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태 현장을 방문한 후 참석한 '국제 체르노빌 회의'에서 "원자력은 자원 부족 시대에 논리적인 대안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런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가 위험과 비용을 제대로 분석했는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고통스러운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불행한 진실은 우리가 이와 같은 재앙을 더 목격하게 될 것 같다는 점"이라며 "세계는 원자력 사고의 불안한 역사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인해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재앙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쿠시마 사태가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발생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는 더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의미하며, 앞으로 원전 시설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자력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강화하고 원전 안전에 대한 자연재해의 영향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국가간 원자력 관련 정보공유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반 총장과 동행한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세계 여러 나라가 앞으로도 원자력을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선택할 것이므로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원자력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현장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국인 10명 중 6명 "원전 추가건설 반대"
이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인들 10명 중 6명 이상이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신문이 <ABC> 방송과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4%가 추가적인 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대 여론은 지난 2008년 조사 때의 53%보다 11%포인트 높아졌으며, 특히 '강력 반대한다'는 응답은 당시의 23%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47%에 달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2008년 대비 11%포인트 줄어들어 33%를 기록했다.
또 응답자 중 53%는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지만 80% 이상의 응답자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핵 안전성에 대해 확신을 덜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9%는 자신의 집 근처 50마일(약 80km) 이내에 원전이 건설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에 더 우려하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전체 여성 응답자 중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한다고 밝힌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20% 높았고, 원자력 에너지가 불안전하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도 남성보다 18% 높았다. 이 조사는 지난 14일부터 3일 간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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