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은 라선ㆍ황금평을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는 거점 산업벨트로 조성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강성대국 선구지역'으로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라선에는 원자재, 첨단기술 등 6대 산업, 황금평에는 정보, 관광문화 등 4대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세부계획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이달 말로 예상되는 황금평 개발 착공식을 계기로 북중 경협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23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은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에 관한 협정'(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위한 후속작업에 돌입했다.
이 소식통이 입수한 '조중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경제지대 공동개발계획 요강'에는 두 지역을 조선대외교류의 시험지역, 강성대국의 선구지역, 조중 경제협조의 시범지역으로 건설한다고 규정했다.
'두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공동위원회 계획분과위'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이 요강은 작년 말 체결된 것으로 알려진 북중 간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에 관한 협정'(협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관측된다.
요강은 계획배경과 총개발목표, 라선경제무역지대 공동개발요강, 황금평경제지대 공동개발 요강, 관리 및 정책보장 등 총 11장으로 이뤄져 있다.
라선지대에는 기초시설, 공업단지, 물류망, 관광의 공동개발 및 건설을 중점으로 하고 원자재공업, 장비공업, 첨단기술공업, 경공업, 서비스업(봉사업), 현대고효율농업 등 6대 산업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특히 라진-선봉-웅상-굴포에 이르는 '연해(沿海) 복도식' 산업대를 형성한다고 밝혀 일종의 산업벨트 조성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옌볜과 북한 라선ㆍ청진ㆍ칠보산ㆍ금강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ㆍ사할린, 일본 니가타ㆍ삿포로, 남측의 속초ㆍ부산을 잇는 관광경제권을 형성한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세부계획도 담겨 있다. 라선지대에는 '1중추, 3방향, 5통로'의 개방식, 국제화된 대교통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라진,선봉, 웅상항을 중추로 하고 북으로는 중국, 러시아와 연결되고 남쪽으로는 북한 청진과 접하며, 동으로는 북한 동해로 향해있는 조건에 맞게 중국 훈춘(琿春), 투먼(圖們), 러시아 하싼, 북한 청진과 통하는 육상통로 및 해상통로를 구축한다고 돼 있다.
한 전문가는 "동해로의 해상통로를 언급해 놓은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이 요구한 동해출항권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단기적으로는 원정-라진, 선봉, 웅상항 도로망과 원정-권하 조중 국경 인도교를 보수해 운송능력을 높이고 앞으로 라진-원정, 라진-청진, 라진-두만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키로 했다.
철도 역시 단기적으로 라진-선봉-남양철도를 개보수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훈춘-북한 훈륭 간 철도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청진시 삼해리에 민영비행장 건설도 포함됐다. 라진항과 선봉항, 웅상항 등도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100만㎾ 발전능력을 조성키로 하고 풍력발전, 태양력발전 등 대체에너지 공급 가능성을 연구하고, 이동통신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달 말 착공식이 열릴 것으로 알려진 황금평지대에는 정보, 관광문화, 현대시설농업, 경공업 등 4대 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지식 밀집형 신흥경제구역으로 건설하기로 했다.
황금평과 신의주를 잇는 여객ㆍ화물부두를 건설하고, 황금평지대내에 그물 형식의 도로망을 구축하고, 황금평과 중국 단둥신구 간 2개의 출입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공동지도위원회(정부 간 협조체계)-공동개발관리위원회(지방정부 참여, 라선ㆍ황금평 각각 설치)-투자개발공사(라선ㆍ황금평 각각 설치) 등 3단계 협조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수출입시 관세 면제, 외국인 투자자의 자유로운 송금, 소득세 및 토지이용 특혜, 은행 설립, 인민폐ㆍ북한 원 또는 별도로 규정하는 화폐(달러 등) 사용, 장기체류 허용, 기업-노동자 간 자율적 노동계약, 투자자산 등의 자유로운 양도ㆍ상속, 시장원칙에 따른 파산, 청산 등 시장경제 원리도 도입했다.
요강안은 라선경제무역지대는 470㎢, 황금평경제지대는 16㎢로 설정했다.
다만, 위화도에 대해서는 지질 등 개발건설 위험도가 높아 개발 가능성에 대해 북중이 공동으로 추가 연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북중 간에 협의됐던 내용이 종합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중 정부 차원의 협의를 통해 라선지역과 황금평을 거점 산업벨트로 조성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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