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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유럽 극우파들과 '페북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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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유럽 극우파들과 '페북 친구'

범행 직전 성명에서 영국 EDL, 벨기에 블람스벨랑 등 언급

76명이 숨진 노르웨이 테러사건의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범행 한 시간여 전 자신의 생각을 담은 문건 '2083: 유럽 독립선언'을 극우정당 관계자 등 1000여 명에게 이메일을 통해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비크가 평소 극우주의자들과 어느 정도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정황이다. 따라서 범행에 직접 관련은 없다 해도 최근 유럽 내에 만연한 극우 이데올로기가 간접적으로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더 힘을 얻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브레이비크가 범행을 저지르기 90분 정도 전인 오후 2시9분, 1500페이지 분량의 이 문서를 1003개의 이메일 주소를 대상으로 보냈으며 이중 250명은 영국 내의 지인들이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메일에서 '앤드류 버윅'이라는 영어식 이름을 사용한 브레이비크는 '선언'과 함께 자신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의 링크 주소도 같이 보냈다. 그는 "이것은 당신들을 위한 선물"이라며 "아는 사람 모두에게 다시 전달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가디언>은 벨기에의 극우정당 블람스벨랑('플랜더즈의 이익'이라는 뜻) 소속의 한 의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메일 수신자 중의 하나인 이 의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신자들 중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사람 등이 있지만 영국인이 가장 많았다"며 자신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블람스벨랑은 브레이비크의 '선언'에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브레이비크는 이 정당에 친밀감을 표시했으며, 정당 지도자 필립 드빈터의 "브뤼셀과 쾰른은 이슬람화(化)에 무릎을 꿇고 굴복하는 시장(市長)들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 76명이 사망한 노르웨이 테러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범행 사실을 인정한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AP=연합뉴스

영국 극우단체 회원들과 '친구 사이'

브레이비크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사람들 중 영국인들이 가장 많았다는 소식은 영국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EDL)과 브레이비크 사이에 연계점이 있을 것이라는 정황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인종주의 반대 단체 '서치라이트'는 EDL과 브레이비크 사이에 상호 교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온라인 메시지를 통해 EDL에 "이 대륙에 드리운 사악한 조류인 이슬람화(化)를 되돌리기 위해 유럽은 당신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며 "훌륭한 일을 계속하라"고 격려한 노르웨이식 닉네임을 사용한 사용자가 바로 브레이비크라고 서치라이트 측은 주장했다.

'지구르트'(Sigurd)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사용자는 다른 메시지에서는 "노르웨이의 가장 큰 문제는 진정한 언론 자유가 없다는 것으로 모든 정치 사안은 좌파적인 시각에서 다뤄지고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멍청해진다"며 "지난 50년간 노동당 정권이 집권한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지금 이에 대한 각성이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닉네임은 브레이비크가 '선언'에서 영국 극우그룹과의 연계에 대해 말하면서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그는 2002년 런던에서 열린 극우단체 '유럽 성당기사단(나이트 템플러)'의 창립 모임에서 자신이 '지구르트'라는 코드명을 받았다고 '선언'에서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나 '지구르트'는 북유럽 영웅담에 등장하는 유명한 이름인 만큼 EDL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용자가 꼭 브레이비크라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브레이비크는 '선언'에서 EDL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사실 나는 초기단계부터 선전 전략을 포함해 EDL을 사상적으로 지원한 사람 중 하나"라면서 "600명의 EDL회원들과 페이스북에서 친구 관계를 맺고 있고 10명 이상의 EDL 지도자와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EDL 측은 브레이비크와의 연계설을 강력 부인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어떤 형태의 극단주의도 반대하는 평화적인 조직이라며 브레이비크의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25일 <텔레그래프>는 복수의 EDL 관계자들이 브레이비크와 이 단체 회원들의 만남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비크는 지난해 3월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게에르트 빌데르스의 연설을 들으러 런던을 찾았을 때 EDL 지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EDL의 시위를 조직했던 대릴 홉슨 등 이 단체 관계자들은 브레이비크가 회원들을 만났다고 말했으며, 다른 핵심 회원도 브레이비크가 페이스북을 통해 EDL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했다고 전했다.

한 EDL 관계자는 <텔레그래프>에 "(브레이비크는) 대단히 지적이고 생각이 분명했으며 붙임성이 있었다. EDL 안에 그의 말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대화를 나눌 때 그가 '최면을 거는 것 같은' 화술을 선보였다며 "히틀러와 같았다"고 묘사했다.

한편 스티븐 레넌 EDL 대표는 일부 유럽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레넌 대표는 반(反)이슬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표현할 민주적인 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에서와 같은 '괴물'이 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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