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중국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4650을 기록했다. 지난 4월 하순 심리적 저항선(psychologically important level)인 6.5위안을 돌파한 이후 연일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05년 7월 중국의 제2차 환율제도 개혁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이 1994년 1월 종래 이중 환율제를 단일화하면서 공정환율을 5.77위안에서 8.72위안으로 상향 조정했음을 감안한다면 현재 환율은 지난 1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시야를 넓혀 국가 경제력 수준과 연계할 경우 위안화는 역사상 '가장 비싼' 상황이다.
위안화가 이처럼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지수(DXY)가 연초 79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양적완화정책, 저금리 수준, 경제성장 부진, 연방 재정적자 탓이 크다.
대내적으로 볼 때 중국은 국내 곡물 및 야채 가격 폭등세가 진정된 후 수입성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으로서 환율도구를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 수입성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안은 이자율 및 환율 조정이다. 하지만 금리와 지준율이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라 있는 상황이어서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현 시점에서의 평가절상은 중국의 3대 수입품인 주요 원자재, 석유, 철광석 등의 도입가격을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 ⓒ중국 인민은행 |
위안화 환율변동은 극명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 중국경제의 부상과 미-중 상호의존도 심화로 인해 위안화 환율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첨예한 논쟁 야기하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 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수반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우선 '약한 위안화(cheap RMB)'의 상반된 측면을 보자. 중국 내 일자리 확대효과와 미국 소비자의 중국 상품(made in China) 저가구입 기회확대는 양국에게 각각 득이 되는 측면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에선 저급 일자리가 줄어들고 중국에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위축될 수 있다. '강한 위안화(strong RMB)'의 경우도 상반된 측면이 있다. 미국의 미숙련 일자리 수와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확대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선 일자리가 줄어들고 미국 소비자들은 구매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시야를 좀 더 키워 보자. 강한 위안화는 미국의 세계경제 리더역할에 악영향을 야기하며 중국의 동아시아 무역 및 금융협력분야 진출 확대로 미국의 역내 위상이 위축될 수 있다. 동시에 각국의 미 달러 의존도가 감소하면 미국의 재정적자 대응역량이 타격을 입게 된다.
물론 미-중 간 무역불균형 교정 및 양국 간 교역량 확대라는 측면도 있고 나아가 글로벌 범위에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효과, 자원배치 개선, 금융부문 협력확대 등이 가능해져 세계 각국이 혜택 받는 측면도 존재한다. 주목할 점은 최근 상황이 미-중 양국 모두에게 위안화 강세 필요성을 강하게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물가급등이 최대의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구조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위안화와 중국 내수시장의 관계를 살펴보자. 강한 위안화는 이론적으로 볼 때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효과를 나타내 새로운 거대 내수시장 출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 확대효과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개혁조치를 포함한 선결조건이 필수적이다. 의료·교육·연금부문의 개혁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과도한 저축률을 줄이는 등 국민 실질 소비력을 제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경제가 장기간 '약한 위안화'에 기반을 둔 수출 주도형에 익숙해있어 단기간 내 과감한 개혁과제 추진이 어려운 측면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선택 : 위안화 환율전망 시나리오
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첫째, 일시적 대폭 평가절상 방안이다. 20% 내외의 대폭 평가절상을 일시 단행 후 3~5년 간 환율을 묶어두는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평가절상 심리 제거가 가장 큰 목적이다. 이 경우 노동집약업종을 포함한 제조업 부문에 수출타격이 예상되고 그 파급영향으로 실업 증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방직업의 경우 평균 이윤율이 3~5%에 불과해 일시 대폭 절상은 7만 개 방직업체에 심각한 경영난을 불러올 것이다. 기계전자업종의 경우 3% 평가절상 시 가전, 자동차, 휴대폰 생산기업의 이윤 30~50% 가량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있다.(中國機電産品進出口商會) 이 방안은 중국 정책당국자 및 주류 경제학자 대부분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채택될 가능성이 극히 미미하다. 현실적으로 일시 대폭 절상은 중국 뿐 아니라 주요 상대국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이다.
