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열흘을 넘어서면서 원전 폐쇄를 위한 냉각작업의 막바지 준비단계에 들어갔다. 냉각시스템 재가동을 위한 전원복구 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봉이 담긴 냉각수조의 고열현상을 완전히 잡지 못했다.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10년이 걸린다는 원자로 폐쇄 작업의 지루한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여론의 관심이 약해지는 틈을 타서 '차세대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원전산업의 선전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인 미국의 언론비평가 대니 셰시터는 "후쿠시마의 교훈은 완벽한 원자로가 항상 목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만이라는 것이다. '핵사고 없는 핵에너지'라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역설했다.<편집자>
▲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열흘째인 21일 일본 도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원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
"원전 사고 피해 축소, 정부와 언론은 공범관계"
원자력 공학자와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일치감치 경고한 원자력의 위험에 대해 이 세상이 제대로 인식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것일까?
후쿠시마는 현재의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원전업체들은 사람들이 놀라길 바라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인적, 물적 피해 규모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계 원전사상 최악의 사고 중의 하나인 미국의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펜실베이니아, 1979년)에서도 인명피해 규모는 확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되도록 축소되어 알려졌다.
지난 2008년 8월 6일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을 기념해 <얼터넷>은 "정부와 언론은 원전 사고의 피해를 사람들의 인식을 축소하기 위해 공범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TMI 원전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면서 펜실페이니아에 거주하는 2400 가구의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결함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 1500만명에게 은밀히 보상금이 지급되고, TMI에서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유출됐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업체의 보고서에는 이 사고로 사람들이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미국인은 '50년간의 부정'에 시달려"
이런 현상은 우연일까, 아니면 심각한 인지 부정에 의한 것일까? 저명한 심리역사학자 로버트 리프턴은 저널리스트트 그렉 미첼과 함께 '50년 동안의 부정'이라는 현상을 다룬 <미국 안의 히로시마>를 공저했다.
한 서평에서는 이 책에 대해 "저자들은 실제 일어난 원폭에 대한 인식을 오도하고, 정보를 억압하는 정부의 음모에 대해 조사했다. 저자들은 원폭의 파괴적인 심리적 영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평했다.
로리 오커너와 리처드 벨은 조지 오웰이 말하는 'New Speak(전쟁을 평화라고 말하는 식으로 사물의 인식을 오도하는 언어체계. 편집자)에 빗대 '뉴크 스피크(Nuke Speak)'라는 신조어로 원자력의 위험을 은폐하는 원전산업의 수법을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핵위험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원전 신규 건설 공약을 재천명했다.
독일에서는 5만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거리 시위를 벌였지만,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조직적인 반대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다. 진보좌파 지식인들이 모이는 뉴욕의 '레프트 포럼'에서도 이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반면 보수 우파쪽에서는 유명한 보수논객 앤 쿨러가 환경옹호론자들의 경고를 반박하기 위해 방사능이 이른바 '암 백신'의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변했다.
미국에서만 최근 14건의 '아찔한 사고 직전' 원전 사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고, 일본인들이 이제 알게 된 것은 핵 기술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조나단 셸은 최근 <네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이 점을 잘 짚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우리가 통제가능하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핵발전은 복잡한 첨단 기술이다. 하지만 핵분열로 얻어진 엄청난 열로 물을 끓이는 핵발전 방식은 지속적인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 냉각을 위한 펌프는 재래식 전력이 필요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도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예비발전시스템이 망가지고, 배터리 전원도 방전됐다. 커다란 용기에 냉각수를 주입하는 것은 보통 때는 순조롭게 이뤄지지만 때때로 엉망이 된다. 쓰나미 때문일 수도 있고, 관리자가 스위치 앞에서 졸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의 핵규제당국의 사고 기록이 보여주듯, 이런 문제는 일본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핵규제위원회는 알려진 안전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핵감시단체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0년 사이에만 미국의 핵발전소에서 14건의 '아찔한 사고 직전'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누구도 체르노빌 사태가 터질지 예측하지 못했고, 누구도 다음 원전 재앙이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랠프 네이더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미국에 있는 104개의 원전에 대해 때늦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중에 많은 원전이 노후됐고, 지진 단층 부근에 위치한 원전들이 많고, 쓰나미 위협에 노출된 서해안에 있는 원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핵 룰렛' 게임, 전세계적으로 진행중
핵 '룰렛'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전 지지자들은 차세대 원자로가 들어설 '제4세대 원전'은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된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과학자회보>는 '후쿠시마의 교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후쿠시마의 교훈은 이제 완벽하게 안전한 원자로를 설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원자로가 항상 목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만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원전이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이 기술을 포기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같은 것이 때때로 일어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양자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핵사고 없는 핵에너지'라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이 방사능 구름으로 하늘을 덮을 위험을 감수하고, 공포에 질려 요오드칼륨 정제를 구입하러 뛰어다닐 가치가 있는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원전산업의 선전기구는 위기대응 체제로 돌입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그저 앉아서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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