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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시설의 안전성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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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시설의 안전성을 묻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후쿠시마 사태가 알려준 사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3호(2011년 5·6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3호는 '북핵 문제, 다시 보기'를 주제로 6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5월 첫째 주 동안 영문 논문을 제외하고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3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1. 개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북한 핵시설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이러한 우려는 당연한 것이지만, 북한 핵시설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북한의 핵시설은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 안전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 종류와 대략적인 규모는 알려져 있거나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를 근거로 발생 가능한 사고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기준으로 현존하는 북한 핵시설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사고의 경우에도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남한에까지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의 알려진 핵시설과 알려지지 않았지만 존재가 예상되는 핵시설에서 발생 가능한 핵물질 관련 사고의 종류와 그 사고가 대형 오염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 여부를 요약하여 표 1과 표2에 나타내었다.


2. 시설별 사고 가능성 및 사고 최대 규모 분석

가. 알려진 시설의 사고 가능성

1) 우라늄 광산 및 정련시설

북한은 여러 개의 우라늄광산과 채굴한 우라늄 광석에서 우라늄을 뽑아내는 정련시설을 갖고 있다. 이들 시설은 천연우라늄을 취급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화학적 폭발 사고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학 약품 또는 우라늄의 누출로 국지적인 환경오염의 우려는 있으나, 임계사고 등의 핵적 사고는 발생할 수 없고, 약품이나 우라늄 광석의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이 일어나더라도 대규모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소량의 천연 우라늄 유출은 넓은 지역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1)

2) 우라늄 변환시설

우라늄을 금속화하거나 농축하기 위하여 정련시설에서 생산한 우라늄 산화물(보통 yellow cake라 칭함)을 불화물(UF4 또는 UF6) 형태로 만드는 시설로서, 역시 화학적 폭발 사고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학 약품 또는 우라늄의 누출로 국지적인 환경오염의 우려는 있으나, 임계사고 등의 핵반응과 관련된 사고는 발생할 수 없고, 약품이나 우라늄 광석의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이 일어나더라도 대규모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3) 핵연료 가공시설

현재 알려진 영변에 있는 핵연료 가공시설은 천연우라늄을 사용하여 흑연료용 금속 핵연료를 제조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 역시 핵반응과 관련된 사고는 발생할 수 없고, 천연우라늄(NU)은 상당량 누출되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으나,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확보하여 IRT-2000 또는 현재 건설중인 100 MWth 실험용 경수로를 위한 연료인 농축우라늄을 취급하게 된다면, 1999년 일본 도카이무라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임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2) 그러나 이러한 임계 사고는 약간의 인명 피해와 국지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광역 오염을 일으킬 대규모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4) 우라늄 농축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역시 농축된 우라늄 처리 과정에서 소규모 임계 사고를 일으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고는 대규모 환경오염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5) 농축 UF6 재변환/가공시설

농축 UF6 재변환/가공시설 역시 농축된 우라늄 처리 과정에서 소규모 임계 사고를 일으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의 사고도 대규모 환경오염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6) 교육용 미임계시설

교육용 미임계시설은 설계개념 자체가 안전을 최대한 고려하였을 것으로 추정될 뿐 아니라 장전된 우라늄이 소량(수 kg 정도)이기 때문에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다 하여도 사고규모가 적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광역오염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

7) 연구용 임계시설

연구용 임계시설 역시 설계개념 자체가 안전을 최대한 고려하였을 것으로 추정될 뿐 아니라 장전된 우라늄이 소량이기 때문에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다 하여도 사고 규모가 한정되고 광역오염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

8) IRT-2000 연구로

이 원자로 역시 장전된 우라늄이 소량(수십 kg)이기 때문에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다 하여도 사고 규모가 한정되고 대규모 광역오염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다.

9) 5 MWe 흑연로

원자로 유형이 화재나 폭발사고에 취약하고 사용하는 연료양이 많아서(50 ton) 대형사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시설이나, 2009년 장전중인 핵연료를 모두 꺼내어 재처리를 실시했고(북한 측 주장),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따라 2008년 불능화된 냉각시스템(냉각탑 폭파와 냉각용 파이프 제거 등)을 복구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이 시설은 냉각시스템을 복구하여 핵연료를 재장전하고 재가동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사고위험이 없을 것이다.

10) 열 출력 100 MW 실험용 경수로

이 원자로는 건설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완공되어 가동을 시작한다면, 북한 기술력의 한계, 경험부족, 안전에 대한 개념 부족 등이 겹쳐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매우 위험한 시설이 될 것이다. 다만, 만일 후쿠시마 원전과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원자로 규모가 후쿠시마 원전에 비하면 훨씬 작기(열출력이 후쿠시마 1호기의 1/13.8, 2~5호기의 1/23.8 ) 때문에 누출될 가능성이 있는 핵물질의 양도 이에 비례하여 작을 것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1) 동위원소 생산시설

이 시설은 독립된 시설이라기보다는 IRT-2000 연구용 원자로의 부속시설로서 이 원자로에서 생산된 동위원소를 취급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 취급하는 핵물질의 양은 매우 적기 때문에 누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국지적인 소규모 오염에 그칠 것이다.

