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 변화를 이해하기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가 통제 가능한 단계가 임박했다고 선언했을 정도면, 최소한 시간은 더 걸릴지라도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4일 "바닷물을 투입해 원자로를 냉각시킨 것은 응급조치였을 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연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일본 <NHK>의 라이브 방송 장면.ⓒ로이터=뉴시스 |
전문가들은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바닷물을 투입하는 조치는, 마치 불에 데었을 때 급한 김에 당장의 통증을 가라앉히려고 된장을 발랐는데, 상처가 더 악화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원자로에 바닷물을 투입하면 기화열로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원자로 내부에 소금이 남게 된다. 이 소금들은 원자로 내부의 열기 발산을 차단해 최악의 경우 노심용해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건설 당시 원자로를 공급한 제너럴일렉트릭(CE)의 안전연구소장 리처드 레이히는 "바닷물을 원자로에 투입해 증발하는 과정에서 소금이 점점 더 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원자로 1호기에는 5만7000파운드(약 2만6000kg)의 소금이 쌓였고, 2호기와 3호기에는 각각 9만9000파운드(약4만5000kg)의 소금이 쌓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바닷물 냉각은 역효과, 비상펌프는 '아킬레스 건' 될 수도
문제는 이 소금 결정체들이 핵연료봉에 들러붙고 있다는 것이다. 소금 결정체가 연료봉에 들러붙으면 일종의 차단막으로 작용해 외부로부터 투입되는 물과의 접촉을 막아, 연료봉이 뜨거워지게 된다.
연료봉이 과열되면 지르코늄 성분의 피복재가 터지게 되고, 방사성 물질이 가스 형태로 분출하고 나아가 연료봉이 녹아들면서 훨씬 더 많은 방사능을 내뿜게 된다는 것.
지난 21일부터 연일 3호기에서 검은 연기가 쏫아오른 이유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입장이어서, 레이히 소장의 분석이 주목된다.
게다가 만일 비상냉각시스템의 펌프가 가동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 펌프는 분당 수천 갤런의 물을 주입할 정도의 강력한 모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 강력한 모터가 오히려 아킬레스 건(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펌프는 많은 공기와 물을 밀어내고 끌어들이면서 작동을 하게 되는 데 공기와 물을 배출하려면 기술자가 십여개의 밸브를 열어주는 수작업이 요구된다. 하지만 원자로 주변에는 이미 강력한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어 작업요원의 수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작동 과정에서 배관이 파열될 가능성도 있으며, 급수 배관을 흐르눈 물은 방사능에 오염되기 쉽다는 것.
서방권은 왜 3호기를 더 우려하나
<뉴욕타임스>는 "현재 후쿠시마 원전 기술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면서 특히 3호기의 상태를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1호기에서 핵연료봉이 녹고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했지만, 서방권에서 3호기를 우려하는 이유는 핵연료의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3호기의 핵연료는 우라늄에 플루토늄을 섞은 MOX라는 것으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면 훨씬 더 위험한 방사능을 분출한다"고 지적했다.
플루토늄은 반감기만 2만4000년이며,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이 강해, 체르노빌 사태 당시 '죽음의 재'로 불린 세슘137에 비교해서 '악마의 재'라고 불릴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원전기술자들은 가장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으며, 시간은 반드시 복구 작업요원들의 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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