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회장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자신과 같은 '슈퍼부자'들이 지나치게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비판한데 이어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간) 방송을 통해서도 재차 같은 입장을 밝혔다.
버핏은 이날 미국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특히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위원회에 소속된 미 연방의회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만약 12명의 독자에게만 내 칼럼을 읽게 할 수 있다면 바로 그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세율이 높아지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 한 번 반박했다. 그는 세율이 높았던 지난 1980~2000년 동안 4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면서 "그 다음(2000년 이후)에 이어진 상황이 바로 낮은 세율과 낮은 일자리"라고 꼬집었다.
▲ 미국 투자기업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80) ⓒ로이터=뉴시스 |
환영 여론 압도적…조지 소로스도 "버핏에 동의한다"
이같은 버핏의 주장에 대해 여론은 환영하는 반응이다. 미국 <MSNBC> 방송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약 5만5000명의 미국인 중 95%가 버핏의 생각에 찬성했다.
'헤지펀드의 대부'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도 대변인을 통해 버핏의 주장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대변인은 "소로스 회장은 버핏의 발언에 동의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며 그가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거부함으로써 바로 자신들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버핏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지난 4월 조사해 보도한 '더 많은 세금을 낼 의향이 있는 백만/억만장자 12명'이라는 기획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데일리비스트>는 최근 버핏의 14일 기고문 내용을 인터넷판에 다시 업데이트했다.
버핏 외에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테드 터너 <CNN> 설립자와 같은 미국 재계의 살아있는 전설들과 헤지펀드계의 대부인 투자자 마이클 스타인하트, 톰 스타이어 '퍼랠런 캐피탈' 회장 등도 '12명의 부자들'에 포함됐고, 영화 <본 아이덴터티>‧<미스터&미세스 스미스>의 더그 라이만 감독, 배우 마크 러팔로와 에디 팔코 등 문화계의 갑부들도 동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15일 타운홀 미팅에서 "버핏은 그가 자기 사무실에 있는 누구보다, 심지어 자신의 비서보다 적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버핏의 주장에 환영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색'은 그가 공화당 보수파에 맞서 최부유층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부시 감세' 철폐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버핏의 발언은 재정적자 감축 방안으로 정부지출 삭감 뿐 아니라 세수 확대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 오바마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지난달 말 공화당과의 부채상한선 증액 협상을 통해 오는 11월까지 활동할 12명의 초당적 위원회에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화당, 버핏에 반박
그러나 '부시 감세'를 유지할 것을 주장해 온 공화당 인사들은 버핏의 발언에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공화당 인사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버핏의 '진정성'을 겨냥하고 나섰다고 <LA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텍사스가 지역구인 존 코닌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버핏과 같은 증세 옹호자들을 위해 미 재무부는 정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자원 모금을 진행할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너나 내라, 세금'이라는 식이다.
에릭 캔터 하원의원의 대변인은 "만약 버핏이 더 많은 세금을 내길 원하거나 정부에 더 많은 돈을 보내고 싶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캔터 의원은 하원의 공화당 원내대표로 세금 인상 반대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앞서 버핏은 '부자 증세'가 이뤄지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적어질 것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에 대해, 자신이 지난 60년 간 투자를 해왔지만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꺼렸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정면으로 맞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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