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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서방은 '아랍의 봄'을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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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서방은 '아랍의 봄'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랍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서방이 다 때려부쉈으니까"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은 2011년 상반기 최대의 뉴스였다. 지난 1월 튀니지 시민혁명이 벤 알리 정권의 23년 독재를 끝장낸데 이어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도 무너졌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들불로 번질 것 같았던 민주화의 불길은 계속 타오르기는 하지만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각국 독재정권들은 굳건히 버티고 있고, 특히 리비아에서는 민주와 시위가 내전에 이어 국제전 양상으로까지 치달으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부족 기반 사회·유목 민족의 전통·이슬람교 등의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아랍 세계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힘든 토양이라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는 그러한 주장에 고개를 젓는다. 촘스키 교수는 "아랍 세계에 민주주의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다만 서방 국가들이 아랍의 민주주의를 짓밟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촘스키 교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제트 넷'(Z net)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은 중동‧북아프리카 지방이 민주화되는 것을 방해해 왔으며, 지금도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촘스키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
☞영어 원문 보기) <편집자>

▲ 지난 2월 이집트에서 어깨를 걸고 함께 시위에 나선 코란을 든 이슬람교도와 십자가를 든 콥트 기독교도의 모습. 슬로베니아 출신의 석학 슬라보예 지젝은 이 장면을 '이집트 혁명의 가장 숭고한 순간'으로 꼽았다. ⓒ로이터=뉴시스 ⓒ로이터=뉴시스

-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아랍 세계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최근 '아랍의 봄', 즉 중동‧북아프리카 지방의 민주화 운동은 이런 주장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아랍-이슬람 세계는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다만 주기적으로 서구의 무력에 의해 파괴됐을 뿐이다. 예를 들어 1953년 이란에는 의회 제도가 있었지만 미국과 영국이 이를 뒤엎었다. 이라크에서 1958년 혁명이 일어났을 때에도 향후 진로를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민주화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쿠데타를 조직했다.

미국은 이란에서 민주적 선거로 뽑힌 모하메드 모사데크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지 2년 후,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주한 쿠데타로 그를 내쫓았다. 아직도 관련 문서의 비밀 지정이 해제되지 않은 1958년의 내부 토론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 대통령은 아랍 세계의 반미 운동인 '증오의 작전'을 언급했다. 이는 아랍의 정부가 아닌 민중에 의한 운동이었다.

지금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당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비망록을 보면, 아이젠하워 정부 인사들은 아랍에서 미국이 민주주의와 발전을 가로막는 존재로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가혹한 독재자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 석유 통제권 확보를 위한 것으로 아랍 민중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비망록에는 '이런 인식은 비교적 정확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려 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아랍 세계 민주주의 출현을 가로막아 왔다는 말인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아랍 세계에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고 있고,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독재자들은 이를 억누르고 있다.

그러므로 아랍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우리[서방 국가]가 다 때려부쉈기 때문이다. 잔혹한 살인자들이기도 한 독재자들이 득시글대는 라틴 아메리카(중남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이 지구를 지배하는 지금이나, 이전에 유럽이 지배했을 때 세계에 민주주의는 없었다. 모두 짓밟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랍의 봄'은 촘스키 교수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사실 예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랍의 봄'에는 긴 배경이 있다. 예를 들어 이집트를 보면, 1월 25일 시위를 조직한 청년들은 스스로에게 '4월 6일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2008년 4월 6일은 이집트에서 대규모 노동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이집트의 큰 산업시설인 '마할라 섬유 단지'에서 파업이 벌어졌으며 이에 대한 지지 시위가 이집트 전역에서 일어났다. 이는 모두 독재정권에 의해 진압됐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독재정권이 민중들을 통제할 수 있는 한, 자신들이 신경을 쓸 이유란 없다는 듯이 말이다.

2008년 4월 6일 국가가 운영하는 섬유산업시설에서 일어난 이집트 노동자들의 시위는 기본적으로 낮은 임금과 식품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시위는 불법이었고, 결국에는 진압됐다. 하지만 이집트 민중들은 기억했다. 이 사건은 기나긴 투쟁 중 단 하나의 사례일 뿐이었고, 그들 중 일부는 성공했다.

여기에 대한 훌륭한 연구 자료도 있다. 미 스탠퍼드 대학의 학자 조엘 베이넨은 이집트 노동운동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베이넨은 오래 전에서부터 최근의 상황에 이르기까지에 대한 많은 연구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베이넨은 이집트 노동운동은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 운동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자유의 '도미노 이론'을 주장하며 자신의 새로운 중동정책 수립을 정당화했다. 부시의 정책과 '아랍의 봄'은 연관성이 있을까?

'도미노 이론'은 2차대전 이후의 주요 테마였다. 쿠바, 브라질, 베트남 등등…. [이들 나라가 공산화되면 주변국들이 도미노처럼 공산주의 국가로 변한다는 이론이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이를 '바이러스 감염'에 비유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과 키신저 장관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칠레의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리려 했다.

특히 키신저는 칠레의 '바이러스'가 멀리 떨어진 유럽에까지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도 동의하는 바였다. 키신저와 브레즈네프는 모두 민주주의를 두려워했다. 키신저는 바이러스를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오늘날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부시와 오바마는 모두 아랍의 봄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아랍 세계의 민주주의를 원치 않는다. 만약 아랍의 여론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미국과 영국은 중동에서 쫓겨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아랍의 민주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 노암 촘스키 MIT 명예교수 ⓒ프레시안 자료사진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으로 유명한 로버트 피스크의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 또한 아랍의 발전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나 또한 피스크의 글을 읽어 봤는데, 매우 훌륭한 글이었다. 피스크는 이 지역에 대해 정말로 잘 알고 있는 훌륭한 언론인이다. 피스크의 얘기는, 이집트 '4월 6일 운동'은 미국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그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적이라는 것을 안다. 사실 이집트 일반 민중들의 90%는 미국이 그들이 직면한 최악의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 또한 잘 알고 있다. 다만 미국이 가진 힘이 너무 강력할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랍 지식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너무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한다. 아랍 지식인들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지식인은 특별한 책임이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더 혜택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더 똑똑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특권층에 속하며 일정한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명철한 인식을 가질 수 있고, 그렇기에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는 아랍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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