12) 방사화학 실험실(재처리 시설)

이 시설은 5 MWe 흑연로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재처리하여 회수한 플루토늄을 금속화하는 공정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임계사고 또는 핵물질 누출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시설이다. 현재, 기존의 사용후핵연료는 이미 모두 재처리하였고, 5 MWe 흑연로는 가동 불능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가동할 수 없다(재처리에 사용할 사용후핵연료가 없음).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나, 내부에 상당량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 소흘 또는 천재지변(대 홍수 등) 등으로 인하여 저장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으로 유출된다면 청천강 하류지역에 중대한 오염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관중인 고준위폐기물 중에 함유된 핵분열 생성물의 양은 보수적으로 높게 가정해도, 후쿠시마 원전 1호기 노심에 함유된 핵분열 생성물의 1/10 ~ 1/5정도 수준이며, 냉각기간이 길고(4~17년) 지하 저장탱크에 액체 상태로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저장탱크 누설로 인한 국지적 오염 가능성은 있으나, 대규모 누출로 인한 광역 오염 가능성은 낮다.

13) 핵 실험장

미국과 구 소련의 경우 지하핵실험 초기단계에서는 폭발이 지상까지 분출하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적이 있으나,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서 폭발규모에 따라 필요한 최저 핵실험 깊이에 대한 관계식을 정립한 후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공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북한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실제로 지난 2차례의 핵실험도 핵물질 누출이 거의 없었다). 핵실험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 문제는 지하핵실험의 경우에는, 핵폭발로 인한 고열로 인하여 용해된 암석과 핵물질이 함께 굳어서 유리화되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이 잘 일어나지 않거나 극히 느리게 진행되어 환경에 위해를 끼치는 범위가 극히 좁다(미국과 러시아 핵실험에서 입증된 사례임). 그러므로 대규모 환경 오염의 가능성은 낮다.

나. 알려지지 않았으나 존재가 예상되는 시설의 사고 가능성

미공개 농축시설이나 재변환/금속화 시설의 경우 앞서 언급한 공개된 시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계사고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들 사고가 대규모 환경오염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핵무기 제조과정에서 임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임계사고는 다른 시설(핵연료 제조시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사고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핵무기 제조시설이나 보관시설에서 부주의로 핵폭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으나,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관리에 있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수 만개 이상의 핵무기가 제조되어 수십년 이상 보관되어 왔지만 부주의로 핵폭발을 일으킨 경우는 없다.

▲ 후쿠시마 원전 ⓒ뉴시스

3.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의 북한 핵시설은 사고 가능성은 있으나, 5MWe 원자로를 제외하면 대규모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영변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열출력 100MW)의 경우는 북한이 경수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으며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음과 같은 인식이 기반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경수로 보다 안전성이 크게 낮은 자신들이 설계/건설한 5 MWe 흑연로를 상당히 무리하여 운전(특히 2003~2007년 기간에)해 왔어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는 경험,


2) 경수로는 흑연로와 달라서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대규모 방사성 누출사고는 일어나지 않고, 최악의 경우에도 드리마일 원전 사고3) 정도에 그친다는 인식

그러나 경수로는 어떤 경우에도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음이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하여 드러났다. 사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이러한 과거의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최초의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건설 중인 경수로의 규모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상당히 작지만(후쿠시마 원전중 가장 작은 1호기의 1/10 이하) 영변이 휴전선에서 불과 140 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일 동절기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바람의 방향이 북서풍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후쿠시마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또한 북한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우리 민족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며, 언젠가는 이루어질 통일 이후에는 우리의 영토가 될 우리의 국토가 크게 오염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불완전한 기술로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하는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이번 후쿠시마 사고로 인하여 미숙한 기술로 건설되는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설득이 유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석>

1) 북한 우라늄 광산의 광석 품위는 우라늄 함량이 대략 1,000 ppm(parts per million : 100만분의 1) 이하이며, 우리나라의 화강암 중에는 원래부터 2~4 ppm(평균 약 4 ppm, 화강암 1 ton에 우랴늄 약 4g 포함)의 우라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천연우라늄 유출로 인한 오염은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일본 도카이무라에서 발생한 핵임계 사고 : 1999년 9월 30일 일본 핵연료 가공회사인 JCO사의 핵연료시설 내에서 작업자가 규정량(2.4 kg 이하)보다 7배에 가까운 이산화우라늄용액 16 kg을 반응용기에 주입하여 임계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시설의 서남방 경계선 지역의 공기 중 방사선량률은 0.84mSv/h로 측정되어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 사고는 일본 원자력 사상 첫 임계사고로 인근 주민이 대피하는 등 주변 일대는 물론 일본 열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반경 10km 이내의 주민 31만명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집안에 계속 대기하고, 유치원 등 모든 학교의 휴교했으며 철도 등 교통수단도 통제하였다. 이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피해자는 JCO사 직원 30명과 주민 7명, 소방서원 3명 등 모두 40여명이며, 이중 작업에 직접 종사하여, 지근 거리에서 중성자선을 받은 작업원 3 명중, 2명이 사망했다.

3) 드리마일 원전 사고 : 1979년 3월 28일 오전 4시(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설치되어 있는 드리마일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 2호기(TMI-2, 발전용량 96만 KW)에서 발생한 사고로, 노심의 45%가 용융되었으나, 폭발이나 대규모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었으며, 종사자나 주민에 대한 대량 피폭에 의한 사망은 일어나지 않았다.

* 원제 -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 일본 원전 사태를 계기로 살펴 본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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