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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내전 '종결'…프랑스, '아프리카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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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내전 '종결'…프랑스, '아프리카의 미국'

佛 주간지 "그바그보 체포는 사르코지의 승리"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으로 시작된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사실상 종결됐다. 알라산 와타라 당선자 측은 11일(현지시간) 아비장시(市)의 대통령궁 지하에서 그바그보와 그의 부인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현지 텔레비전 방송은 흰 내의 차림으로 체포된 그바그보의 모습을 내보냈으며, <AP> 통신은 체포 과정에서 그가 와타라 측 군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바그보는 체포 당시 총을 쏘지 말라며 '나를 죽이지 말라'고 소리질렀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그바그보 체포 작전은 이날 오후 3시경 프랑스군 헬기가 대통령궁에 대한 무력화 공격을 끝낸 후 시작됐다. 와타라군 지휘관들은 일부 군인들이 그바그보를 죽여버리려고 했기 때문에 그에게 방탄조끼를 입혀 이송했다고 전했다. 와타라 측 인사들과 유엔 관계자는 그바그보가 법정에서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11일(현지시간) 체포된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가운데) ⓒ로이터=뉴시스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

이로써 지난 4개월 간 계속됐던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은 사실상 끝났다. 지난해 11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선관위는 와타라의 승리를 선언했으나 헌법위원회가 이를 무효화하고 그바그보의 당선을 발표하면서 두 후보가 각각 취임식을 갖고 내각을 꾸리면서 내전은 시작됐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은 와타라 측은 지난달 말경 코트디부아르 전역을 장악하고 대통령궁 소재지인 경제수도 아비장으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적 개입'을 명분으로 개입한 유엔 평화유지군(UNOCI)과 프랑스군은 대통령궁 벙커에 은신한 그바그보에 헬리콥터로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바그보는 이날 체포됨으로써 10년 간 지켜왔던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바그보는 대학강사로 재직 중 '파괴적인 강의'를 했다는 혐의로 투옥된 경력이 있으며 이후 좌파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던 중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프랑스로 망명하기도 했다. 2000년 대선에서 코트디부아르 사상 첫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며 일당독재 체제를 무너트렸으나 2001년 군부 쿠데타, 2002년 군사 반란 등을 겪으며 집권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는 2004년 11월에는 정부군 전투기들이 북부 반군 점령지역을 공격하면서 프랑스군 기지를 폭격해 보복공격을 받는 등 서방과도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그는 2005년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지난해 10월까지 6차례나 대선을 연기하며 정권을 유지해 왔다. 그 자신은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종했지만 북부의 이슬람 세력에 대해 남부의 카톨릭 세력을 대변해 왔다.

반면 내전의 승리자인 와타라는 북부 이슬람교 신자들을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와타라는 어머니의 고국인 코트디 북쪽 인접국 부르키나파소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국내정치 기반이 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15년여의 대권 도전 끝에 결국 최종 승리자가 됐다. 와타라는 부유하게 자란 국제기구 관료 출신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 서아프리카 중앙은행(BCEAO) 총재, IMF 부총재 등을 지냈다.

와타라는 지난해 대선의 합법적인 당선자로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으나, 내전 과정에서 그의 편으로 참전한 군인과 용병들이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강간하고 마을을 불태우는 등 잔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관련 조사 계획을 밝혔고 이에 따라 와타라의 학살 개입 가능성이 정국 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중동엔 미국, 아프리카엔 프랑스?

국제사회는 내전 종식을 한목소리로 반겼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은 코트디부아르가 불법적 권력의 종식이라는 결정적 사건을 맞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코트디부아르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의 승리"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역내 및 전세계의 독재자들과 폭군들에게 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 사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지난 4일부터 UNOCI와 함께 대통령궁에 대한 공격 작전을 수행했으며, 이날 체포 돌입에 앞서 헬리콥터를 동원해 '무력화 작전'을 펴기도 했다. 그바그보를 체포한 것은 와타라군이 아니라 프랑스군이라는 언론 보도도 한때 나왔다.

과거 코트디부아르 등 중‧서부 아프리카 일대 식민지의 종주국이었던 프랑스는 이번 내전 사태를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게 됐다. 프랑스는 리비아 공습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는 등 특히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미국보다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 인터넷판은 이날 그바그보 체포는 "사르코지의 승리"라고 평했다. 이는 프랑스의 대(對) 아프리카 정책을 강화한 것일 뿐 아니라 다음해 재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세 반전을 꾀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는 현재 3만여 명의 군인을 외국에 파견 중이다. 세네갈, 가봉, 지부티 등 아프리카 국가에 3000여 명의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지부티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는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또 차드, 사하라 이남 사헬 지역 등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프랑스는 적극성을 보여 왔다.

특히 이번 코트디부아르 내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프랑스는 아프리카 역내에서 필요한 때와 장소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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