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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면 없는 사람이 제일 먼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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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면 없는 사람이 제일 먼저 죽는다"

천안함 1주기 진보진영 대토론회…진보정당 '3당 3색'

천안함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천안함 사건 1년, 진보의 한반도 평화 비전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진보진영 대토론회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의 핵심 당직자들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송주명 한신대 교수 등이 참석해 논의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북미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 변수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에서는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며 차이를 보였다.

▲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진보진영 대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민주노동당 "통일과 평화체제 구축, 동시에 추진해야"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연평도 사태 이후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등 신냉전 체제가 구축됐다면서 "연평도 사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충돌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물론 미국과 중국 간의 세계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교훈은 한반도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라며 "이전에 서해에서 있었던 교전들은 우발적이었던 반면 지금은 의도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프레시안(곽재훈)
그는 "NLL이야말로 화약고다. 이 화약고를 제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반도 비핵지대화 합의와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국교 수립 등에 대한 동시적이고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진보진영 안에서 평화체제 구축이 먼저냐 통일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있지만 이는 소모적"이라며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선언, 10.4 선언의 즉각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핵문제를 풀고 한반도 비핵지대화 합의를 이뤄낸다면 동북아 안보체제로 갈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한반도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서 새로운 한일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군사적인 핵무기가 아니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있어서도 한-중-일 (공조)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이 체계 구축은 동북아안보체계(건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에 대해 진보진영 내에서 큰 이견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진보진영의 대통합으로 새로운 정치의 싹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新 일괄타결 필요…군축 통한 '평화 복지'로 가야"

그러나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진보 대통합이나 새로운 진보신당 건설에 있어 한반도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주제이기 때문에 공개적이고 과감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프레시안(곽재훈)
조 대표는 "천안함과 같은 평화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남쪽 진보진영은 한국 국민의 이해와 입장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을 고착화하자는 것은 아니"라면서 "진보정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남쪽 국민들의 이해에 기반한 것이고 남북관계 문제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에 대한 태도가 해방 이후 계속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평도 사태는 북의 명백한 도발이며 이런 경우 비판을 유보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주장하는 평화와 공영의 신뢰성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임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는 평화적 수단에 의해 달성돼야 하는 것"이라며 "핵실험이나 무력충돌의 경우 일반 국민들이 매우 민감하게 (진보진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나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의 사례를 보면 소극적 최저접근법, 즉 '경제긴밀화가 평화정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기능주의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해법으로 '신(新) 일괄타결'을 내세웠다.

'신일괄타결'이란 "북한 핵무기 폐기와 평화협정, 최종적인 에너지 지원에 이르기까지 시작 시점과 출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다른 방식의 접근은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문제에서 "재생에너지나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발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력 직접송출 등 여러 방안이 나와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도 에너지원을 전환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의 에너지 생산 방식을 그대로 북으로 옮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축을 통한 평화와 복지의 만남"을 강조하며, 기존의 햇볕정책이 군축을 동반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의 혜택이 돈과 복지로 이어지지 못함으로 해서 화해협력 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할 수 있는 저변 확대에 한계를 보였다"며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제기했다.

그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복지‧보건 관련 지출이 GDP 대비 16.8% 정도로 한국의 7.7%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을 들며 "군사적 이유로 복지가 불가능하다거나 유보돼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비 지출이 GDP의 15%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서라도 군축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회당 "북한 비판하되 독립국가적 실체로 인정해야…한국 먼저 평화국가 되라"

사회당은 북한에 대해 진보정당 가운데에서는 비교적 강경한 비판 입장을 보였다. 금민 사회당 상임고문은 "북한의 무력사용과 호전적 수사를 비판해야 한다"며 "핵개발로 극적인 타결을 노리는 전술을 취하고 있는 북한은 평화주도국가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10번이면 포탄 1번 정도의 (부정적인) 효과가 나는데, 이런 것이 냉전세력을 부양해 왔다"고 덧붙였다.

▲ 금민 사회당 상임고문 ⓒ프레시안(곽재훈)
금 고문은 "중국으로부터 선군 세습정치를 인정받고 정권을 안정화하려는 것은 북한 나름의 전략적 선택일 수는 있으나 결국 신냉전 구도를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한국 평화운동은 이를 이해하고 독자적인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자회담과는 별도로 남북관계는 중요하다"며 "(남북은) 독립 국가적 실체로 상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제 인정'을 이야기한 앞서의 두 정당과는 달리 '독립 국가적 실체'라는 표현을 들고 나온 것이 주목된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을 떠나서는 통일이 없다"며 통일은 평화 수립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먼저 스스로를 평화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며 "유엔의 결의가 없는 해외 파병을 못하도록 해야 하며, 현 헌법의 북한 관련 영토 조항도 토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복무제 도입, 과감한 군축 등을 통해 한국이 평화국가가 돼야 동북아 평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 동북아 정세에서 가장 큰 문제는 "평화주도 국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평화주도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며 "군축은 없었지만 (지난 10년 간) 평화 외교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핵은 이미 한반도 역내 문제가 아니라 대륙과 대륙 간의 국제 문제"라며 "동북아에 신냉전 체제가 들어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체제는 6자회담을 통해 수립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해법으로 '3+3 체제'를 제시했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중‧러 3개국이 비핵국가인 남북한과 일본에 대해 핵무기 사용 포기와 비핵화 보장 등을 약속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쟁나면 죽는 건 노동자, 빈민 뿐"

이날 토론회에는 진보정당 관계자들 뿐 아니라 노동자, 빈민과 학계 등에서 온 많은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주명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좀더 과학적이고 비판적으로 북한 문제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북한 체제가 보이는 한계점을 극복하려 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핵과 연평도 포격 등 대외적 위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 지하벙커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 군대 다녀온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면서 "전쟁 나면 노동자만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노동정책이 경제정책의 하위개념이 됐듯, 남북정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업을 안 하겠다고 해야 교섭한다는 것이나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회담을 한다는 것이나 같은 구조"라며 "왜 그랬는지는 이해 못하고 들이대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덕휘 반빈곤빈민연대 상임대표는 "도시빈민들에게도 평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 토론회에 오는 길에 한 노점상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전쟁나면 가난한 사람이 제일 먼저 죽어, 전쟁나면 안 돼'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빈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지만 지켜만 봐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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