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빈 라덴의 죽음을 '상징적 승리'일 뿐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빈 라덴은 더 이상 직접적으로 실제 테러 활동을 지휘했던 것이 아니며, 영상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만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빈 라덴은 미국의 집요한 추적을 받으며 공개활동을 크게 줄였다. 따라서 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대신 알카에다를 계속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오른쪽)과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 ⓒAP=연합뉴스 |
미국 군사분석가인 마크 키미트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죽음은 테러리즘의 한 장(章)의 끝일 뿐, 테러리즘 자체의 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키미트는 "빈 라덴이 알카에다의 상징이었을 수는 있으나 그 조직은 분명 개인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죽이는 것은 상징적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알카에다의 위협을 받고 있고 앞으로 몇 년 동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알아라비야> 방송 역시 알카에다는 자생적 테러조직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전세계에 걸쳐 구축해 왔다며, 빈 라덴 사망이 이들에 의한 새로운 테러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방송은 빈 라덴의 죽음이 알카에다의 위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빈 라덴을 추종하는 몇몇 테러조직이 새로운 테러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오히려 빈 라덴이 '순교자'로 부각되면서 극단주의 세력이 다시 발호해 대대적인 반격을 취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지도자 사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기승을 부릴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아프간 철군에 빈 라덴 사망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그간 미군이 철군을 시작하면 알카에다의 활동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보복 테러가 기승을 부릴 경우 미군은 자칫 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동시에 "알카에다가 계속 우리를 향해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우리는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읽힌다.
미 국무부는 이날 전세계 미국인들에게 반미 폭력사태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해외공관에도 경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전세계의 미군 부대에 특별 경계령을 내렸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학 교수는 포털사이트 'QQ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같은 조처에 대해 "반드시 경계 수준을 격상시켜야 한다"며 "확실히 (보복 공격)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알카에다 외에도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빈 라덴의 추종 세력이 미국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 역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에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보복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그가 더이상 세계를 상대로 테러 작전을 전개할 수 없게된 것은 엄청난 성과"라면서도 "빈 라덴의 죽음으로 극단적 테러분자들의 위협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 역시 "빈 라덴의 사망 이후 전세계에서 끔찍한 행위를 다시 저지르려는 동조자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보복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오사마 빈 라덴 사망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는 여전히 위협적"이라며 "보복 테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외를 여행하는 호주인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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