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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보다 못한 중앙亞…'재스민 혁명'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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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보다 못한 중앙亞…'재스민 혁명' 가능성 낮아"

<글로벌아시아> 서방-중국-러시아 개입된 '2중 보호막' 구조 '철옹성'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제르바이잔 야권과 시민들은 바쿠 도심을 행진하며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제르바이잔의 시위가 주목되는 이유는 아랍 세계를 달군 민주화 불길이 카스피해 연안의 중앙아시아로 옮겨 붙을지 여부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아랍 국가들처럼 1인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알리예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사망한 아버지 헤이다르로부터 대통령직을 사실상 세습해, 이들 부자가 18년째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989년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장에 오른 이래 지금까지 권좌에 앉아 있다.


심지어 올해 1월 카자흐스탄 상하원은 2012·2017년 두 차례 대선을 모두 취소하고 현 대통령 임기를 2020년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서방의 비난 여론에 못이겨 지난 3일 조기 대선을 실시했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다시 당선됐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선 소련 붕괴 후 21년간 집권한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은 2006년 사망했지만,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현 대통령 치하에서도 과거 공산당의 후신 투르크멘민주당(DPT)의 일당 지배가 사실상 유지되고 있다.


자원 부국(富國)인 우즈베키스탄 역시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관련기사 보기)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990년 당선된 이래 20년째 대통령직에 앉아 있으며, 야당을 용납치 않는 독재를 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중앙아시아에서도 민주화 시위나 시민혁명이 일어날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재단이 발행하는 외교전문지 <글로벌아시아>는 2011년 봄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중앙아시아의 시민혁명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중앙아시아 문제 전문가 게오르기 볼로신은 논평에서 중앙아시아는 각국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의지와 이웃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라는 '2중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다며 시민혁명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국 등 서방 국가들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역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 2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국기를 펼쳐 든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의 불길은 카스피해 연안까지 옮겨 붙을 것인가. ⓒAP=연합뉴스
"아랍 스타일 시민혁명 기대하지 말라"

튀니지 민주화 시위대가 23년 동안 장기 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을 때, 민주화 물결이 전 아랍 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예측한 서방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민주화 열기는 이집트, 리비아, 요르단, 바레인, 알제리를 휩쓸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그리고 많은 비민주적 정권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리비아의 유혈사태는 이 정권들의 미래가 얼마나 불안한지 입증하는 사례다.

서방 국가들 역시 혁명의 진로를 바꾸지 못했으며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도 못하는 무력함을 보였다. 아랍·북아프리카 시민혁명은 아무리 억압적인 정권도 불과 며칠새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다음은 중앙아시아의 차례일까?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인 이 지방은 구소련에 속했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5개국으로 이뤄져 있다. 이 나라들은 독재자들의 근거지였으나, 최근 각국 야당은 튀니지·이집트와 같은 시민혁명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 뭐라고 주장하든, 중앙아시아가 혁명의 물결을 탈지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불확실하다.

중앙아시아의 고립된 정체성

중동의 혁명이나 쿠데타는 곧 주변 전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은 중동과 달리 국제정치의 중심지에서 너무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 역시 이웃 강대국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게 중앙아시아는 정치·군사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는 곳이다.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과 지리적으로 연결돼 있고, 남쪽으로는 멀리 페르시아만에 닿아 있다. 유럽에게도 이 지역은 에너지 수송로로서 중요하다. 특히 러시아의 대(對) 서방 에너지 정책은 정치 협상의 중요한 도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와 안보 양 측면에서 중앙아시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이 지역의 이슬람주의 세력과 마 약 거래 범죄자 집단을 안보의 위협 요소로 여기고 있다. 또 이란, 터키,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라는 목소리나 부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대체할 새로운 정권을 세우려는 노력은 중앙아시아 내부의 정치적 사정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05년 카리모프 대통령이 안기잔 지방의 시위를 막으려 폭동 진압 경찰을 투입해 2000명의 시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우즈벡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카리모프는 우즈벡 영토 내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를 퍠쇄했다.

