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영국 폭동 사태, 인종갈등이 아니라 계층갈등 폭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영국 폭동 사태, 인종갈등이 아니라 계층갈등 폭발"

[진단]"화려한 이벤트에 가려진 영국의 위선 드러난 수치"

약탈과 방화로 얼룩진 영국의 폭동 사태가 소강 사태를 보인 11일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후속 대책에 대한 갖가지 주문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카메론 총리는 긴축계획을 완화하는 대신, 치안은 강화하고, 지역공동체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카메론 총리는 지금까지 폭동의 주범은 기회주의적인 범죄자들일 뿐이며,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한 정책에 대한 반발이 폭동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일축해 왔다.

하지만 영국에서 수십년래에 최악의 폭동이 벌어진 원인으로 지역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불평등과 공공서비스 대폭 축소, 극심한 청년실업 사태 등을 꼽고 있다.
▲ 11일 런던 북부 빈민가에서 경찰이 폭동에 가담할 우려가 있는 젊은이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날 경찰 병력 동원이 강화되면서 영국의 폭동 사태가 소강 상태로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AP=연합
"영국의 불평등한 현실 원인, 이번 사태로 부각될 것"

이어 <로이터>는 "무엇 때문에 폭동이 일어났고 확산됐으며, 경찰은 폭동 사태에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라면서 "피폐한 도시 낙후지역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부자 동네가 있는 불평등한 현실도 이번 사태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폭동의 배경과 관련, "지난 18개월 동안 경기침체 속에 20%가 넘는 청년실업률과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을 주는 높은 물가 상승 등으로 빈부격차에 대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의 폭동 사태는 일단 휴가간 모든 경찰이 복귀명령을 받고 동원되면서 떼로 몰려다니며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 행위는 원천 차단되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진정한 원인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힘으로 누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차 대전 런던 폭격 이후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

일부 전문가들은 영국의 폭동 사태의 배경으로 긴축재정이나 인종갈등보다는 계층갈등의 폭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최빈국도 아니고, 긴축정책이 아무리 혹독해도 갑자기 살기가 어려워져서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인종차별에 따른 갈등도 이번 폭동에 백인 젊은이들도 많이 가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종을 가릴 것 없이 가뜩이나 희망을 잃고 좌절에 빠진 영국의 많은 젊은이들을 자극한 위선적인 지도층에 대한 불만이 폭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진단이다.

지난 4월말 '세기의 결혼식'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된 왕실결혼식과 내년 7월 런던올림픽으로 포장된 '화려한 이벤트'에 가려졌던 청년실업과 빈부 격차로 점철된 영국의 이면이 폭발적으로 노출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언론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이 폭격당한 이후 가장 수치스러운 사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보수당의 정책도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기만적인 측면이 강하다. 허리띠를 졸라매자면서 대학 등록금은 상한선을 폐지하고 현재보다 3배까지 인상을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고교 졸업 전후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영국에서 연간 대학등록금이 2000만원 선으로 치솟게 되는 영국의 대학은 부잣집 자식들의 전유물이 되고 만다.

주류 언론, 기득권층에 유리한 경제사회 구조는 애써 외면

이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기회의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세계적인 변화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이들에 따르면,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고, 노르웨이 학살사태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정부와 주류 언론들은 흔히 "일부 빈민자들의 범죄행위'라거나 "미친 개인의 소행"으로 치부해 왔다.

어느 한 곳에서 일회적인 사건이 벌어졌다면 이렇게 설명하고 넘어가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힘들어졌다.

사건의 배경에 경제적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도한 복지 지출" 때문이라는 등 어디까지나 소수의 기득권층에 유리한 경제사회 구조가 원인으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논조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영국 뿐 아니라, 남미에서도 가장 잘 산다는 칠레, 그리고 중동의 선진국이라는 이스라엘에서 지금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그것도 아주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바로 상대적 빈곤, 빈부격차, 계층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념적으로는 부의 배분이 편중되는 것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가 이런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나라들에서 시위와 폭동이 갈수록 잦아질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