다음은 점진적 소폭 평가절상 방안이다. 제2차 환율개혁 단행(2005.7)후 2008년 7월까지 이어진 평가절상 방식을 다시 쓰는 것이다. 이 방안은 제조업 부문 수출타격을 막고 실업급증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하지만 지속적 평가절상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제자본의 중국 유입을 가속화할 것이고 유동성 범람에 따른 물가 불안, 부동산·증시 등 국내 자산시장 가격폭등이 예상된다. 2005년 7월 이후의 실물경제 불안양상을 경험한 정책당국으로서는 채택 가능성이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점진적 평가절상을 하면서 정책조정을 병행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정책조정이란 거시경제조정정책과 자산 가격 안정대책을 동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점진적 소폭 평가절상 시나리오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광범위한 개혁조치를 내놓고 있다. 완만하기는 하지만 의료·교육·연금부문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고 과도한 저축률을 줄이려는 노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국이 12.5 규획의 핵심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경제 발전방식 전환, 교역조건 개선, 국민복지 증진 등에도 가장 부합하는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 위안화 평가절상은 정책조정과 병행해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뉴시스 |
긍정과 부정의 교차
만약 위안화가 단기간 내 일정 폭 이상으로 평가 절상된다고 가정할 때 그 영향은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긍정과 부정이 교차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수혜 그룹과 충격 그룹이 혼재한다. 수입비중 높은 기업(석유, 철강, 항공, 하이테크 등)들은 구매조달비용이 인하될 것이다. 위안화의 대외 구매력 제고로 개인 해외여행과 해외유학 기회가 커지고 수입품 구매 확대효과도 있다. 해외투자비용이 줄어들어 중국기업의 해외투자(走出去 저우추취)가 확대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수입품 위안화가격이 인하되면 수입성 인플레이션(비용인상 인플레이션 cost-push inflation) 압력이 완화되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평가절상 기대감이 지속될 경우 '핫머니 유입 증가→악성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충격 그룹은 수출업체(방직, 기계전자 등)들이다. 이윤 하락으로 상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평가절상 또는 그 기대감만으로도 중국 부동산시장과 증시는 세계 최대 금융투기시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물론 평가절상이 소폭에 그치고 추가 절상 기대감도 크지 않을 경우 수혜 또는 충격 상황도 제한적일 것이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여러 차원의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하며 한국경제와 한국기업도 양면(긍정-부정 교차)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에 비해 한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국 원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 2만 개를 상회하는 중국투자 한국기업들도 상반된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결국 단순히 평가절상 여부에 따른 영향보다는 평가절상의 폭과 시기, 원화의 동반 절상 여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위안화 구매력상승에 따라 중국에 수입증가 효과가 발생하면 이는 한국으로서는 대중국 수출증가 요인이 된다. 수출품목 성격별로 상이한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산 대비 상대적 우위인 기술기반 상품(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철강, 자동차 등)은 큰 효과가 없겠지만 중국산과 경합을 벌이는 품목(가전, 섬유, 컴퓨터, 금속)은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한국산의 가격경쟁력 제고로 대중 수출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다른 차원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한다면 한국의 대중국 원자재 및 중간재 수출이 동반 감소할 수 있다. 수입 측면을 보자.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중국산 수입가격(농수산물, 의류 등)이 상승하면 한국 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중국 주력 수입품은 가격변동에 비탄력적이며 한국기업의 중국 현지 생산품이 많아 위안화 평가절상이 대중국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대중국 수입품 가격 급등 시 동남아 등지로부터 대체 수입이 가능하다면 국내 물가불안요인 제한적인 선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투자에 있어서는 위안화 환산 투자비용 증가에 따라 대중국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연해지역 투자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중서부 지역 투자는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중국기업의 대한국 투자확대가 기대되나 원화의 동반 평가절상 시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위안화 평가절상 추이와 효과에 과도하게 신경 쓰기보다는 중국의 정책 추이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환율변동에 따른 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중국에 대한 정보력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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