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년마다 이루어지는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에 의하면, 전국 580여개 채택지구의 교육위원회는 5~6월 진행되는 교과서 전시회를 통해 학부모와 교사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각 지역 단위로 내용에 사용할 교과서를 채택하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교과서 채택이란 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지만, 최근 일본의 상황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 3월 2일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 방문 아시아역사연대 요청서 전달 모습 ⓒ양미강 |
요코하마는 2011년 교과서 채택 국면에서 전국 최대의 교과서 시장인 동시에 일본 우익교과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위험한 교과서'를 만든 장본인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이 바로 바로 요코하마다. 일본 우익들이 이 지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2009년 요코하마의 8개 지역에서 지유샤를 채택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채택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육위원 6명 중 4명이 지유샤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요코하마는 18개 채택구가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에, 요코하마시 관내 7만6000명이 사용하는 교과서가 한꺼번에 채택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 우익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한 차례 채택되었고, 올해 채택된다면 2% 정도의 채택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2001년 우익교과서 채택률 0.039%, 2005년 0.39%에 비하면 이 지역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 바로 요코하마다.
이같은 상황이 요코하마를 교과서 채택의 격전지로 만들고 있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들과 우익단체들의 한판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는 교과서 채택 과정이 불투명해 일본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받아왔다. 예년에는 거수를 통해 교과서를 채택했지만, 2009년에는 역사과목만 무기명 투표를 하는 등 채택 절차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또한 현 이마다 타아히코(今田忠彦) 교육위원장이 지유샤의 대표집필자와 사전에 몇 번이나 만나는 등 불공정한 채택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었다. 지난 6월 22일에는 자민당 요코하마지부 연락회와 자민당 요코하마시의회단이 새역모 계열의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야기 히데츠쿠를 초청한 강연회를 개최했다. 요코하마의 정치인들이 교과서 채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 6월 17일 도쿄 대집회 요코하마교과서채택연락회의 지역보고 모습 ⓒ양미강 |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양심적인 시민그룹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고 있는 요코하마 교과서채택연락회(이하 요코하마연락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의 불투명한 교과서 채택을 투명하게 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지난 6월 승소판결을 받았다. 교과서 조사원의 명단 공개 소송에서 재판부는 시민단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요코하마연락회는 가두선전, 학습회 개최, 시교육위원회 요청 활동, 감시 및 모니터링을 비롯하여 법률가, 연구자들과 연계하여 새역모 계열의 교과서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시민단체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이하 아시아역사연대)와 연대해 한일 양국 요청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역사연대는 지난 3월 방일 활동을 통해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에 요청 활동을 전개했다.
▲ 7월 5일 인천 시의회 교육위원장과 요코하마교과서채택연락회, 아시아역사연대 면담모습 ⓒ양미강 |
지난 7월 5일 요코하마연락회 멤버인 오카타 유키, 오야마 나나코 두 사람은 파트너십 관계인 인천시 교육청과 인천시 의회를 방문해 요청 활동을 진행했다. 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비를 들여 한국에 직접 건너와 인천시 교육청과 인천시 의회를 방문해 우익교과서가 요코하마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요청서를 보내줄 것을 제안하였다. 그 결과 인천 시의회는 역사왜곡 결의안을 7월 7일 채택하고 교육감과 교육위원회의 명의로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에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이같은 활동은 그동안 한국의 지자체가 일본 역사왜곡에 무관심한 상황을 일깨우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