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 봉쇄, 주민 고통과 사회주의 회귀만 가져올 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 봉쇄, 주민 고통과 사회주의 회귀만 가져올 뿐"

이정철 교수 "시장이 北 정권 붕괴시킨다는 건 단순한 생각"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12일 시장의 도입과 활성화를 북한 정권이 무너질 조짐으로 보는 것에 대해 '단순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당‧군 경제'(국가)로 시장의 잉여를 이전시키는 구조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정권이 시장을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철 교수는 이날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 인사들과 소위 '뉴라이트' 등 보수 진영에서 북한 체제의 경제적 난점을 많이 거론하는데 대해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접근법"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은 시장이 확산되면 북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의 역할과 국가의 통제력이 같이 증가되는 시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귄위주의 정권의 통치 하에서도 시장 역량은 증대했다.

시장역량과 정부 통제력은 일정 시기까지는 함께 상승하다가 이후에는 이런 정(正)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고, 시장에 의해 정부 통제력이 상실될 수도, 국가가 시장을 통제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이 정권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프로세스로만 예단하는 것은, 북한의 여러 가지 시도에 대한 너무 단순한 논의"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북한 경제는 2~3개 영역으로 '구획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반시설, 무기개발 등 국가정책‧국방 부문과 관련된 '당‧군경제'와 소비재, 중공업 등의 '일반경제'로 나뉘어 있는데, 북한에서 시장은 '일반경제'를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당군경제와 중앙(권력)이 시장을 착취하는 구조"라며 "시장 활동이 당군경제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 관계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식량이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식량을 생산하는 협동농장으로부터 국가가 토지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북한 정권이 오히려 시장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제도적 차원에서는 국영화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권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한 메커니즘'이라고 평했다.

대북제재, 북한을 '사회주의 계획경제' 노선으로 회귀시킬 뿐

이 교수는 "북한은 당군경제의 외곽에 시장경제를 두는 2중 경제, '칸막이 경제'"라며 외부의 경제 제재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오히려 일반 주민들일 뿐 당군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핵실험 이후 (북한의 개혁·개방을 바란다는) 우리가 외부에서 오히려 북한 시장을 고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다시 주체사상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전통적 사회주의 정치노선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주체' 논의를 다시 쓰고 있다"며 "예비숫자‧통제숫자라는 개념의 재등장,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 폐기 등 (2001년) '7.1 조치' 이전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노선이 복구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북한을 봉쇄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고, 남북관계나 북미관계가 풀리면 시장이 다시 나타날 것이며 그것이 당군경제에도 전혀 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박봉주 전 총리의 갈등설을 언급하며, 박봉주의 개혁 노선이 박남기 중심의 보수파의 반격으로 좌절됐다기보다는 2차 핵실험과 미국 등의 제재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박봉주의 노선이 빛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북한의 화폐개혁 또한 일반 주민들이 갖고 있던 현금을 몰수하는 데 주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같은 계획경제체제로의 복귀 과정에서 경공업 부분에 주력하려는 경향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특히 2001년 사실상 폐지됐던 거래수입금(일종의 부가가치세)이 부활된 것과 관련지어 보면 화폐개혁은 주민들이 아니라 국영기업이 소유한 현금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를 '공급 부문 개혁'이라며, 그와 함께 물가안정화를 위한 화폐가치 재평가(리디노미네이션)와 주민들이 달러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을 막기 위한 것도 화폐개혁으로 노린 효과였다고 설명했다.

▲ 이정철 숭실대 교수 ⓒ프레시안(곽재훈)

"북한에게 '왜 우리처럼 못하나' 해봤자 소용없어…우월감 버려야"

이 교수는 "북한에 관여하되 '우월성 테제'는 버려야 한다"며 "우리식 성장노선을 북한에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식 발전국가 시스템에서는 경제성장이 모든 것보다 우선되지만 북한에서는 경제보다 체제 생존, 사회주의적 가치와 이른바 '백두 혈통' 등이 더 우위에 있기에 한국식 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1980년대 사회주의권의 새로운 경제 실험 시도들이 좌절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가서 '불가능하다. 포기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북한이 우리처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붕괴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북한에 적대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출신 언론인인 최선영 <연합뉴스> 기자는 이날 토론자로 나서 "북한 붕괴론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붕괴론에 대한 정립 자체가 필요하다"며 "김정일 체제는 사라질 수 있지만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언젠가 (북한이) 붕괴되지 않겠냐 하는 것은 희망사항"이라며, 설사 김정일 정권이 붕괴한다고 해도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군사력을 동원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점령할 수 없는 한 방법이 없다.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북한을 개혁·개방시키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가 변화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며 "햇볕정책은 문제점도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의존도를 심어주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대북 강경책은 오히려 느슨했던 북한 기득권의 대남 적대의식을 고취시킬 것이며 체제 유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그는 대북 식량지원의 '투명성' 논란과 관련해 "자꾸 북한 기득권층과 주민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분리가 어렵다"며 모니터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물량 공세가 많이 필요하다"며 "(식량이) 많이 가다 보면 시장논리가 작동해서 주민들도 조금이라도 싼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방위‧노동당 이전에 軍에서 기반 쌓는 단계"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정은 후계 구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정철 교수는 김정은으로의 이른바 '3대 세습'이 40년 전 고(故) 김일성 주석이 북한의 최고권력자가 되는 과정과 동일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지난해 9월의 당대표자회는 (김 주석의 유일체계를 확립한) 1958년의 1차 당대표자회와 비슷한 역사적 과정이며, 북한이 목적의식적으로 이같은 과정을 밟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북한 권력 체계의 핵심은 "선군후당"이라며 "군 내에서 권력 핵심을 만들어서 당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1956년 종파 사건을 거치며 빨치산 출신들이 조선노동당을 장악했을 때나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김정은의 현재 상황은 (김일성 주석의) 1960년대 상황에 있지 않나 하고 보인다"며 당 장악 이전에 군에서 자신의 기반을 만드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군내 핵심 양성을 통한 당의 장악과, 당을 통한 군에 대한 문민통제라는 역사적 과정의 반복"이라고 표현하며 "국방위원회 위원 등 행정직을 맡지 않는 것은 이에 비춰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