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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처드 "'전략적 인내' 버리고 적극적 대북정책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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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프리처드 "'전략적 인내' 버리고 적극적 대북정책 펴야"

"4자회담, 9.19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가 출발점"

미국이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대북 식량지원 재개 여부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2일 방한해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한미 간에는 전혀 입장 차이가 없다며 "앞으로의 전개 과정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캠벨 차관보의 발언은 역으로 식량지원에 관한 한미 양국의 입장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이나 이번달 1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는 식량지원 재개 등 '대화'로의 선회로 읽힐 만한 제스처가 보였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고위당국자들과 보수언론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는 미국의 지원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캠벨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한국의 이같은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것으로도 풀이됐다.

하지만 캠벨 차관보는 "세계식량계획(WFP)과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평가하는 것을 비교했다"며 "아직 상황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다"고 결론을 열어둔 상태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재개 가능성이 주목되는 까닭은 식량지원이 재개된다면 '분배 투명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가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이르면 4월부터 미국이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고 북핵 6자회담 국면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찰스 프리처드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최근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Center for Korea-US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전략적 인내' 기조를 재고할 것을 미 정부에 강하게 촉구해 주목된다.

프리처드 소장은 '전략적 인내'가 처음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다면서 포용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해 결국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지난해 11월 2~6일 방북해 북한의 건추로 신촉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와 증언한 인물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 초기 미 국무부 대북특사와 한반도에너지기구(KEDO) 미국측 대표를 지냈으며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대통령 국가안보 특별보좌관,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다. 다음은 이 기고문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찰스 프리처드(Charles L. 'Jack' Pritchard)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연합뉴스

포괄적이고 능동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한 때
(Time For A Comprehensive, Proactive North Korea Policy)

필자는 지난해 미국 외교협회(CFR)의 독립적인 태스크포스(TF) 팀을 이끌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기정사실이 될 커다란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보고서가 발간된 후 수 개월이 지나도록 '전략적 인내'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정책이 바뀌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핵확산을 방지하고 비핵화로 다가가기 위해서 능동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한국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초기에는 합목적적이고 유용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비핵화와 비확산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데 역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오바마 정부는 한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며, 동맹을 통해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 하지만 이제는 능동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

중국의 압력 때문인지 북한은 대화 복귀 의사를 드러내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라는 핵개발의 '근본적 원인'에 대화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제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김정일 정권의 좁은 시야 때문에 실질적인 비핵화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교착 상태가 굳어져 가고 있다.

만약 미국의 대북정책이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안보 위협이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북한은 충분히 '사실상의(de facto)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포괄적이고 능동적인 대북정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한 대북정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시적으로 밝힘으로써 가장 잘 이행될 수 있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호 결의를 확실히 적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중국이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에서 이탈하지 않으면서 북한에 적절하고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발판이 마련되는 대로 북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슈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북한이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이슈들은 크게 인도적 문제, 안전보장, 신뢰 구축, 경제라는 4가지 범주로 묶인다.

특히 인도적 문제의 영역에서, 미 정부는 (북한의) 결핵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 등에 열려 있어야 한다. 국제적 고립을 자처하면서 북한에는 오랜 문제들이 많이 있고, 이로부터 벗어나 외부의 긍정적 영향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농업기술 지원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것 등이 이런 문제에 해당한다. 또 적십자 주도의 지역 공조체제를 발전시키고 합리적인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천재지변 또는 인재(人災)로 인한 재앙의 충격을 최소화해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개선시켜야 한다.

안전보장 문제에서,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한 지는 10년이 넘었고, 북한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 한다'는 것을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구실로 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지난 2000년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 및 실전 배치를 유예하는 대신 다른 나라가 북한의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해 주는 등 우주개발을 돕기로 한 것은 하나의 '재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서는, 다른 곳에서 성공했던 방법을 북한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실험용 경수로를 짓고 있으며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더 큰 원자로를 지을 것이다. 새로 지을 원자로는 최근 공개된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원료를 공급받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또다른 비밀 시설을 갖고 있을까 우려하고 있고 저농축우라늄 생산 시설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轉用)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회담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이런 우려를 잠재울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핵연료 재처리 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관련 대화도 시작될 수 있다.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현재의 휴전협정을 영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4자 예비회담을 시작해야 한다. 10여년 전에 바로 이런 목적으로 진행됐던 원래의 4자 평화회담이 그 전례가 될 것이다. 실제적 평화회담에 적합한 때와 장소를 찾으면서, 남북한 모두가 요구하는 신뢰의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회담은 이득을 남겼다. (4자회담은 1996년 한미 양국이 제안해 다음해 8월 1차 예비회담이, 12월 1차 본회담이 열렸으나, 1999년 8월 제6차 회담이 결렬된 이후 중단됐다. : 옮긴이)

경제 분야에서는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 능력 부족이 시작점이 될 것이다. 다른 (6자 또는 4자회담) 당사국들은 어떤 종류의 비핵화 회담 진전이 있을 때 어떤 형태의 에너지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에너지 지원에 대해서는 전례도 있으며 관련 합의도 잘 마련돼 있다.지금 부족한 것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한 가장 믿을 수 있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당사국들에게 확신시킬 논의의 장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비핵화가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의 대북 직접투자를 위한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이는 북한에 대한 확실한 보상의 차원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협력 벤처 등 합동투자가 보장될 구역을 지정해야 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하며, 일부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과 협의를 시작할 영역을 구체화하자면 전체적으로는 10개도 넘는다. 이런 협의의 목적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버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정을 내리도록, 또 기존의 긍정적 요소를 강화하도록 북한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지역 및 국제사회에 북한을 더 긴밀하게 결합시키기 위한 노력은 장기적으로 미국과 남북한 모두에 서로 이익이 된다. 또 안보리 결의안 1874호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기본 틀이 마련된다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돼 '비인도적 안전판'의 역할을 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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