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류우익, 현인택보다는 낫겠지만 청와대 매파들 때문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류우익, 현인택보다는 낫겠지만 청와대 매파들 때문에…

"대북정책 유연성 발휘 궁리하겠다"…기대와 한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우익 전 주중 대사가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전환되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류 내정자도 31일 기자들과의 첫만남에서 '유연성'을 언급했다. 그는 "대북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할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리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 전환 메시지"라고들 하지만

그의 발언이나 청와대가 그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최근 여당에서조차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7일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한데 이어 28일에는 강경론자 딱지가 달린 현인택 장관의 교체를 대통령에게 거듭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현 장관을 통일정책특보로 임명해 청와대로 불러들이면서 최측근인 류 전 대사로 하여금 일정한 폭의 정책 전환을 통해 남북관계에 전기를 미련해 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언론들은 물론 외신들도 비슷하게 봤다. 미국 <AP> 통신은 30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 대북정책 선봉장 교체'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중앙인민라디오방송> 등 중국 매체들도 통일부 장관 교체는 대북정책이 대화와 교류 쪽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대북정책이 일정폭 바뀔 것으로 보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일부 장관 교체는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남측이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며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리라는 것"이라고 <AP> 인터뷰에서 말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개각에는 여야 정치권의 정책 전환 요구가 투영돼 있다"며 "기존 대북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운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류 내정자가 진보적 인물은 아니지만 현 장관이 워낙 '원칙'이란 걸 고수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조금 전향적으로 풀어가리라는 기대가 있다"라며 "일정한 정책 전환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류우익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인택보다야 낫겠지만…" 회의론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장용석 연구원은 "문제는 대북정책은 류 내정자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청와대 참모진 내의 대북 '원칙주의'가 여전히 존재하고 대통령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징후를 보이지도 않았다"라며 '기대'를 경계했다.

그는 "대북정책을 전환하려면 근본적인 인식과 기조를 바꿔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과 같이 '한 방'에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면서 정치적 성과를 위해 전환을 추진한다면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일단 사람이 바뀐 것에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현인택 장관이 아무 것도 안 했기 때문에, 류우익이건 누구건 바뀌었다는 점에서 현 장관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류 내정자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감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현재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니까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면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이 정책 전환의 명분이 될 수 있지만, 여전히 청와대 참모진은 강경책을 주도했던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짤막하지만 더욱 강력한 회의론을 폈다. 그는 "류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인물로 정부 초반 대북관계 '밑그림'을 그리는데 참여했던 사람"이라면서 "처음에 잡았던 방향대로 갈 것이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남-북-러 가스관이 돌파구 될까

어찌됐건 경색된 남북관계에 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의제가 있다면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최근 홍준표 대표는 "11월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3자간 실무협상을 예상했다.

이에 대해 류 내정자는 "남북관계를 잇는 인프라가 남북에 모두 득이 된다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전문가들은 가스관 연결 사업의 성사 가능성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장용석 연구원은 "북한에 의한 에너지 안보 위협이나 북러간 수수료 분쟁으로 인해 중단될 가능성 등 외적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 정부가) 결단하기 나름"이라며 "동북아 협력 차원에서 접근하면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는 긍정적인 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연철 교수도 "(가스관이 성사되려면) 대북정책을 바꾸면 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나 북핵 문제 해결 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수송로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 수준의 신뢰관계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 수준의 낮은 신뢰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이 우선 전환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정 전 장관은 "남북관계가 막힌 상황이라 부정적으로 본다"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내에서도 현재 북한과의 협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 간에 가스관 문제를 논의할 채널 자체가 없다"며 "북한과 (협의가) 진행중인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수해 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의에 답도 보내오지 않고 있고 금강산 내 남측 인원들을 사실상 추방한 상태에서 이같은 협의가 이뤄질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