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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다시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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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다시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설'

[분석]이탈리아 국공채만 100조원 상환예정, 외국계 자금 썰물

요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현재 유로존에서 디폴트 위기가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주변국 3인방'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중심국들로 번지는 가운데 9월에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의 국채 상환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다음달에만 687억 유로(약 106조원)에 달하는 국공채 상환이 예정돼 있다. 월별 기준으로 향후 2년 내 최대 규모다. 이후에도 이탈리아는 매달 몇십조원씩 국공채 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4개국이 9월 중 상환해야 할 국공채 규모를 합하면 854억유로(132조4554억원)로 하반기 들어 가장 많다.

이때문에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1, 2위 경제대국들이 상당한 부담을 떠안는, 특단의 합의가 나오지 않는 한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 이탈리아 국공채가 100조원 넘게 상환만기가 돌아오는 9월에 프랑스 은행 등 유럽 은행발 금융위기가 터질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철문이 닫힌 이탈리아 증권시장 '보르사'의 을씨년스러운 모습. ⓒAP=연합
3개월 사이 외국인 자금 7조원 '셀 코리아'

'9월 위기설'은 이미 국내에도 상륙했다.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가 6% 넘게 하락하며 국내 증시 사상 3번째로 큰 폭락세를 보이는 등 8월 들어 '역사적인 폭락장세'를 연출한 배경에는 '9월 위기설'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2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34.18포인트(1.96%)나 빠진 1710.70으로 마감하며 간신히 1700선을 지켰지만,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위기설을 반영하듯 유럽계 자금 등 외국인 자본이 집중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불과 3개월도 안돼 무려 7조원 정도가 빠져나갔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 자금 순유출액은 1조211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유럽계 자금 이탈에 이어 그동안 순유입을 기록했던 미국계 자금도 19일 559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위기는 프랑스의 주요은행들의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금융위기로 촉발되는 뇌관으로 프랑스 은행들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프랑스 은행들은 유독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들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들은 현금 보유를 기준 이상 맞추려면 한국처럼 유동성이 좋은 시장에 투입된 금융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빼낼 수밖에 없는 형편에 몰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유럽 은행은 프랑스 제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로 그 규모가 92억 유로(약 100조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1위 은행 BNP파리바(66억 유로), 영국의 2위은행 바클레이스(69억 유로), 영국 최대 은행 RBS(53억 유로), 유럽 최대 은행 HSBC(51억 유로), 독일의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45억 유로) 등도 보유한 부실 국채 문제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은행발 위기설로 유럽 2위의 경제대국 프랑스마저 미국에 이어 국가신용등급 '트리플 A' 대열에서 탈락할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까지 나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이어 프랑스마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프랑스 쇼크'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미 소시에테제네랄은 그리스 국채를 6000억원 정도 일부 손실처리한 것만으로도 올해 2분기 순익이 전년 대비 30%나 줄어들었다. 이 은행은 아직도 우리 돈으로 4조원 정도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통상 20% 정도는 손실처리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프랑스 등 유럽의 어느 한 주요은행만 파산 위기에 몰리면 그야말로 연쇄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유럽의 은행들의 리스크가 서로 얽혀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은행감독기구(EBA)가 실시한 은행 건전성 평가(일명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었던 유럽의 90대 은행들은 향후 2년내에 무려 5조4000억 유로(약 8150조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GDP의 45%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국내의 상황에 비유하자면, 한국의 GDP가 1000조원 정도인데, 국내 은행들이 향후 2년내에 500조원 정도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자본이 부족한 상태로도 유럽 은행들이 버텨온 비결은 설마 유로존 국채가 부도가 나는 일은 없다는 전제에서 단기자금을 서로 빌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로존 디폴트 위기로 이런 전제가 깨져버렸다. 이제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 파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상황에 비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사이드 쇼, 즉 그저 별도의 볼거리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매도 조치 이후 증폭되는 '프랑스 쇼크' 우려

이처럼 유럽의 주요 은행들에 대한 부실우려가 커지자 단기자금을 서로 빌려주기 꺼려하는 자금경색 조짐이 3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7일 유럽의 한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에 고금리로 5억 달러를 긴급 차입했다는 소식이 유럽증시를 강타하기도 했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지난 12일부터 15일간의 일정으로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간판은행들이 공매도 대상이 돼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고,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자 프랑스 금융당국이 발빠른 조치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 전체가 공매도 금지에 합의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결국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등 부채위기로 흔들리는 다른 3개국과의 합의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조치는 하루 이틀 주가를 떠받치는 효과를 줄 뿐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서둘러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그만큼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줘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후 유럽 증시 등 세계 주요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조치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의 반응과 유사하다면서 꼭 3년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 총대 맨 독일, 진퇴양난

유로존의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제는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로본드는 유로화를 함께 쓰는 나라들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유로본드를 발행할 수 있다면 요즘 그리스 같은 나라도 건실한 다른 유로존 국가 덕에 훨씬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그러면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정이 통합되지 않은 유로존 국가들이 단일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재정이 넉넉한 나라가 재정이 부실한 나라를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는 것과 같다.

당초 유로본드에 회의적이었던 프랑스마저 위기에 빠지니까 유로본드에 전향적인 태도로 바뀌었지만, 재정이 건전한 독일이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로본드는 무엇보다 독일이 정치적으로 합의해주기 쉽지 않은 문제다. 경제위기에 빠질까봐 알뜰살뜰 살림을 해온 독일 국민들이 왜 다른 나라들의 빚을 우리가 갚아줘야 하느냐 불만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로존 위기에 총대를 맨 모양새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고, 9월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힘든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로존에 함께 있는 한 독일도 유로존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독일도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처럼 재정이 건전한 나라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재정이 부실한 나라에는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국가별 이익차등' 등의 조건을 붙여서라도 유로본드 발행을 해야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유로존에서 독일이 빠지거나, 그리스 등 주변국들을 유로존에서 빼버리는 방법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금융위기가 터질 수밖에 없어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의 글로벌 경제위기 경고

이에 따라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위기가 다시 온다면 3년전처럼 폭발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기보다는 아주 낮은 성장률이 지속되는 장기침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 세계 금융위기 역사를 고찰한 학자들은 현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과도한 부채위기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진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위기는 해소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리한 저성장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존은 지난 2분기에 0.2%에 불과한 사실상 제로 성장을 하고 있다. 유로존을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는 0.1% 이하로 오히려 평균을 깎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전분기에 비해 훨씬 급격한 위축세를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역시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소비심리를 보이고 있고, 1%대로 성장세가 급하게 꺾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등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시대로 돌입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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