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는 23일(현지시간) 동부 제2의 도시이자 리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미스라타를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었다고 발표했다. 전날 시위대가 장악한 동부 최대의 도시 벵가지에서는 이날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승리를 축하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승리를 축하하며 카다피 반대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현재 이집트 국경 인근에서부터 시작해 리비아 동부 해안 일대는 시위대의 영향력 하에 있으며 이들은 자치정부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군도 시위대의 편에 섰다.
카다피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미 내무장관 등 내각 인사와 해외 주재 외교관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렸고 군인들의 명령 거부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연합(IFHR)에따르면 리비아 시위 관련 사망자는 최소 640명인데, 이 가운데는 민간인에 대한 발포를 거부한 군인 130명도 포함돼 있다.
사상자 수는 집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한편에선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건강상의 이유로 파리에 체류 중인 카다피의 전 의전비서관인 누리 엘-미스마리는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전역에서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다"며 학살을 위해 용병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프랑코 프리타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비아 정부에서 22일 발표한 사망자 수는 300명이다.
이날 리비아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2명이 시위대가 장악한 도시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비행기에서 비상탈출했다.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은 카다피와 같은 부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탈출한 후 비행기는 리비아 동부 사막에 추락했다. 이는 지난 21일 미라지 전투기 조종사 2명이 시위대 공격 명령을 거부하고 전투기를 몰고 몰타로 망명한 데 이어 발생한 일이다.
▲ 2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의 도시 토브룩에서 군인들과 시위대가 차량 위에서 카다피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리비아 동부에서는 군도 시위대 편으로 돌아섰다. ⓒAP=연합 |
피바다 된 트리폴리…시위대 "트리폴리도 해방시키겠다"
이날 트리폴리는 지옥으로 변했다. 카다피가 전날 TV 연설을 통해 '순교자로 죽겠다'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시위대 공격을 촉구한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 트리폴리에서는 친정부 시위대와 외국 용병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의 폭력 수위가 극에 달했으며, 이들은 주민들이 사라진 거리에서 '카다피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해졌다.
트리폴리에서 긴급히 탈출한 사람들은 이날 도시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한 트리폴리 주민은 "무장한 용병이 도처에 퍼져 있어 창문이나 문을 열 수도 없다"며 불안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동부 지역을 장악한 시위대는 수도 트리폴리도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AP> 통신은 카다피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트리폴리에도 그를 비판하는 거리 낙서가 발견되는 등 비판적인 물밑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거리에 있는 자위야 지역에서 수십 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 웹사이트에 게시되기도 했다.
리비아 정부는 시위대들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 카다피는 국영 TV 연설에서 이들이 알베이다와 데르나, 벵가지에 이르는 이슬람왕국(Islamic Emirate)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외교부도 23일 동부 지역을 장악한 세력은 '관타나모 수감자 출신이 이끄는 알카에다'라며 이들이 이슬람 왕국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한편 리비아 사태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리비아에서 해외 정유사들이 잇따라 석유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원유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3일 국제유가는 11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런던 석유거래소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35달러에 거래되면서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10달러 선을 넘었다. 뉴욕에서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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