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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와의 전쟁', 아시아국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에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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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와의 전쟁', 아시아국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에 이용"

[토론회] 아프가니스탄, 인도, 스리랑카, 태국 활동가들에게 듣는다

아시아 각국 인권·시민운동가들이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아프가니스탄, 인도, 스리랑카 등의 활동가들은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테러와의 전쟁과 아시아 민주주의'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아시아 각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테러리즘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현실적으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각국 내의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데 이용됐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 참여연대와 5.18기념재단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제 연대체 아시아민주화운동연대(SDMA)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10년을 맞아 주최했다.

'테러와의 전쟁', 정치적 반대파 탄압에 악용

개회사를 맡은 태국 '포럼 아시아' 활동가 얍 스웨셍은 "자기결정권 운동은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로 간주되어 불법화되고, 반체제 인사들은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혀 구금되고 고문 당하며, 집회 표현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합법적인 활동들은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평화를 위한 정의 재단'의 아차폰 니미쿨폰 역시 "9.11 이전에 태국 정부는 테러리즘 위협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지 않았고, 대신에 '국가 안보' 위협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대처했었다"며 9.11 테러 이후에 갑자기 '테러와의 전쟁'을 들고 나온 태국 정부의 진짜 의도는 반정부 활동을 탄압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네팔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을 국내 정치투쟁에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네팔 '책임성감시위원회'의 고빈다 프라사드 샤르마 코이랄라는 2001년 내란 당시 정부가 반정부 세력이었던 네팔공산당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고, 이로 인해 많은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났음에도 미국과 인도는 네팔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 인권단체 '인권긴급행동'의 바블루 로이통밤은 "(인도의) '불법행위방지법'은 '테러행위'를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며 "이렇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법률상으로는 (소수민족 지역인) 마니푸르의 어떤 주민도 '테러리스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활동가 B. 스칸타쿠마르는 스리랑카 정부가 반군 단체 '타밀 호랑이'를 잡는답시고 혈통만으로 타밀족(族) 전체를 범죄자로 취급했지만, 이는 오히려 타밀족 분리 독립운동에 대한 지지를 결집시켰을 뿐 반군 소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칸타쿠마르는 "테러 대책이 그물망에 걸려든 사람들 중에 정말로 테러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손으로 꼽을 만큼이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버마(미얀마) 활동가 소웅은 "버마의 가장 큰 테러리스트는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라며, 군사 정부에 의한 '국가 테러리즘'을 비판했다.

풍키 인다르티 인도네시아 인권감시 사무총장은 "누가 테러리스트냐는 누가 권력을 가졌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많은 국가들에서 '테러리스트'라는 명칭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정의가 확대돼 왔다고 말했다.

인다르티 사무총장은 "테러와의 전쟁은 권력자의 비권력자에 대한 전쟁"이라며, 시민사회가 희생되고 불관용적이고 군사주의적인 문화가 나타나는 등 종교적·사회적 가치를 훼손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는 "테러 집단들이 단순히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이권을 위해 싸우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군벌 세력과 협력하기도 한다"는 점과,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군부에 더 많은 힘과 권한이 부여되고 있지만 이는 관료주의와 부패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테러와의 전쟁과 아시아 민주주의'에서 풍키 인다르티 인도네시아 인권감시 사무총장(가운데 오른쪽)의 발언을 경청하는 파하드 마즈하르 방글라데시 인권운동가(가운데 왼쪽). ⓒ프레시안(곽재훈)

테러와의 전쟁인가, 인권과의 전쟁인가

방글라데시 인권운동가 파하드 마즈하르는 각국의 테러방지법안이 대부분 국민적 동의의 과정 없이 만들어졌으며, 인권 침해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애국법'(Patriotic Act)에 대해 "한 개인의 법적 지위를 철저히 제거했고, 이에 따라 법적으로 명명할 수 없고 분류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로 잡힌 사람들은 제네바 협정이 규정하는 '전쟁포로'의 자격도 없고 미국 국내법상의 범죄 혐의자로서의 자격도 없는 초법적인 '피구금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과) 유일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나치 캠프에서 유대인들이 처했던 법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전지구적 전쟁, 무한전쟁이라고 규정하고 "국가주권이란 개념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對)테러전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즉 "신자유주의가 각국 경제를 침범했듯이, 대테러전이 벌어지면서 영토에 대한 주권이 침해받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이후 파키스탄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그는 "대테러리즘은 국가의 민주적 행정체계를 대체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국가들은 경제·사회적인 정책을 통해서 테러에 대응하고 있었지만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이런 과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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