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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前차관보 "한국 정부, 미국의 대북 지원 막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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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前차관보 "한국 정부, 미국의 대북 지원 막지마"

"'배고픈 자들은 정치를 모른다'는 레이건의 말 기억하라"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해 북한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을 가진데 대해 한국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이 정설이 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튼 아브라모위츠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보·연구 담당 차관보를 지낸 아브라모위츠는 지난 14일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한국 정부가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길 원한다면 미국은 그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해야 하고, 그 요구가 거절된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강조한 아브라모위츠는 미국의 비정비기구들과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전문 구호 기관들이 북한 현장 실사를 통해 식량 사정의 심각성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또 다른 실사단을 보내려 하는 것에 대해 아브라모위츠는 "한국 정부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미국 내 대북 지원 반대론자들의 공격 예봉을 꺾으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식량 분배 모니터링 문제와 관련해 그는 "미국의 구호 단체들은 자신들이 지원하는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간다는 것에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그를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북한도 엄격한 모니터 기준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전직 고위 당국자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 식량 사정은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국정원은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WFP에 보고한 작년 곡물생산량은 2009년에 비해 10만 톤 늘어난 511만 톤으로, 예년과 비교하면 식량 사정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이 세계 각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 젖히는 해'로 정한 내년을 위해 식량을 비축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브라모위츠 전 차관보는 최근 거의 매년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 내 북한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작년 11월에도 방북한 바 있다. 2009년 2월 방북 때에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와 동행하기도 했다. 다음은 아브라모위츠의 글 '동맹정치'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
☞원문 보기)

▲ 2009년 2월 평양 방문 후 베이징에 도착한 모턴 아브라모위츠 전 차관보(왼쪽). 오른쪽은 현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AP=연합뉴스

동맹정치(Alliance Politics: Legislating Hunger)

한국 정부는 북쪽의 동포들에게 미국이 식량을 지원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데 힘을 써왔고, 현재의 양국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주장한다. 그건 아마 사실일 텐데, 그러한 관계는 현 한국 정부가 중요한 이슈들 특히 '햇볕정책'을 뒤집는 일에서 주도력을 발휘하고 미국은 그 뒤를 따름으로써 형성됐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 대북 지원이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고립시키는데 있어 한국 정부와 함께 하고, 수백만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 지원을 거부하는데 있어서도 한국의 말을 따르고 있다. 그에 따라 북한에서는 아사자와 영양실조, 질병, 발육 부진 등이 나타나고, 그것은 북한군 하위 병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기근은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의 식량 부족 현상은 지난 20년 동안 자주 나타났는데, 이는 잘못된 농업 정책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고, 북한 정부가 수많은 극빈층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부가 석유·가스 판매 수입을 극빈자 구제에 쓰지 않은 미얀마와 닮은꼴이다.

미국, 한국,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북한에 지원을 함으로써 식량 부족을 경감해왔다. 그리고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에 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똑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쟁점도 매번 유사하다. 식량 부족 실태는 정확하게 평가했는지, 지원된 식량이 다른 곳으로 전용되는 건 아닌지, 북한의 대규모 군 기득권만 지탱시켜 주는 건 아닌지 등등 이해할만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북한과 오랫동안 일해 온 미국 비정부기구들이 북한의 여러 지역을 돌아보며 식량 상황을 평가했다. 3월에는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전역을 조사한 후 600만 명이 심각한 위기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평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식량 지원에는 시점이 중요하다. 심각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6월까지는 식량이 북한에 도착해야 한다. 지금 지원을 시작해도 이미 늦었다.

한 달 전, 미국은 왜 북한 지원에 나서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국무부의 관리들은 WFP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WFP와 미국 비정부기구라는 전문 기관의 발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북한 식량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팀을 보내려고 하고 있다. 희망적인 얘기지만, 미 정부의 이같은 행보는 한국 정부로 하여금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하고, 미국 내 대북 지원 반대론자들의 공격 예봉을 꺾으려는 노력이다.

미 행정부가 뜸을 드리는 이유는 또 식량 분배 모니터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호 단체는 자신들이 지원하는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간다는 것에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북한도 엄격한 모니터 기준에 동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여론을 감안해 한국의 민간 기구가 모은 소량의 식량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지원은 거절해 왔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먼저라고 말한다. 북한은 사과를 해야 하지만, 사과를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국은 북한을 도울 충분한 능력이 있다. 한국이 만약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선호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고, 미국은 한국 정부에 정책을 바꾸라고 촉구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그 요구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이 문제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면으로 맞서 싸야 하는 상황이다.

'배고픈 이들은 정치를 모른다'는 레이건 독트린은 우리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언젠가는 자신들의 국민이 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도록 하는 정책을 취하는데, 미국이 그걸 따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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