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오전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한 중학교 사회교과서 12종의 검정을 통과시켰다.
기존 중학교 사회교과서 23종(지리 6종, 역사 9종, 공민 8종) 가운데 10종(지리 6종과 공민 4종)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왜곡교과서 숫자가 10종에서 12종으로 늘어나고 비중도 43%에서 66%로 증가했다.
▲ 일본 정부가 30일 독도 영유권 기술을 노골적으로 강화한 중학교과서 검정결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 중학교의 사회와 역사 교과서 등의 겉표지 모습. ⓒ연합뉴스 |
특히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한 교과서는 기존의 후소샤(扶桑社) 공민교과서 1종에서 지리교과서 1종과 공민교과서 3종 등 모두 4종으로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교육출판(敎育出版)이 펴낸 지리교과서는 지도와 함께 "竹島(다케시마. '독도'의 일본명)는 일본의 고유영토이며 1952년 이후 한국 정부가 불법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표기했다.
도쿄(東京)서적의 공민교과서에는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어..."로 되어 있고 이쿠호샤는 "한국에 의한 竹島의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없이 행하여 불법점거인 바...", 지유샤(自由社)는 "북방영토와 竹島를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불법으로 각각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했다.
나머지 교과서들도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뒤 배타적 경제수역 범위에 포함시키거나 △지도 및 독도 사진과 함께 竹島를 시마네현 소속으로 표기하거나 △일본의 고유 영토이지만 한국이 점령하고 있어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는 기술이나 △일본해에 위치한 다케시마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사이에 영유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어 미해결 문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을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유샤와 후소샤(자회사 이쿠호샤), 교육출판, 도쿄서적 역사교과서는 독도 문제 이외에도 △임나일본부 △임진왜란 △강화도 사건 △한국강제병합 △강제동원과 황민화 정책에서 역사기술을 왜곡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오는 7∼8월 교육위원회에 의해 교과서 채택 여부가 결정되고 내년 4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외교부 "즉각 시정 촉구"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외교부 청사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독도 영유권 기술을 강화한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다. 권철현 주일 대사도 일본 외무상 또는 외무성 사무차관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조병제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독도는 우리나라가 영토 주권을 확고히 행사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이 언제나 자유롭게 왕래하는 우리의 영토"라면서 "정부는 독도의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일본의 어떠한 기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확고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어 "일본 정부는 그간 누차 표명해온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한일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간다'는 다짐을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실천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총리실, 외교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독도영토관리대책단' 회의를 열고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따른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日 교과서 독도 영유권 주장 어떻게 변했나>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일본은 195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교과서에 독도(일본명 다케시마<竹島>) 영유권 주장을 담기 시작했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1956년에는 이미 한 중학교 지리 교과서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지도가 등장했다. 이후 뜸해졌다가 일본 정부가 1970년 5월30일자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지리 과목 해설서에 "영토 문제, 특히 미해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가 정당하게 주장하는 입장에 기초해 당면한 문제의 요점을 적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시하면서 다시 교과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9년 5월31일에는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지리)에도 영토 교육 관련 부분이 포함됐다. 일본은 1989년에는 중학교 지리 과목 해설서에 "북방영토(남쿠릴열도의 일본식 명칭)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일본이 반환을 요구한다는 점을 다루라"는 부분을 추가했다. 1981년에는 시미즈쇼인(淸水書院)이 펴낸 중학교 교과서에 "일본의 최서단에 해당하는 센카쿠제도 와 시마네현 앞바다에 있는 다케시마도 일본의 영토인데, 전자는 중국, 후자는 한국이 각각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여 그 영유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간헐적으로 다뤄지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1997년에 발족하고, 침략과 전쟁을 미화하는 이른바 '자학사관 탈피' 주장이 대두하면서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1998년과 1999년에 개정된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도 독도를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북방영토 관련 교육을 한층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2001년 3월에는 새역모의 중학교 교과서, 2002년 4월에는 "한국이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竹島)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고교용 역사교과서 '신편 일본사'가 각각 검정을 통과했다. 시마네현 의회가 2005년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일본이 2006년 교육기본법을 개정한 뒤로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좀 더 노골화했다. 일본은 2008년 3월에 나온 초등.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르게 하라'고 명시했고, 영토교육 강화 요구를 담았다. 2009년 7월에 나온 해설서에서는 "다케시마에 대해 일본과 한국 사이에 주장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해설서에 '다케시마'라고 명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09년 12월에 발표된 고교 학습지도요령에서도 '중학교에서의 학습을 토대로' 영토 교육을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 출범 후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국회에서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지만 교육기본법과 학습지도요령 개정 후 처음으로 지난해에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등 한계도 뚜렷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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