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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암투병중인 '친구' 차베스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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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암투병중인 '친구' 차베스에 쓴소리

"권력 집중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구속 법조인 석방해야"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전세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가 '친구'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 <옵서버>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는 지난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촘스키 교수는 "권력의 독점은, 이를테면 2차대전 같은 임시적이고 특수한 환경에서가 아닌 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국내적 환경이나 외부로부터의 위협 때문에 권력 집중이 필요한지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이는 정당한 논쟁"이라면서도 "하지만 내 판단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촘스키는 특히 정책을 결정할 때 의회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한 차베스의 결정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어디에서나 군사권위주의(caudillismo)는 잠재적 위협"이라며 "확실하진 않지만 베네수엘라도 이런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 집중화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변화"라고 덧붙였다.

<옵서버>에 따르면 이 인터뷰는 촘스키 교수가 차베스 정부에 의해 구속된 판사 마리아 루데스 아피우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의 내용을 밝히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인터뷰에서 촘스키는 "아피우니 판사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면서 다른 판사들이 아피우니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릴 수 없는 협박의 분위기가 베네수엘라 내에서 감지됐다고 주장했다.

아피우니 판사는 지난 2009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은행가의 석방을 판결해 차베스 정권의 눈밖에 났으며, 곧 그 자신이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석방된 은행가가 국외로 도주하자 격분한 차베스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아피우니 판사의 행위는 '징역 30년 감'이라며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아피우니는 구속 수감 중 암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가택연금 상태다.

촘스키는 '아피우니는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는 제목의 공개서한(아래 참조)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자유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아피우니 사건은 '주목되는 예외'라고 지적하며 차베스 대통령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TV에 방송된 연설에서 자신은 쿠바에서 암 수술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차베스의 오른쪽 어깨 뒤로 남미의 독립 영웅이며 차베스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시몬 볼리바르의 초상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이같은 촘스키의 비판은 차베스에게는 뼈아픈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쿠바에서 암 수술 후 회복 중인 차베스는 촘스키를 서방의 가장 좋은 친구 중 하나로 여겨 왔다. 촘스키는 남미의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붙인 차베스의 사회주의 개혁운동,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을 높이 평가했으며 차베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비판한 촘스키의 이론에 존경을 표시했다.

차베스는 2006년 유엔(UN) 연설에서 촘스키의 책 <패권인가 생존인가>를 흔들며 부시 행정부를 비난했고 이 책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 차베스는 촘스키를 수도 카라카스로 초대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올해 초에는 미국 정부에 촘스키를 주 베네수엘라 대사로 파견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같은 둘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촘스키는 친구와의 '우정'보다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사명을 더 무겁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옵서버>는 "차베스는 자신의 (촘스키를 대사로 파견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차베스가 가장 좋아하는 지식인이 바로 그에게 총을 겨눴다"고 논평했다.

다만 촘스키는 인터뷰 중에 수술 후 회복 중인 차베스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그가 빠른 시일 내에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음은 촘스키 교수가 베네수엘라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 전문이다. <편집자>

아피우니는 충분한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 공개서한에서 나는 2009년부터 구속돼 있는 베네수엘라의 마리아 루데스 아피우니 판사의 자유를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싶습니다. 지난해 11월 나는 하버드대 카(Carr) 인권정책센터의 라틴아메리카 연구소를 통해 아피우니 판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차베스 대통령이 관용을 베풀어 아피우니를 석방하도록 하기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교섭 노력에 직접 관여해 왔습니다.

아피우니 판사에 대해 나는 처음부터 공감과 연대를 표해 왔습니다. 그가 체포된 방식이나 부적절한 수감 환경, 교도소에서 겪은 열악한 처우, 급격한 건강 악화, 그에 대한 잔혹한 행위는 모두 공식 문서에 기록돼 있으며 그의 심신 건강과 안전에 대해 나는 매우 우려해 왔습니다.

2010년 나는 이런 이유로 카 센터와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고, 차베스 대통령이 연례적으로 행해지는 사면에 그를 포함시키도록 청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나는 베네수엘라 당국이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의 심각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아피우니를 징역 대신 가택연금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습니다. 집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은 아피우니에게 있어 분명한 진전입니다.

그러나 아피우니 판사는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습니다. 그는 폭력과 모욕적인 행위를 당했고 이는 그의 인간적 존엄을 손상시켰습니다. 나는 아피우니가 풀려나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그의 심신 건강 상태 때문이 아니라 '볼리바르 혁명'의 목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전세계가 자유를 열렬히 요구하는 시대에, 아피우니의 구금은 주목받는 예외 사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정의와 인권을 위해서,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베네수엘라가 명예로운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 사태는 빨리 해소돼야 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아피우니에 대한 나의 연대의식과, 그를 석방시키기 위한 카 센터의 노력에 내가 동참하고 있다는 것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귀기울여 주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나는 차베스 대통령이 아피우니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행위를 보여 주리라는데 대해 높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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