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 맞고 민항기 추락했다면 '제2의 천안함'"

합참 "아시아나 여객기 정상 운항" 인정

지난 17일 강화도 교동도에서 발생한 해병대원의 민간 여객기 오인사격 사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당초 국방부가 주장한 '항로 이탈'은 없었음을 인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20일 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민항기는 정상항로로 운항 중이었다고 판단하며 초병이 당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미확인 물체라고 오인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추가 확인 과정에서 민항기로 확인되어 더는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미확인 물체를 오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평시 민항기를 포함한 모든 항공기와 군의 방공무기에는 피아식별장비가 장착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방공무기 사격체계상 통제 및 확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오인사격 등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사격을 실시한 시간에 대해서는 당초 알려진 '10분 간'이 아니라 "17일 오전 4시부터 4분간"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당시 초소에서는 소대장에게 보고와 동시에 '선조치' 개념에 따라 즉각 경고사격을 했으며 총 99발 가운데 50%는 예광탄"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상황에 대해 합참은 "(보고를 받은) 소대장은 강화도의 레이더 관제소에 통보했고 관제소는 오산의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연락했다"면서 "MCRC는 즉각 관제소에 민항기임을 알렸고, 관제소는 이를 해병대 초소에 통고하려했으나 초소는 추가적인 항공기 추적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느라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MCRC와 해당 초소 간의 통화는 20분이 지난 오전 4시 20분경에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초소 근무자 2명 중 1명은 경고사격하고 1명은 보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서 "대응사격을 하고 필요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상황이어서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20분에서야 통화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CSM> "MB‧김관진 '전사적 기풍' 강조가 배경"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비중있게 다뤘다. 특히 중국 언론들은 이틀째 관련 기사를 게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0일자에서 1면 전면을 할애해 '여객기 총격 사건이 한국의 체면을 떨어트렸다' 제하의 기사에서 사건 개요를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방공 수준이 의문시되고 있다"며 "남북대치가 초목마저도 모두 적의 군대로 보이게 했다"고 군의 과도한 경계태세 탓에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즉 한국군 내에서 '전투정신'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이번 사건과 같은 화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관영 <신화> 통신도 이날 "한국군이 여객기를 사격한 병사의 행동이 규정에 부합하기 때문에 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나 아시아나 항공 측이 이번 사건에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속보로 전했다.

중국 언론 <봉황망>은 '슬프면서도 우스꽝스럽다'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의 슬픈 점은 병사들이 자국의 민항기를 향해 총을 쐈다는 것"이라며 "만약 항공기에 명중했다면 제2의 천안함 사건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빈정댔다.

이 매체는 "(만약 비행기가 추락해) 누가 추락시켰나를 놓고 남북관계가 긴박해진다면 중국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에게 아시아 회귀의 구실을 줬을 것"이라며 "우스운 점은 한국군 병사의 수준이 낮고 군의 지휘계통이 혼란스럽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일간지 <신경보> 또한 장붜(張博) 군사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K2 소총은 한국군이 자체 연구개발한 우수한 성능의 공격용 소총으로 총탄이 여객기에 명중하지 않는 것은 확실히 행운"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AP> 통신도 한국이 사고를 일으킨 병사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군 해병대 관계자가 '병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대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사건의 배경이 한반도의 긴장 격화에 있다며 특히 사건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전사적 기풍'(fighting spirit)을 강조했으며 김관진 국방장관이 북한의 기습도발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은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충분히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았다"며 "이 대통령은 지난주 한국군에 '전사적 기풍'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5일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식에서 이희원 청와대 안보특보가 대신 전한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 중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싸울 때만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한국군이 서해에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있고 최근 평양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했다는 점과, 북한이 서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점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같은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