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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순교자로 죽겠다…시위대를 공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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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순교자로 죽겠다…시위대를 공격하라"

유엔 안보리, 리비아 시위 무력진압 규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2일(현지시간)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그는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지지자들에게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기도 했다.

카다피 원수는 이날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방영된 75분 간의 긴 연설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도중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으로 단상을 내려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갈색 겉옷(로브)와 터번을 두른 카다피는 1980년대에 미군의 공습으로 불탄 집 앞에 설치된 연단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 장소는 미국에 대한 저항과 '보복'을 상징하는 곳이다. 그는 "나는 아직 군대에 무력 사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총알 한 발 발사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 "만약 그랬다면(무력 사용 지시를 내렸다면) 모든 것이 불타버렸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카다피는 "나는 투사이며, 천막 출신의 혁명군이다"라면서 "나는 결국 순교자로서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3인칭으로 칭하며 "무아마르 카다피는 혁명의 지도자다. 나는 물러날 대통령직도 없다. 이곳은 나의 나라다. 무아마르는 자신의 위치를 떠나는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다소 혼란스럽게 들리는 연설을 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가 시위대를 공격하라는 투로 "카다피를 사랑하는 남성과 여성들이여, 집 밖으로 나가 거리를 가득 채우라"며 "집을 떠나 둥지에 숨어 있는 그들(시위대)을 공격하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부터 (군·경이 설치한) 저지선은 해제될 것"이라며 시위대 공격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그는 "평화로운 시위와 무장 봉기는 별개"라며 "오늘(22일) 밤부터 내일까지, 모든 젊은이들은 공공 안전을 위한 지역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이 자치 치안대는 시위대와 구분하기 위해 녹색 완장을 차라고 말했다.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2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을 통해 시위대를 비난하고 지지자들에게 시위대를 공격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카다피는 '리비아의 천안문 사태'도 불사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AP=연합

카다피, 시위대 맹비난…"쥐를 잡자"

시위대를 "마약에 취한 젊은이들"이라며 폄하하며 그는 그들이 "쥐떼와 같이 나라를 휩쓸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이들을 잡아야 한다며 "리비아는 집집마다 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리비아의 혼란한 상황 때문에 "알카에다에 근거지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에 국제 사회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 천안문 사태나 체첸 사태 때에도 국제적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리비아에서 체첸이나 천안문과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23일부터 리비아에는 새로운 헌법이 적용될 것이라면서 이는 '적들'과 타협한 결과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리비아를 또다른 아프가니스탄으로 만들려 한다며 비난하고, 이들이 이미 알베이다와 데르나, 벵가지에 이르는 이슬람왕국(Islamic Emirate)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이슬람주의 지도자'들은 리비아 법에 따라 죽음으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강경 진압에 국내외 비난 빗발…내무장관 사임

이런 강경 대응 방침에 국내외에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카다피의 연설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겨우 몇 시간 후 리비아 내무장관은 사의를 표명하고 시위대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내무장관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2월 17일 혁명에 대한 응답으로 사퇴한다"면서 리비아군도 국민들에게 합류해야 하며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부대사와 압델 모나임 알-하우니 전 아랍연맹 대사 등이 정부 비판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알리 아드잘리 주미 대사와 인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몰타 등지의 리비아 대사관도 전투기가 시위대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카다피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고 시위대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같은날 긴급 회의를 열고 리비아 사태를 협의했다. 안보리는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발표한 언론발표문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과 폭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리비아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정부의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랍연맹(AL)도 이날 회의를 열고 리비아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본회의 및 산하기구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무르 무사 AL 사무총장은 이날 카이로에 열린 회의 후 리비아군이 중무기 등을 이용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엄청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날 희생자 수 등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청하며 "시민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 행위는 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일 이후 트리폴리에서 62명 등 총 2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독일 <DPA> 통신은 트리폴리에서만 150명이 숨졌고 벵가지에서면 300명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6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조직인 '아랍공동체'(COMAI)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리비아 보안군의 폭격으로 숨진 사람 수가 1000명 가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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