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나토군, 아프리카 난민 구조 요청 외면해 61명 사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나토군, 아프리카 난민 구조 요청 외면해 61명 사망"

'민간인 보호' 리비아 공습 명분 무색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을 피해 배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피플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난민 유입을 경계하는 유럽 국가들의 무관심과 비인도적인 처사가 드러나면서,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 공습에 나서며 내세운 '민간인 보호' 명분은 과연 무엇이냐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은 8일 유럽과 나토의 군대가 72명의 북아프리카인들을 태운 난민선이 보낸 구조 요청을 무시해 결국 61명이 배 위에서 사망한 사건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리비아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던 에디오피아인 47명, 나이지리아인·에리트레아인 각 7명, 가나인 6명, 수단인 5명이 탄 이 배는 지난 3월 25일 리비아 트리폴리를 떠나 이탈리아의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섬으로 향했다. 20명은 여성이었고, 2명은 어린이였다.

트리폴리에서 람페두사까지는 180마일(약 290km) 떨어져 있었지만 많은 연료를 채울 수 없었던 이 배는 출발 18시간 만에 기름이 떨어지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선장은 인근 선박에 구조 신호를 보냈으나 이 과정에서 유럽 군대의 관료적인 태도와 무관심, 난민들의 불운이 겹쳐 참사를 빚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선장은 우선 위성전화를 이용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난민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하베시아'에 위급 상황을 알렸다. 하베시아로부터 관련 상황을 접수한 이탈리아 해상 보안 당국은 군에 연락을 취했고, 얼마 후 한 대의 헬기가 난민선 위로 날아가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내려보냈다.

그러나 그 조치를 끝으로 더 이상의 구조 활동은 없었다. 방치된 난민선은 27일이 되면서 연료가 바닥 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으로 29~30일 경 나토군의 항공모함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항공모함에서는 두 대의 전투기가 어딘가로 향해 출격할 뿐 가까이에 난민선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아무런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항공모함이 이들의 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취재 결과 이 항공모함이 지중해에서 작전을 하던 프랑스의 '샤를 드골' 함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프랑스 해군은 <가디언>의 물음에 처음에는 자국의 항공모함이 그 지역에 없었다고 부인했다가, 추가 보도가 나오자 입을 닫아 버렸다. 최초 음식물을 내려준 헬기가 어느 나라 소속인지에 대해서도 이탈리아와 몰타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10일이 더 흘렀다. 난민선 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변을 받아먹거나 치약을 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달래다가 하나 둘 죽어갔다. 4월 10일, 배가 파도에 밀려 닿은 땅은 보름 전 떠나온 리비아 해안이었고, 생존자들은 리비아 정부군에 붙잡혀 갔다. 이같은 비극을 알린 것은 체포 과정에서 가까스로 도망친 에티오피아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정박한 북아프리카 난민선 ⓒ뉴시스

지난 4개월간 북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은 총 3만 명 정도였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은 항해 중 사고로 사망했는데, 지난 4월 한 달 동안 리비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한 보트피플 중 8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존자들은 주로 이탈리아 람페두사에 닿고 있지만 난민 수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탈리아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일 뿐이다.

한편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8일 리비아 탈출 난민 약 500명이 탄 선박이 람페두사에 접근하던 중 바위와 충돌해 난파했으나 탑승자 전원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야외 미사에서 유럽으로 오는 이민자들과 난민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이들을 환대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