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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왜 미국 신용등급 전망 낮출 수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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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왜 미국 신용등급 전망 낮출 수밖에 없었나

<블룸버그> "미국 부채문제, 미국의 손을 떠났다"

'트리플 A'라는 최고 국가신용등급에 안주해온 미국이 사상 최초로 '부정적 전망'이라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향후 2년내에 신용등급이 강등될 확률이 3분의 1이라는 의미로 18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기관 S&P가 꺼내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뒷북치기'라고 비아냥거리기는 하지만, 다른 신용평기기관은 감히 하지 못한 조치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미국이 세계 최대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국가부채와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엄청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축통화국의 지위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트리플 A' 등급에서 제외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지는 오래다.


'미국의 능력' 무시한 S&P의 결정 배경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왜 이 시기에 나온 것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S&P의 결정은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재무부의 반발에서 보듯, 또한 지난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향후 12년간 4조 달러 감축"이라는 장기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발표한지 불과 5일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S&P의 조치는 이제 미국의 부채는 미국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S&P 발표 직전 미국의 재정문제를 좌우할 주체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 등 외부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미국의 국채를 대량 보유한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 국채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할 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위안화에 둘러싸인 달러 지페. 달러의 운명은 이제 중국 등 미 국채를 대량 보유한 다른 나라들의 결정에 달렸다. ⓒ로이터=뉴시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미국의 부유층 감세로 부족해진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의 돈을 빌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한다.

가이트너 장관은 주체를 바꿔 말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중국이 미국에 돈을 빌려줄 것이냐다. 미국의 재정상태는 이탈리아의 재정상태가 좋아보일 정도로 심각하다. 중국은 이런 나라의 국채만 1.2조 달러를 쥐고 있어 중국에게도 미국 국채 보유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유로화가 상당히 안정적인 이유에 대해 외환전문가들은 이런 분석을 하고 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다가 이제는 다른 통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은 사실상 중국을 가리키는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미국 국채를 포함해 3조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은 브라질 같은 나라를 끌어들여 위안화로 무역 거래를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과, 한도가 꽉찰 만큼 발행한 미국 국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관리자라면 이런 환경에서 얼마나 더 많은 달러를 매입하려고 할까?

"글로벌 금융위기, 높은 신용등급 장기 남용한 미국 탓"

게다가 중국은 스페인의 부채를 사들이고 있기도 하다. 싱가포르 소재 LGT그룹 남아시아 지역 투자전략 팀장 사이먼 그로스-호지는 "중국이 유럽의 부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차이나데일리>의 게재된 쩡신리 중국국제경제외환센터 부소장의 논평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미국이 '트리플 A'라는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장기적으로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 결과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국제통화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란시키는 주범이 되었기 때문에, 필자는 복수 기축통화제도를 도입할 것을 G20 국가들에 제안했다.

그동안 미국은 '트리플 A'라는 신용등급을 당연시했다. 무디스나 S&P가 감히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배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거대한 '부채 발행 기계'가 되어 아시아 국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국채의 덫'에 빠진 아시아, 손절매 각오할 때

무디스나 S&P가 과감하게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 어떻게 되는가?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권자는 이제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가 되었다. 문제는 아시아는 미국 국채의 '덫'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가 미국의 국채를 더 이상 사주지 않으면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미국 국채를 자꾸 매입하고 있다. 언젠가 한계에 도달할 폰지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도박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이쯤에서 손절매를 할 것인지 말이다. 886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일본은 대지진 사태를 계기로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할 명분을 갖게 됐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할 조짐을 보이면 국제금융시장은 요동을 칠 것이다. 민중봉기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의 산유국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중동 사태 같는 민중봉기를 우려하고 있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아야 할 처지다. 조지 소로스는 최근 중국의 인플레이션 사태에 대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이 달러를 축적할 수록 위안화가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달러 매입을 줄여야 위안화 가치를 올려 인플레이션 통제 여력이 커진다.

문제는 미국 국채 매입 여부는 중국이 결정할 일이고 미국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중국이 금리를 인상할 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투자자들이 달러가 아니라 엔화 매입에 쏠렸다.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는 그 주체가 미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사태보다 오히려 더 관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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