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수사대장 권영재 대령은 5일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부대원에게 총기를 난사한) 김 상병은 사건 직전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몸을 비틀거리며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는 부대원 모 이병의 진술이 있었다"며 "원칙적으로 음주가 금주되어 있지만 현재 정황으로 봐서 음주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권 대령은 "부대 내에서 술병을 발견했다"며 "하지만 그것이 사고자(김 상병)가 마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지문을 채취해 감식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또 해병 수사반은 김 상병의 사물함에서 유서 형식과 편지 형식의 메모 각 1점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 형식의 메모'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3페이지 분량의 편지 형태 메모에는 "내가 싫다. 문제아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권 대령은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사고자의 개인‧심리적 문제에 비중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부대와 관계된 부분도 있는지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권영재 해군 중앙수사대장이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 진행경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
총기‧부대원 관리에 '허점'
하지만 설사 김 상병의 범행 원인이 개인적인 문제에 있었다거나 음주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해도 이번 사고에서는 해병대의 총기‧탄약 및 부대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 대령의 말에 따르면 김 상병은 상황실 내 간이 탄약고에서 실탄 75발과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이 담긴 탄통을 절취했다.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도 않은 병사가 실탄을 이렇게 쉽게 손에 넣은 것은 탄약 관리가 부실했다는 반증이다.
권 대령은 "총기 보관함의 열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2명이 상하로 자물쇠를 분리 보관해야 하는데 1명이 관리한 것으로 식별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이날 입수한 '사고원인 및 경위'에서는 간부가 총기 보관함을 열어둔 채 자리를 비웠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신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상병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께 상황실에서 상황병인 모 상병과 대화를 나누다가 상황부사관 모 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상황실에 있는 총기보관함과 간이탄약고에서 총기와 탄약을 몰래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부사관 모 하사는 근무에 투입될 인원(상번자)에게 총기를 지급하기 위해 보관함을 열었다가 교대 근무자(하번자)의 총기를 반납받기 위해 이를 열어둔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상황실을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상황병 역시 이때 자리를 비운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당초 부대 생활에 크게 문제가 없던 것으로 알려진 김 상병이 내부적으로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해병대 관계자들은 그간 부대 생활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상병이 왜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의문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날 권 대령은 "소속 부대에서는 사고자의 평소 행동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내부적으로 관심사병으로 분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상병이 훈련소에서 받은 인성검사 테스트에서 관심소견이 식별됐다는 것이다. 권 대령은 "병원에서 진단받은 기록이 있다든지 과거 병력이 있다든지 하는 사안은 없었다"면서도 "군내에서 시행하는 인성검사에서 일부 그런 소견이 있어 관심을 둬야 한다는 점은 부대에서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소초장 모 중위는 "인성검사 결과 불안‧성격장애‧정신분열증 등이 확인돼 지난해 9월7일 소속 부대 전입 후 특별 관리대상으로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분열증은 경우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한 신경정신계 질환이어서 '과거 병력은 없었다'는 군 당국의 조사 결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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