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호 기관장 케냐 호텔서 추락 사망

외교부 "피랍 중 정신적 충격 및 채무관계 있다는 보고 못 받아"

외교통상부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금미305호 기관장 김용현(68) 씨가 17일 케냐 현지의 호텔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관장 김 씨가 이날 현지시간 오전 2시 25분(한국시간 오전 8시 25분) 현지 C호텔 4층 방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며 "현재 정확한 사망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고 케냐 현지 경찰이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주 케냐 한국 대사관은 현지 경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호텔 경비원에게 처음 발견된 김 씨의 시신은 현재 뭄바사에 있는 판비아 병원에 안치되어 있다. 외교부는 현지에서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장례 절차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적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금미호는 15일 케냐 뭄바사항에 도착했다"며 "김대근(55) 선장과 김용현 기관장 등 한국인 2명은 귀국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살 여부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피랍 기간 동안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거나 채무 관계 같은 게 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며 "자살을 할 만한 징후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는 전날 김대근 선장과 저녁식사를 같이했고, 호텔방은 따로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씨는 15일 뭄바사항 입항 후 머리에 약간의 타박상만 있을 뿐이어서 별도의 병원 검진은 받지 않았다. 금미호는 한국에서 폐선 대상으로 폐선 보상금을 이미 받아 영업 허가가 소멸됐고 한국 선적도 조만간 소멸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케냐에서는 법 위반이 아니어서 계속 조업을 할 예정이었다.

김대근 선장은 지난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당뇨병 때문에, (김용현) 기관장은 말라리아 때문에 고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 15일 케냐 몸바사항에서 이한곤 주 케냐 대사가 금미305호 기관장 김용현(오른쪽)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보를 접한 김 씨의 아들 진곤 씨는 <연합뉴스>에 "며칠 전에 통화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진곤 씨는 "외교부 직원이 '현지 경찰에 (아버지 사망과 관련해) 강력하게 수사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무엇 때문에 수사요청을 하는지 이유라도 설명해줘야 되는데 정부가 뭔가 숨기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며칠 전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 '난 건강하니까 곧 귀국하겠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라며 "불과 며칠도 안 지나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관장 김 씨의 부인은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 소식에 충격에 빠진 듯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다.