의 당국자들을 만나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작전 태세가 보다 기민해진 것은 한국의 강력한 군사적 능력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태세가 더 강해진 것이라는 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 몇 가지 핵심적인 방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전작권이라는 중요한 책임을 이양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군의 능력이) 강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은 효과적인 한미동맹에 의해 국가 안보, 민주화, 경제 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의 필요에 의해 추진됐다?

보수진영은 '좌파'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작권 환수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작권 환수는 미국의 필요에 의해, 미국의 주도로 추진되는 것이었다. 한반도 외의 지역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주한미군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부시 행정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이는 버시바우 대사의 전문을 통해 확인된다. 그는 "우리 대사관은 '한국군의 전작권 환수는 상당히 빠른 시간에, 낮은 위험 상태에서 달성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평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07년 11월 30일 작성된 전문에서 주한 미 대사관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전작권 이양을 포함해 방위동맹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며 그러한 노력에 감사를 표할 만하다고 본국에 건의했다.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기로 한 것은 '감사할 만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2006년 9월 25일 전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주권 되찾기'로 호도하고 있다"며 한국 정치인들의 '정치적 활용'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버시바우는 "노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정권 교체 노력을 강화하는 와중에 '한국의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이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평해 환수 반대파들 역시 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봤다.

■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서두르고 있다?

같은 전문에는 전작권을 2009년에 돌려주고 싶어 하는 미국과, 2012년은 되어야 가능하다는 한국 고위 당국자들의 의견 대립이 소개되어 있다. 이 역시 '노무현 정부가 안보 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수를 서두르고 있다'는 보수세력의 공격이 사실과 달랐음을 보여준다.

버시바우 대사는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만남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윤 장관은 '미국 정부가 2009년 이양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2012년 이양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윤 장관은 미국이 이양 시기에 관해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고,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현 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버시바우는 또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관계자들과 만나본 결과 2012년 이양을 강력히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그들은 전작권의 조기 전환이 한반도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노무현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이며, 한미동맹에도 더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은 2009년 전작권을 넘겨주려는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한국에 양보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본국에 보고했다.

이러한 주한 미 대사관의 입장은 당시 미국의 수많은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과 일치한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은 미국의 당국자들이 내부적으로 전작권 문제를 협의할 때에도 공개 발언과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 시점 연기를 '한미동맹 복원'의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6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나 전작권 환수 시점을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미뤘다. 위키리크스 외교전문은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그 합의는 미국이 결코 원치 않았던 것임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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