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영국의 리비아 석유 비밀전쟁 드러나다' 제하의 기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국가안보위원회(NSC) 구성원들을 설득해 외무부와 국방부 등 관련 부처 직원 6명으로 구성된 '리비아 석유 소조'라는 조직을 극비리에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앨런 던컨 국제개발부 장관의 주도로 창설된 이 조직은 영국의 유명한 첩보기관인 해외정보국(MI6)의 도움을 받아 카다피군의 석유 수출을 막고 유전에 대한 통제권을 반군에 넘겨주기 위한 지원 작전을 폈다.
비밀조직은 카다피 정권의 통제하에 있는 항구에 대한 나토의 봉쇄나 자위야로 이어지는 송유관 파괴 작전을 지원함으로써 카다피 정권에 대한 석유 공급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는 석유 부국이지만 정유시설이 부족해 정제된 휘발유와 경유는 수입에 의존해 왔다.
영국 정부 소식통은 <가디언>에 "석유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비살상 무기"라며 "카다피 정권은 에너지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다. 석유는 폭탄보다 더 효과적이고 다루기 쉬운 무기"라고 말했다.
▲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정유시설이 위치한 리비아 서부의 항구도시 자위야에서 반군 순찰차량이 경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
그러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 정황도 일부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비밀조직은 미국과 유엔(UN) 등의 리비아 석유수출 제재를 피해 반군의 원유 수출을 가능케 했으며 반군 측과 스위스 석유회사 '비톨'을 연결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반군은 원유를 수출하는 대신 정제된 휘발유와 경유를 수입했다.
따라서 리비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종결될 경우 비톨은 영국 정부의 후원에 힘입어 다른 석유회사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써 리비아 내전에 대한 서방의 개입은 석유 때문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톨과의 연계는 정치적인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밀조직 창설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던컨 장관은 과거 비톨의 고문을 역임했으며 이 회사의 이언 테일러 사장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 테일러 사장은 영국 보수당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때문에 야당인 노동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그러나 던컨은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톨이 위험을 감수하려 한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에 수혜자가 됐을 뿐이며 BP나 쉘 같은 다른 회사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영국 정부 소식통도 비톨과 비밀조직 사이에는 이해에 기반한 어떤 관계도 없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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