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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감자들 개처럼 끌려다니고 자기 몸에 소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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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감자들 개처럼 끌려다니고 자기 몸에 소변 보고…

위키리크스 비밀 문서 공개 파문…미국의 인권을 묻다

정보공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의 포로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비밀문서를 공개했다.

위키리크스와 언론사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문서들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전담하는 미군 연합 태스크포스 팀(JTF)에 의해 작성돼 플로리다 주의 미군 남부사령부로 보내진 것들이다. JTF는 수감자들의 위험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의 가치, 건강 상태, 소지품 등의 세세한 내용까지 사진과 함께 문서에 기재했다.

문서에 따르면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수감자는 개처럼 가죽 끈으로 묶여 끌려나녔고, 성적 모욕을 당하거나 스스로의 몸에 소변을 보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 수용소를 거쳐 간 수감자들 중 100명 가량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많은 수감자들이 단식투쟁을 벌이거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또 미 당국이 수감자들의 결백을 알면서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구금을 계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수용자들이 고문으로 인해 잘못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진술 내용의 신뢰도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험한 인물인가'가 아니라 '뭘 알고 있나'가 구금 여부 결정

공개된 비밀문서들은 관타나모 수용소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서는 아직 수용소에 갇혀 있는 수감자 171명과, 한때 갇혔었지만 풀려난 598명, 수용소 안에서 사망한 7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은 수감자들을 위험도와 알고 있는 정보에 따라 등급을 '상중하'로 나뉘어 표기했다. 이 가운데는 실수도 많았다. 한 수감자는 단지 양치는 목동일 뿐이었지만 군사재판에서 '반군'으로 분류돼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테러리스트인지보다, 얼마나 많은 가치 있는 정보를 알고 있는가가 구금을 계속할 것인지의 판단 기준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백한 사람인데도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구금돼 조사받은 사례가 다수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감자 중에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판명된 89세의 아프간 민간인 노인도 있었다.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이 노인은 그의 거처에서 발견된 '수상한 전화 번호' 때문에 이 수용소로 보내졌다. 한 14세 소년은 오직 "그가 탈레반 지역 조직의 리더들에 대한 정보를 알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수감됐다.

다른 수감자 자말 알-하리스는 단지 그가 탈레반에 의해 투옥됐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심문 기술자들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됐다는 이유로 수감됐다. 알-하리스는 영국 국적자이며,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후에도 몇 년 동안 구금돼 있었다.

한 남자는 아프간 칸다하르 지방의 이슬람 예배당(모스크)에서 일하는 율법학자라는 이유로 수감됐는데, 이는 미군 당국이 그가 종교 지도자라는 이유로 탈레반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 당국은 그를 석방시켰지만 그는 아무 이유도 없이 1년 넘게 갇혀 있었다.

또 한 수감자에 대한 문서에서는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아프간 코우스트와 카불 지역으로 자주 차를 운행했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반군) 활동에 대해 폭넓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수감의 이유였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 위키리크스가 관타나모 수용소 관련 파일 공개를 위해 별도로 마련한 웹페이지. ⓒ위키리크스 홈페이지(wikileaks.ch) 화면캡처

'동맹국' 파키스탄 정보기관, 시계회사 '카시오'도 '테러 조직?'

문서에 따르면, 미군 당국이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와 이란 정보기관을 알카에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치조직) 등과 함께 '테러 조직'으로 분류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ISI를 '위협 요소'로 분류한 것이 알려진다면 이미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미군 조사관들은 수감자들이 ISI를 포함한 이들 조직 중 어느 하나와도 관계가 있을 경우 이를 테러 활동이나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증거로 간주하도록 교육받았다. 또 미군 조사관들에게 내려진 다른 지침도 공개됐다. 지침은 "9.11 테러 이후에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했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이유든 미국을 적대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지지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미군 조사관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다른 문서 '적군의 위험 정도 판별법'에 따르면, 미국은 수감자가 전 세계 이곳저곳에 존재하는 몇몇 모스크들과 관계하고 있는지를 위험의 척도로 삼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미국이 '의심스러운 모스크'로 분류한 것들 중 2개는 세계적 시계 기업 '카시오' 관계자와 연관돼 있다. 지침서는 "카시오는 알카에다가 운영하는 폭탄 제조 학교에서 훈련을 받게 하기 위해 학생들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미군 당국은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대한 정보도 빼내려 했고, 이 방송의 사미 알-하지 기자를 6년 동안 구금하고 있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관은 그에게 <알자지라> 방송의 직무연수 프로그램과 통신 장비, 체첸·코소보·아프칸에서의 취재 일정 등을 캐물었으며 특히 빈 라덴의 영상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의 입수 경로와 빈 라덴을 어떻게 만나서 인터뷰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새로운 정보? 그러나…

