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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혐의가 '이적죄'라면 美정부의 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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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혐의가 '이적죄'라면 美정부의 죄는?

위키리크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개인적인 성폭력 범죄 혐의의 재판과는 별도로,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에서는 위키리크스의 정보공개 행위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재판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이 보도했다.

<NPR>은 이날 연방판사가 증인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할 것이라면서, 검찰은 이 재판에서 어산지를 기소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어산지가 국방 관련 정보를 전송한 점, 승인 없이 미 정부 컴퓨터에 접속해 정보를 훔친 점 등에 대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위키리크스 재판은 정보유출자를 엄벌에 처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큰 원칙의 일부분"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최근 미 법무부가 정보유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공개 때문에 감옥살이를 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어산지와, 그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과학자연맹'의 스티브 애프터굿 또한 정보 유출 혐의로 5개 항목에 걸쳐 기소됐다. 또 전 국무부 직원 스티븐 킴과 전 중앙정보국(CIA)요원 제프리 스털링,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 토머스 드레이크 등 3명은 다음달 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연방수사국(FBI)에서 번역 일을 했던 샤메이 레보위츠는 이미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보공개 이념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호주 시드니평화재단은 전날 어산지에게 '호주인권상'을 수여했다. 이 재단의 스튜어트 리트 이사장은 런던의 언론인 모임 '프런트라인 클럽'에서 어산지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다며, 어산지의 행동에 대해 "정치·문화적 통설에 순응하기를 거부한 비범한 행동"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 정책연구소(IPS)의 사울 랜도 연구원은 이날 진보적 웹사이트 '커먼드림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위키리크스의 진짜 혐의는 미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잘못을 세계에 알린 위키리크스의 행동은 오히려 찬사를 받아야 마당하다고 추켜세웠다.

랜도 연구원은 또한 매닝 일병이 재판도 없이 1년 가까이 감금돼 있으며,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를 겪었다먼서 이는 '고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랜도 연구원이 작성한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시위 모습. ⓒ뉴시스

매닝 일병을 석방시켜라

지난달 미군 당국은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버지니아주 콴티코 기지 구치소의 독방에서 캔자스주 레븐워스 기지로 이송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에 따르면 콴티코에서 미군은 매닝에게 족쇄를 채우고 벌거벗겨 고립시켰다. 정부는 이같은 잔혹한 처우는 매닝 일병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그들은 매닝이 살아남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매닝의 간수는 몇 분마다 그에게 "괜찮나?"라고 묻도록 지시받았다고 한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이 때문에 매닝은 잠을 자지 못했다. 사실 매닝의 자살을 막기 위해 취해진 예방책이 오히려 그를 자살로 몰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매닝은 어마어마한 중죄를 지었다. 문서들을 유출시킴으로써 정부 관리들이 도덕적으로 완전하거나 정치적으로 똑똑하지 않게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매닝은 위키리크스에 비밀문서들을 건네주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정부는 이 젊은 병사가 기밀 자료를 그의 개인 컴퓨터로 옮겼다가, 이후 권한이 없는 사람들, 즉 언론인들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올해 3월 정부는 그에 대해 22개의 혐의를 추가했다. 이 중에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인 '이적죄'[적을 이롭게 한 죄]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게 사형을 구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대신 매닝이 치러야 했던 대가가 '고문'이었다는 말인가?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 두 후보는 모두 고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물론 그들은 오랫동안 죄수를 고립무원의 상태에 두는 것이나 구조적으로 잠을 못 자게 하는 것, 족쇄 채우기, 나체로 있기를 강요하기 등 어떤 행위가 고문을 구성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매닝의 경우, '죄수의 안전을 위해' 이런 일이 저질러졌다고 한다. 매닝은 범죄기록도 없으며, 간수들에게 위협을 가하지도 않았다.

▲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 ⓒ프레시안 자료사진
위대한 법학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고문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매닝의 감금 조건에 대해 "적절하다"고 묘사했고, "우리의 기본적인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일, 필립 크롤리 당시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크롤리 차관보는 국방부가 재판 이전에 매닝에게 가한 처벌에 대해 "비생산적이며 멍청하다"고 말했다.

며칠 후 크롤리는 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처럼 언론들이 거침없이 활동하는 도전적 시기에, 권력 행사는 신중해야 하고 법과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2012년 대선 기금 모금행사에서, HRW가 매닝에 대한 국방부의 처사를 "극도로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처벌적이고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한데 대한 질문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공개할 권한이 없는 물건이나 정보를 공개한다면 이는 법을 어긴 것이다. (…) 우리는 법치주의 국가다.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개인적으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 매닝은 법을 어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닝이 일 년 가까이 수감돼 있지만 재판을 받지도 않았고, 매닝이 법을 어겼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법원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대통령의 발언은 미래의 배심원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미국 정부에게 있어, 위키리크스의 진짜 죄는 [정부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이다. 미국은 이미 [위키리크스보다 앞서] 국민들에게 거짓을 "유출"시키기도 했고,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기도 햇다.

무인공격기와 특수부대를 보내서 테러 용의자라고 "의심받는" 자, 혹은 "테러리스트들과 연관이 있는" 자를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닌가? 오바마 대통령은 마치 비디오 게임과도 같은, 이 되풀이되는 사살 작전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인가?

만약 매닝이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했다면, (아직 미국 정부는 매닝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와 위키리크스는 메달을 받을 만한 훌륭한 일을 한 것이다. 그들은 고문, 불법행위, 비인도적인 구금, 타국 정부를 불안정화시키려는 미국의 음모 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위키리크스는 '국가안보'의 실체를 까발렸다. 정부 관리들이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킨 것에서부터 평범한 관료제적 실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잘못된 행위들을 은폐해 왔던 것 역시 드러났다. 이제 '안보' 역시 시민들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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