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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시처럼 될라' 허리케인 대비 '조심조심'

최소 21명 사망, 재산피해 70억 달러 추정…"생각보다 경미한 피해"

지난주말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을 포함한 동부 해안 일대를 덮친 열대성 폭풍 '아이린'은 많은 미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시민 37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홍수 피해에 대비해 지하철 운행 중단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대규모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AP> 통신은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이 한때 잠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소간의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사전에 우려됐던 것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허리케인에서 '열대성 폭풍'으로 아이린의 등급을 떨어트렸다.

많은 미국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 중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 26일 당시까지는 2등급 허리케인이었던 아이린이 뉴욕을 향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바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그날 저녁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다음날 오마바 대통령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해 크레이그 퓨게이트 청장 등으로부터 아이린의 진로와 당국과 주민의 대비 상황을 보고 받았고, 28일 아이린이 뉴욕을 지나 북동쪽 뉴잉글랜드주(州)로 이동하면서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중에도 백악관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05년 미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평가받는 '카트리나'에 대해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잘못 대처함으로써 지지율 추락을 불러온데 대한 '학습효과'로 보인다. 카트리나에 늦장 대응했다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친 와중에도 별장인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 머물렀으며, FEMA 당국자들과 함께 크로포드 목장에서 브리핑을 했다. 부시는 "충분히 준비가 돼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상상을 초월한 카트리나의 위력이 드러나자 "좌절이다. 누구도 하천의 둑이 무너지리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라면서 말을 바꿔야 했다.

'끝나지 않았다'는 오바마의 신중한 태도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정치적 고려도 담겨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열대성 폭풍 아이린으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면서 미국 뉴욕주 사우스햄프턴 주민들 일부는 카누를 사용해 거리로 나섰다. ⓒ로이터=뉴시스

아이린 피해 규모 "생각보다 적었다"

실제로도 아이린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28일 <AP> 통신에 따르면 강물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여울은 급류로 변했고 버몬트 주에서는 최소 3개 이상의 도시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AP>는 아이린으로 인해 미 전역에서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7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헀다. 뉴욕시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자연재해로 인한 운행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4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사고 예방을 위해 핵발전소 2곳의 가동도 중단됐다.

하지만 인명이나 재산 피해 모두 당초 우려보다는 경미한 수준이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시민들에게 아이린은 '일어난 일' 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 더 많았던 허리케인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고층 빌딩의 유리창이 깨지지도 않았고,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지도 않았으며, 전력 차단이 (홍수 피해 확산 차단을 위한) 예비조치로 취해지지도 않았다. 맨해튼 주변을 흐르는 강이 범람한 것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경제적 손실 70억 달러도 예상보다는 적은 규모다. 간접적인 피해를 합산하면 4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복구작업으로 인해 고용 창출 효과 등 긍정적인 요소도 일부 있어 손실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해 지역이 인구가 밀집된 동부 해안 지역이라는 면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폭풍'이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피해 수준에 미국인들은 안도하고 있다. 2005년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는 1605명, 경제적 손실은 810~1330억 달러로 추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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