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2일 밤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의 마지막 단계인 현행 Baa3에서 마침내 정크(투자부적격)등급인 Ba1으로 한단계 강등했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을 유지, 추가 강등을 예고했다. 이로써 한 때 한국이 본받아야할 '강소국' 모델이자 2년전만 해도 '트리플 A'의 최고의 신용등급이 부여됐던 아일랜드는 '투기적 금융업'의 위험성을 보여주듯 순식간에 몰락했다.
▲ 12일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아일랜드마저 투기등급으로 강등되자 뉴욕증시 등 세계 주요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AP=연합 |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 포르투갈을 Baa1에서 투기등급 Ba2로 무려 4단계를 한꺼번에 강등한 무디스는 아일랜드의 등급을 낮춘 이유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를 밝혔다"면서 "앞으로 이들 유로존 주변국들은 민간 채권자까지 나서야 하는 추가 구제금융 등이 이뤄져야 할 상황이 되면서, 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에서 제안한 이른바 '프렌치 해법'처럼 억지로 민간 채권자들이 유로존 주변국들의 국채 상환을 연기해주거나 사실상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추가 지원을 한다고, 이들 나라의 부채 상환 능력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제 국제 투기세력은 '유로존 주변국'의 문제조차 공동으로 대처해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유로존 중심국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펀더멘털로 볼 때 유로존이 서서히 붕괴할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유로존을 크게 흔들어 투기적 차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국채가격 폭락 사태에 이어 아일랜드의 투기등급 강등 소식이 연타하자 유럽의 주요증시와 미국의 뉴욕증시 등은 이번주 들어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펀드 울상
12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58.88포인트(0.47%) 떨어진 12446.88에 거래를 마감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1% 가깝게 급락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2일까지 설정액 10억원, 설정기간 6개월 이상인 유럽 펀드 20개의 평균 수익률이 1.6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6.08% 수익을 거둔 국내 주식펀드에도 크게 못미치는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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