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한 김종훈 "나는 조국에서 스파이였다"

워싱턴포스트 기고, 한국 언론에 불편한 심경 표출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항 세력과 특정 업계가 국적과 애국심 부족을 이유로 내가 장관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 사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재미동포 사업가 김종훈 씨가 미국의 유력 언론인 워싱턴포스트에 '새로운 시대의 낡은 편견'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장관직을 자진 사퇴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정치와 비즈니스 환경이 아웃사이더인 내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져 포기했다"고 했다. 또 "마녀사냥 같은 독기어린 공격은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나는 스파이였고 내 아내는 유흥주점이 들어 있는 건물을 갖고 있다고 비난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직을 자랑스럽게 맡았으나 이 자리는 조국에서 갖가지 소문을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됐다"고 했다. 그는 "나는 미국을 매우 사랑하며 어디서든 미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내가 태어난 한국도 항상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80%를 대기업이 차지하지만 고용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과학, 통신기술을 이용하는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 했다"고 했다. 그는 "21세기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는 민족주의와 관련된 오래된 편견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국적에 관계없이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여지를 주는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 씨는 장관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달 4일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과 야당의 대통령 면담 거부 등을 문제 삼으며 돌연 사퇴했다. 이중국적 논란, CIA 연루 의혹, 강남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됐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공식적인 검증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마녀 사냥'이라는 식의 거친 해명을 뒤늦게 내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