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공동연구를 위한 남북 공동 학술발표회의와 백두산 현지답사의 목적은 백두산에 대해 누가 더 많이 아는지, 누가 더 연구를 잘 할 수 있는지 남과 북의 학자들이 서로 뻐기고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요, 상대방이 갖고 있을 자료나 지식을 탐색하고 빼앗기 위함도 아니다."
두 차례 회의를 가진 후 진전이 없는 남북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에 대해 남측의 한 화산전문가가 쓴소리를 했다. 화산 연구가 시급한 마당에 학자들마저 정치 논리의 영향을 받아 '대결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26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백두산 문제에 있어서만은 남과 북이 대결이 아니라 협력의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관 교수는 우선 백두산 재분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뉴스의 헤드라인을 종종 장식했던 백두산 재분출설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주장"이라며 "2000만년 넘게 활동해 왔으며 가깝게는 1903년에도 분출했던 백두산이 언제고 또다시 분출할 것임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로는 백두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분출할지, 어떤 방식으로 분출하고 어떤 종류의 재해가 생길지 거의 예측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불확실성의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의식을 토대로 남북은 3월과 4월 두 차례 화산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후 학술토론회를 5월 초 평양이나 편리한 장소에서 하기로 하고, 6월 중순에는 백두산 현지답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평양 학술토론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그리 순수하지 않았던 북한의 공동연구 제의와 우리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면서도 "전문가 회의에 임하는 우리 대표단의 태도와 이해하기 힘든 요구도 회의 결렬에 한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의 이같은 비판은 2차 전문가 회의가 끝난 후 북한이 "남측이 화산 관련 자료를 먼저 넘겨 줄 것을 고집했다"며 남측을 비난했다는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는 화산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화산 연구에 투여할 인적·물적 자원이 북한에 비하면 넉넉하기야 하겠지만 백두산 공동연구를 북한에 시혜를 베풀듯 할 위치는 아니다"라며 "언론 기사를 보면 남측 대표단이 1차 회의 때부터 북측에 자료 교환 등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고 하는데 이는 거의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정부 시절 백두산 조사를 원하던 남측의 학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액수의 백두산 입장료를 요구했다던 그들(북측)이었다"며 "남측 대표단은 북한에 전수해 줄 화산 연구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이 갖지 못한 백두산 자료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북한이 나중에 요구할 것이 분명한 지진계 등의 화산 관측 장비를 줄 처지도 안 되는 상황에서 북측에게는 백두산 자료를 끈질기게 요구하니 북측 대표단은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열악한 화산연구 기반과 백두산 연구의 여러 필요성을 놓고 볼 때 우리가 화산 전문가 회의에 '대결'적 자세로 임한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었다며 "백두산 연구의 칼자루는 북한이 쥐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백두산 공동연구는 단기적으로는 돌발적인 화산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훗날(통일 후) 일어날지도 모를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대비하여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백두산 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국이 아니라 남한에 공동연구를 제의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백두산 연구와 화산 관측을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이 미래에도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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