또 EU는 우즈벡에 경제 제재를 가했으나 자급자족적 경제 구조를 가진 우즈벡은 이 조치로 별다른 고통을 받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카리모프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을 때 EU와 나토는 그를 환영했다.

미국은 그 이전에도 국익을 위해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곤 했다.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2010년 '2차 튤립혁명'으로 쫓겨나기 전에, 그가 미국에 임차했던 마나스 공군기지의 반환을 요청하자 미국은 비난 수위를 낮췄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들은 전통적으로 '현 상태'(status quo)를 유지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그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설파하는 서방에 반발하는 동맹국들을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중앙아시아의 정권들은 이중의 보호막을 둘러치고 있다. 정권 엘리트들 자신이 붕괴나 변혁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자국의 국익을 좇는 주변 강대국들도 정권의 영속을 바란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정권의 안위를 보장하는 이 이중 보호막은 중동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역 내 기구의 역할

중앙아시아에는 불안정한 상황에 직접 대응하는 두 개의 중요한 지역 안보 조직이 있다. 각국의 이기적인 정책으로 인해 역내의 경제적 통합은 어렵지만, 좀 더 가시적이며 실질적인 군사적 협력은 가능하다.

군사적 협력에는 중립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모든 역내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중국이 이끄는 상하이협력기구(SCO)는 테러와 극단주의, 분리주의와 외국의 공격으로부터 정권을 지켜 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의 '2차 튤립혁명'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했다. CSTO도 키르기스계 주민이 우즈벡계를 대상으로 벌인 폭력과 대량학살 사태를 주의깊게 관망했지만 결국 개입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키르기스 남부의 종족간 갈등은 군사 개입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현대사는 두 번에 걸쳐 이같은 '시험지'가 됐다. 이는 '진짜 혁명'과는 동떨어진 혼란스러운 상황을 낳았다.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몰아낸 2005년의 쿠데타와 2010년의 2차 튤립혁명은 모두 중국과 러시아를 놀라게 했지만 지역 안보기구는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2005년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바키예프는 '친미' 성향의 인물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그의 축출은 전체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바키예프를 몰아낸 키르기스 국민들 또한 가난 때문에 거리로 나갔을 뿐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는 모두 중동과는 다른 점이다.

또 만약 이 지역에서 이집트 혁명 같은 봉기가 일어난다면 CSTO와 SCO가 개입할 것이다. 이 조직들은 개혁 요구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

마지막으로, 이 지역이 민주주의를 경험한 역사 또한 일천하다. 튀니지와 이집트는 독립 후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긴 했지만 다양한 시민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국민들이 있었다. 이들 나라에는 극단적 보수주의 정당에서 자유주의 정당까지 다양한 정당들이 있었고 외국의 재정 지원을 받은 각종 시민단체들도 존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의 힘이 강했다. 이 모두가 중동의 민주화 혁명에 힘을 보탠 것이다.

중앙아시아 역시 자유주의·민주주의 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 중 대다수는 정치사회적 변화를 원치 않으며 변혁운동에 참여하기도 꺼리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고, 정치 지도자들은 정권이 붕괴하면 이슬람주의가 창궐할 것이라고 늘 강조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독재자였던 니야조프 전 대통령이 남긴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으며 '중립'만을 고수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역내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카리모프의 치하에 있다. 2005년 안디잔 학살 때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오히려 카리모프를 비호했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비교적 민주적이고 관용적인 나라로 간주된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정권 반대 세력에 대한 억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키르기스스탄은 2010년 '2차 튤립혁명'의 혼란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 5개국은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권위주의 정권이 통치하고 있고 그 가족과 측근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며 이들이 높은 지위를 배경으로 재산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중동혁명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장기 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면 혁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밀한다. 하지만 짐바브웨에서는 살인적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국의 공식 통화가 폐지됐고 국민들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데도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론의 한계는 명백하다.

중앙아시아 각국의 정권은 견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강대국들의 '파워게임'과 취약한 풀뿌리 민주주의 때문이다. 결국 중앙아시아에서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현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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