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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12년간 4조달러 재정감축"…재선 위한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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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12년간 4조달러 재정감축"…재선 위한 타협?

불과 두 달만에 4배 늘린 규모…"공화당 요구에 말린 모양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위해 자신의 지지층을 배신하는 굴욕적인 타협을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8일 올해 회계연도 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에 동의한 데 이어, 13일(현지시간)에는 대대적인 장기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380억 달러(약 4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예산삭감에 이어 향후 12년 동안 4조 달러의 재정지출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타협은 복지예산 등을 삭감해 정부의 재정지출을 되도록 줄이자는 보수우파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지 않는한 계획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다. 또한 이번 장기 재정감축 방안에는 국방비 지출 추가 삭감에 이어 부자 감세 연장 거부 등이 포함돼 보수우파의 반발로 실현가능성도 미지수다.

▲ 오바마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대대적인 장기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AP=연합
복지예산 줄이라는 공화당 요구에 끌려다니는 오바마

오바마는 지난 4일 내년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이후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오바마는 올해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가 반년이 다되도록 본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공화당은 대규모 예산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본예산안 처리에 협조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난 8일 자정에 끝나는 임시예산안의 대체예산안 처리도 거부해 연방 정부 폐쇄까지 불사하겠다고 압박하자, 오바마는 결국 사상 최대의 예산삭감을 감수한 예산안에 합의했다.

미국은 의회에서 임시예산이라도 의결해주지 않으면, 즉시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시스템이다. 8일 자정에 본예산안 처리가 합의되자 의회는 1주일짜리 초단기 임시예산을 의결한 뒤 15일까지 하원과 상원이 잇따라 본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복지예산을 대폭 줄인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삭감으로 지지층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오바마는 지난 2월 내놓은 장기 재정적자 감축 규모를 불과 2개월 사이에 4배나 늘렸다.

당초 '10년간 1조 달러 정도'나 가능하다던 재정적자 감축 규모를, 하원예산위원장 폴 라이언공화당 의원이 주도한 '10년간 4조4000억 달러 감축' 방안과 얼추 비슷한 규모로 확대한 것이다. 공화당은 이 방안을 4월말에 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공화당, 국가부채 한도 증액 거부 카드로 추가 압박 예상

또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가 넘는 재정적자 비율도 2015년까지 2.5%선으로 줄이고, 2020년께 2%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감축 계획의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도 않았고,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공화당은 국방비와 부자감세 폐지 등의 방안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국가부채 한도를 늘려달라는 오바마 정부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복지 예산 등도 절감 규모가 미흡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는 한도가 의회 승인 사항인데, 현재 미국 정부는 14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발행 한도가 5월16일에 꽉 찰 예정이다. 따라서 그 이전에 의회가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연방 정부는 디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긴급 발행권(8주 시한)을 동원해 7월초까지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만 되어도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채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장기 재정적자 감축 방안이 발표되자 "앞으로도 공화당과 오랜 씨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바마는 국방비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제시한 규모의 두 배나 줄이겠다고 밝혀 갈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 "오바마는 폴 라이언에게 말린 것 같다"면서 "오바마의 계획은 대규모 재정감축 요구를 결국 대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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