한편 <워싱턴포스트>(WP)와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실태 자체보다는 이들을 심문한 보고서에 의해 밝혀진 새로운 정보에 더 주목했다. <WP>는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의 중심 세력의 정체와 이들의 위치 등이 보고서에서 밝혀졌다고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WP>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의 중심세력은 파키스탄 카라치에 있었지만 최근 장기전에 대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빈 라덴과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직접 차로 아프간을 곳곳을 돌며 조직의 은신처가 될 만한 장소를 찾았다는 것이다.

또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빈 라덴이 체포되거나 암살당할 경우 서방에 핵폭풍이 불 것'이라고 조사관들을 위협했다면서, 이들이 빈 라덴이 잡히거나 암살당하면 폭발시키려고 유럽에 핵폭탄을 숨겨놨다고 주장했다는 문서 내용을 보도했다. 알카에다가 핵물질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도 문서에 포함돼 있었다.

신문은 9·11 테러의 주모자로 알려진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가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테러행위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또 알카에다가 주유소와 가스, 전기 등 사회기반 시설을 목표로 한 테러를 계획했으며, 미국 전역의 공공건물에 설치된 공기 순환 장치에 독극물을 주입하려고 계획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전해졌다.

그러나 <가디언>은 문서에 기재된 수감자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미군이 작성한 이 서류들은 수감자들이 몇 년 동안 이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이 얼마나 근거 없는 일인지를 보여준다"며 "일부의 수감 근거는 고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진술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 당국은 고문으로 얻은 정보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심지어 고문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정보의 신뢰성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고문당했을 가능성이 충분한 사례로 죄수번호 63번의 마드 알-카타니에 대한 문서를 들었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근처에서 잡혀 수용소로 압송된 그는 빈 라덴의 신변 경호를 맡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에 대한 조사 보고서는 그가 주의해야 할 30인의 인물 중에 포함돼 있으며 위험 정도가 대단히 높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진술을 번복했으며, 문서 작성자는 초기 그의 진술이 자신들의 '가혹한 조사 기술자'들에 의해 얻어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 수용소가 자리한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정문 ⓒAP=연합뉴스

'관타나모 파일' 어떻게 드러났나?

전세계 언론이 이날 '관타나모 파일'을 보도했지만, 정보 출처는 단일하지 않다. 사실상 동일한 내용임에도 출처는 위키리크스와 <뉴욕타임스>로 나뉜다. 위키리크스 측은 정보 공개자의 보호를 위해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군 정보분석 담당인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위키리크스에 건넨 수십만 건의 자료들 중에 관타나모 파일이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인터넷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미국의 비밀문서 779건 중 758건을 매일 조금씩 나누어 다음달까지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1차분 60여 건을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위키리크스 홈페이지 바로가기) <워싱턴포스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슈피겔>, <엘파이스>, <맥클래치>, <르몽드>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위키리크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이 단체의 '파트너'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관타나모 파일'이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제공한 파일더미에 들어 있었던 것이라면서도, 자신들은 독자적인 경로로 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NPR> 라디오 방송은 <뉴욕타임스>로부터 이 파일을 제공받았다.

미 국방부는 편치 않은 심정을 드러냈다. 국방부 대변인은 "당연히 우리는 법에 의해 비밀로 분류된 모든 정보가 공개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의 안보가 이로 인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상황은 특히나 예외적으로 복잡하며, 이와 관련된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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