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그해 4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전격 타결된 것과 한미 정상회담은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2008년 1월 18일자 주한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전문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인수위원 신분이던 현인택 현 통일부 장관과 최시중 현 방송통신위원장은 버시바우 대사와 전날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현인택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며 쇠고기 수입 허용 방침을 밝혔다. 현 장관은 "쇠고기 이슈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이 당선자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이 당선자가) 방미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한데 대한 답변이었다. 현 장관은 버시바우에게 이 당선자가 총선 이후인 4월에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4월 19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캠프 데이비드를 최초로 방문한 한국 대통령이 됐고 그 직전 한미 양국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에 전격 합의했으나 국민들은 대규모 촛불시위로 분노를 표시했고 이 대통령은 사과해야 했다. 이 외교전문은 '3급 비밀'(CONFIDENTIAL)로 분류돼 있으며 홈페이지 상의 공개일자는 지난달 30일이다.
▲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
한편,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의 송환을 미뤄 달라고 버시바우 대사를 통해 미국 측에 요청한 사실도 별도의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종하 전 외무장관(현 대한적십자사 총재)은 2007년 10월 25일 버시바우를 만나 이명박 후보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이며 김경준의 한국 송환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폭발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김경준이 대선 기간 중에 송환된다면 이는 '내정 간섭'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지양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현명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유 전 장관은 약 1주일 뒤인 같은달 31일에도 미국 측이 송환 연기 불가를 통보하자, 이 후보는 결백하지만 검찰은 대중들이 그가 유죄라고 생각할 만한 정보를 언론에 흘릴 것이라면서 이같은 정치적 행위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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